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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바닥 균열·침하' 공항활주로는 안전한가?

"주기적 포장평가만 권고, 기간‧방법 명시 없어" 한국형 공항평가기준 있어야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2.25 1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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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마의 11분'. 항공기 비행 중 가장 위험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륙 후 3분과 착륙 전 8분을 일컫는다. 전체 항공사고의 3/4 정도가 마의 11분에 발생한다는 통계만 보더라도 그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떠오른 직후와 활주로에 내려앉기 직전이 가장 위험하다는 뜻으로, 활주로 안전은 곧 안전한 비행과 직결된다. 이와 관련 국내 공항 활주로의 안전점검 관리 실태를 알아봤다.

승객 400여명과 항공유를 가득 실은 항공기 한 대가 이륙할 때 활주로에는 400톤가량의 하중이 발생한다. 대형 트레일러가 일반도로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하중의 10배를 넘는다.

비행기 한 대가 뜨고 내릴 때마다 이 같은 충격을 견뎌야 하는 활주로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유지보수 관리 시점과 보강 수준을 적시에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국내 공항은 인천공항을 비롯한 15개 공항이 있으며, 인천공항은 인천공항공사, 또 김포공항을 비롯한 나머지 14개 공항은 한국공항공사에서 운영한다.

활주로 관리와 관련 인천공항공사는 2년에 한번 공항포장평가를 실시하고, 한국공항공사는 운영하는 공항이 많아 14개 공항을 5년마다 순차적으로 공항포장평가를 실시한다.

◆확실한 국가기준 없이 항공사 자체점검만

문제는 항공기 운항과 안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활주로 관리의 확실한 국가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다. 항공업은 국토교통부 관할이지만 항공법상 활주로 포장관리 방법에 대한 기간, 방법 등의 명확한 기준 대신 ‘포장상태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라’는 넓은 범위의 권고 사안만 마련돼 있다.

활주로의 중요도는 각 항공사에서 더욱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몇 년에 한 번씩 하라는 기준이 없어도 항공사 자체적으로 알아서 관리, 유지·보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토교통부의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르면 활주로는 유도로, 계류장 및 비포장지역과 함께 이동지역에 포함되며 공항운영자는 이동지역의 안전을 위한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되 가능한 자주 실시해야 한다.

활주로 최소 점검주기는 공항운영등급에 따라 구분되고, 활주로 이용 빈도가 많을수록 상위 클래스(Class)로 나뉜다. ClassⅠ에 속하는 인천·김포·제주·김해공항은 일일 4회, ClassⅡ에 속하는 대구·청주·무안·양양공항과 ClassⅢ에 속하는 광주·여수공항은 최소 일일 3회 점검해야 한다.

다만 점검방법에 대해서는 면적과 거리를 고려해 차량 또는 도보로 이동지역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장비를 이용한 점검이나 평가에 대한 기준은 전무한 상태인 것.

각 공항공사에서 활주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점검하지 않는다 해도 규제할 기관이 없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공항공사 스스로 활주로의 중요성을 인지, 각각 2년, 5년에 한 번씩 장비를 도입한 점검을 실시한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 수요에 의해 별도 계획을 수립해 외부 용역을 통해 활주로 표면조사를 하고 있다"며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역을 통해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를 이용한 표면점검은 2년에 한 번 진행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명시한 하루 4번의 활주로 점검은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한국공항공사는 활주로 점검이 가능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 스캔 카메라를 활용한 포장표면결합조사장비와 활주로의 지지력을 평가하는 포장구조지지력조사장비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업의 최상위 지점은 국제민간항공기구인데 그곳에서도 포장평가를 주기적으로 하라고만 나와 있을 뿐 기간이나 방법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이는 공항운영자가 운영하고 있는 공항 특성에 따라 판단한다"며 "한국공항공사의 경우 5년이 적정하다고 판단해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장비를 이용한 포장평가는 14개 공항이 5년마다 순차적으로 실시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명시한 1일 3~4회의 육안 점검은 빠뜨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내 환경 맞는 활주로 평가 기준 있어야

일각에서는 항공기의 활주로 이용 때 큰 힘이 가해짐에도 국토교통부의 기준은 육안 진단만을 명시한 만큼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항활주로의 안전진단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활주로 지반 점검 시 활용 중인 장비는 라인 스캔 카메라는 구형 방식으로, 보다 빠르고 정밀한 새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의 공항안전운영기준과 별개로 활주로의 중요성은 각 공항공사에서 이미 잘 아는 만큼 자체적 기준 마련과 점검 및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는 것.

실제 한국공항공사 R&D센터는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목적으로 2002년 '공항포장관리시스템을 개발했고, 공항포장평가 자체시행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 삼아 평가기법을 개선한 평가매뉴얼을 정립했다.

이와 관련 2013년에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공동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FAA 측의 사정으로 잠시 보류된 공동연구는 조만간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공항공사 R&D센터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활주로 포장 평가는 미국 기준에 맞춰졌지만 각 나라 환경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러 나라는 자국에 활용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고 우리도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여기 더해 "장비는 현장 데이터를 넣는 도구인데 데이터를 넣는 작업은 일반화된 장비로 가능하다"며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한국형 활주로 포장평가 기준 마련을 위해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양대학교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설명도 들려줬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도움으로 한양대학교,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저탄소 녹색공항 포장 시공 및 유지관리 기법 개발 연구단'을 구성, 공항포장 상태지수 및 보수보강 결정기준을 개발했다. 2011년 시작된 연구는 지난 11일 연구성과발표회를 거쳤고 내달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연구총괄 책임자인 서영찬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교수(한국도로학회장)는 "활주로 포장 지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PCI는 미국에서 40년 전에 개발된 것으로 아주 작은 단위의 공항까지 포함해 국내 항공사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PCI 기준에 맞추면 덧씌우기가 필요한 활주로가 양호로 평가되는 등 주요 결함의 내용 및 심각도가 국내 실정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의 말을 빌리면 현행 PCI 기준은 100점 만점에 보수공사 결정 기준치는 70점이다. 하지만 70점을 받은 공항 활주로에서도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내 공항 실정과 맞지 않은 기준으로 후한 점수를 받아온 셈이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PCI 기준을 기존보다 까다롭게 분류했다. 50~70을 불량으로 설정하고 양호 판정을 받았던 70~80점을 주의, 80~90점을 보통, 90~100점을 우수로 나눈 것.

서 교수는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닌 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 기준을 그대로 쓰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지만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토교통부 지원으로 우리나라 기준을 만들게 된 배경을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주로 평가에 사용되는 장비에 대해서는 "라인 스캔 카메라는 포장상태장비 조사 장비로 현재 제일 앞서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장비고, 이를 대체할 만한 장비 도입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