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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솥뚜껑 조직의 손잡이 고객센터 중간리더들, 안녕들 하십니까?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기자  2015.02.25 09: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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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객센터는 솥뚜껑 조직이다. 부장 1명, 과장 2명, 대리 3명에 사원 4명 정도인 일반적인 피라미드 조직과 달리 고객센터는 리더 한 명에 15명의 상담사가 일렬로 포진돼 있다.

솥뚜껑 형태다. 한명의 리더가 15명을 밀어줄 수도 있지만 15명 상담사가 단합해 한 명의 리더를 묻어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20명의 상담사를 잘 뽑는 것보다 한 명의 리더를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고객센터 리더들의 근황은 어떠할까? 안녕들 하신가? 상담사 이직율, 상담사 직무만족도에 대해서는 가끔 신경을 쓰지만 그 지척에서 상담사에게 롤모델이 돼야 하는 중간 리더들의 직무만족도와 심리상태는 어떠할까? 여기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샌드위치 운명이다. 상담사는 맞서 대들고 센터장은 찍어 누른다. 회사는 더 닥달하라고 난리고 상담사는 회사의 앞잡이나 끄나풀로 취급한다. 원청사의 눈치 보기도 버겁고 상담사의 당돌한 권리 주장도 힘겹다. 내가 상담사 시절엔 빼꼼히 메모하고 덜덜 떨며 역할연기 연습했는데, 요즘 상담사는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손톱 뜯고 앉아서 하품한다."

"일당 백을 해야 한다. 고객센터 관리자는 직원관리도 해야 하고 성과관리도 해야 한다. 상담사 이직율도 챙기면서 서비스 레벨도 맞춰야 하고, 상담사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컴플레인도 처리하면서 재미있게 아침조회도 해야 한다."

"이사람 저사람 뒤치다꺼리 하는게 일이라서 딱히 회의 때 뭐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남이 다 못한 일들을 대타 치고, 터진 일들을 수습하는게 일이라면 일이다. 부담감은 백운대 인수봉 바위만큼 크고 무거운데 성취감은 개미허리만큼 가늘고 얄팍하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성난 고객, 다루기 힘든 상담사, 배송지연, 약속을 어기는 거래처, 실적 압박, 조용히 사고치는 신입, 물은 거 또 물어봐서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하게 만드는 인턴, 덧붙여 만나기도 어려운데다 속내마저 알 수 없는 센터장까지 곳곳에 함정과 지뢰가 도사리고 있다. 이곳 저곳 불 끄다 혼이 빠진다. '오! 마이 갓'을 외쳐보지만 들어줄 이 없고 '헉, 맙소사'가 터져 나오지만 위로해 주는 이 없다. 늘 문제와 골칫거리가 번호표를 받고 대기 중이다."

비행기 사고가 나도 승무원이 먼저 산소 마스크를 써야 승객을 구할 수 있다. 리더가 제대로 서야 주위를 세울 수 있다. 패배주의, 매너리즘, 번아웃(Burn out)된 리더가 상담사에게 동기를 부여할리 만무하다.

맨체스터 비즈니스 스쿨의 크리스 본스(Chris Bones) 교수는 "직원들의 몰입도와 충성도, 업무 만족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직속 상사다"라고 말했다.

상담사의 업무몰입도, 조직 충성도, 이직예방을 위해서는 급여나 환경 못지 않게 중간 리더를 잘 세워야 한다. 급여를 높여도 버텨봐야 뻔하면 다른데로 튄다.

환경이 좋아도 있어봐야 승진할수록 더 고생스러우면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버릴 수밖에 없다. 반면 급여가 낮아도 여기서 계속 있다보면 저런 성장을 하겠구나 싶으면 버틸 힘이 난다.

약간 환경이 열악해도 여기 있는 리더들을 통해 배우고 미래가 보인다면 고생하는 보람이 있다. 중간 리더를 보고 상담사는 자신의 미래를 본다. 리더로 승진했을 때 축하인사보다 위로인사를 받아야 한다면 미래가 암울한 것이다.

있어봐야 뻔한 것이다. 내가 여기서 3년을 버티면 저렇게 개고생을 하겠구나 싶다면 누가 여기서 버티겠는가? 헤어숍 어시스턴트들도 고달프고 고되지만 헤어 매니저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버틴다.

매장 점원도 다리에 실핏줄 터지지만 샵 마스터가 될 날을 손꼽으며 매장 청소를 한다.

중간리더가 부러워야 한다. 중간 리더가 실력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무언가 나아 보이고 멋져 보여야 한다. 회사가 내거는 멋진 슬로건과 비전보다 지척에서 나이 먹는 중간리더의 모습이 현실감 있는 내 미래다.

중간 리더들에게 비전과 전문성을 주자. 그래야 그냥 편하게 버티다 떠날 상담사 말고 실력 키워 성장하고 싶은 상담사들이 모여든다. 중간리더의 앞서가는 모습을 보고 그 길을 달리기 위해 입사하는 상담사를 유인해야 한다. 중간리더의 수준이 그 센터의 수준을 좌우한다.

중간 리더들의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회복시키자. 중간 리더는 경영진과 실무진을 잇는 회사의 파이프 라인이다. 파이프라인이 막히면 아무리 좋은 하드와 모니터도 제 구실을 못한다.

위와 아래를 어우르는 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개인을 끌어 올리고, 개개인을 다독여 전체로 모아내는 일, 바로 중간리더가 해내야 할 일이다. 중간 리더가 그 센터의 '킹핀'이다.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로 접어든 고객센터 업계, 그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중간리더를 바로잡아야 한다. 중간리더에 대한 섣부른 해답보다 현명한 질문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