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오래 전에 회사 상사와 고객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공직생활을 오래 하시다가 은퇴를 하신 분인데, 매사에 정확하시고 예의도 바르시고, 멋쟁이셨다. 개인적으로도 필자가 좋아하는 분이어서 종종 만나고 있었고, 지점 객장에도 자주 나오셨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차를 마시는 시간이었는데, 불쑥 나의 회사 상사에게 “저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직원들이 고객을 너무 무시합니다.”
지점장인 필자는 가슴이 쑥 내려 앉았다. 필자가 속한 조직이야 서비스 업종이 분명하고, 그것도 정말 열심히 CS<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를 교육하고 모니터링까지 하면서 심혈을 기울이는데, 고객을 무시한다니, 상사한테 나중에 혼나도 크게 혼날 일이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말씀이 “도대체 직원들한테 물어봐도 제대로 답을 안해줍니다. 지점장도 마찬가지구요.” 하면서, 앞에 있는 사람 등에 땀나는 줄도 모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셨다.
무슨 주식을 가지고 있는데 언제 팔아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직원들이 두리뭉실하게 “좀더 기다리시죠?” 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서 무시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씀하셨다. 필자로서는 참 답답한 일이었다. 그분 입장에서는, 주식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님 틀리더라도, 전문가라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언제쯤인가 시기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말씀이셨다.
그 자리에서,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이런저런 말씀을 드리고 이해를 시켜 드렸다. 다른 분들도 그런 생각을 많이 가지고 계실 것 같다. 사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필자도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개구리와 주가 뛰는 방향은 아무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겠는가? 예측은 할 수 있겠지만, 틀릴 수도 있는 것이 예측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것은 아는 것이 아닌 것이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니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필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백투더퓨처란 영화에서처럼 타임머신 타고 미래에 가서 미래에 나와 있는 증권시장지를 가져오지 않는 한 답을 드리기는 어렵다. 필자 생각으로 주식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확률 게임인 것이다. 내가 예상한 어떤 결과가 됐을 때는 나는 이렇게 행동하고, 그 예상이 틀렸을 때는 그거와 달리 이렇게 행동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주식 전문가들이 흔히 하는 말들 중에서, 과매도 상태라든지 펀더멘털을 중시한다든지, 상대적으로 저 평가 됐다든지 적정 수준이라든지, 뭐 그런 표현들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도대체 이 얼마나 복잡한 우리나라 말인가 ? 얼마에 사라고 할 것이지, 무슨 매수 적기며, 장기적으로 낙관한다는 소리를 하는가?
어느 해부터인가 증권사 리서치 자료를 보면 반드시 적혀 있는 것이 있다. ‘당사는 이 보고서의 내용에 의존하여 행해진 누구의 어떠한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이다. 참 복잡하고 어려움 많은 세계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투자에 대한 책임은 누구한테도 전가할 수도 없을 뿐더러 반드시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증권시장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본인의 투자 기준을 정하고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이나 보고서, 각종 정보지, 가까운 곳에서 피부로 느끼는 정보를 잘 활용하면 좋은 투자 결과가 나올 것이다.
“고객님,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몰라서 답을 못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예언가가 아니거든요. 다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판단할 자료는 늘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저도 명쾌한 답을 드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 합니다. ”
전복용 현대증권 불당지점장
충남고/충남대 경영학과/현대증권 법인영업부/둔 산지점장/현재 현대증권 불당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