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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15년 전 최태원 회장 재벌소멸론, 결론은?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2.24 17: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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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명인사들의 경우 미래를 내다보며 이른바 전망 발언을 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찰력 넘치는 지적을 통해 거의 흡사하게 맞추는 경우도 있고, 발언 당시엔 나름대로 그럴 듯해 보였는데 빗나가면서 시시하게 끝나고 만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자신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되어야 하는 경우를 놓고 보면, 과거 발언 당시의 각오에서 (자의로) 멀어져 버린 경우가 발견되기도 하지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의 '재벌'을 놓고 보면, 과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벌 체제는 경쟁력 있는 모델이 아니다. 10~15년이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2000년 봄에 나온 발언이니 손을 꼽아 계산해 보면, 지금쯤이면 재벌이라는 개념이 힘을 잃거나 이미 없어졌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최 회장은 그룹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영어의 몸이 돼 있는 건 차치하고라도, 고배당 문제로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지분을 갖고 있는 SK C&C의 고배당으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인데요. 물론 이 회사가 수익을 제법 내는 회사이긴 합니다. 2014년 연간 실적 기준 IT 서비스 기업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11.2%를 기록하는 등 근자에 수익률이 매년 향상되고 있다지요(2012년 8.9%, 2013년 9.7% 등).

하지만 이 회사의 배당이 이 같은 이익률 향상폭 이상으로 세지 않냐는 우려를 겹쳐 보면 문제가 좀 달라 보입니다. 금년 초에 실시된 2014사업연도 결산배당은 주당 2000원. 총배당금은 880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시가배당률 1.0%, 액면가 대비로 1000% 수준입니다.

동시에 이는 2013년과 비교해도, 주당배당금이 33.3%, 총배당금은 30.9% 증가한 것이라고 합니다. 배당규모는 2005년을 기점으로 10년 연속 늘어난 것이라 하니 '가히 공격적인' 배당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현재 상황 때문에 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요. 반대로, 그는 현재 임원직 등에서 물러나는 등으로 유력한 자금줄이 배당밖에 없어서 더더군다나 이 가욋돈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재벌은 내재적 한계 때문에 2015년경이면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던 바로 그 최 회장이 지금에서는 고배당으로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빨아들이는 것을 즐기고 있고 또 그럼에도 그의 그룹과 그 산하 회사들도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물론 고배당이라는 정책 자체가 한국에서만 또 재벌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너 일가의 자금 조달 때문에만 고배당이 단행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하지만 계열사의 합병 문제, 혹은 계열사간의 각종 거래 등 모든 문제가 '오너 일가의 지배 구조'라는 개념을 위해 추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 경제의 패턴을 생각해 보면 이렇게 너그럽게 볼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적 경영 방식, 즉 재벌 시스템의 그늘진 현실이 고배당이 함께 나타나는 것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SK C&C는 고배당 이슈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지만, 또 SK(주)와의 합병 문제라는 또다른 이슈로도 입길에 오르내리는 회사죠. 회사의 미래 외에도 주인의 경영권 안위 문제까지 늘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경영이란 얼마나 고단한 방정식일까요. 거기에 큰 돈이 배당 명목으로 빠져나간다는 부분이 '상수' 개념으로 늘 자리잡고 있다면 말이지요.  

15년 전 재벌 시스템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드러냈던 최 회장이 이제는 차차 스스로의 발언에 대해 의지를 갖고 대응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그 시작이 바로 너무 고배당을 즐기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정리하면서 SK C&C 숨통을 좀 틔워주는 것부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