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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저가담배,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2.23 17: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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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설 명절 직전 정치권에서 제기된 저가담배 도입 문제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은 정부와 국회가 '국민건강 증진'을 이유로 담뱃값을 대폭 인상한 뒤 선심을 쓰듯 저가담배 검토 계획을 내놨기 때문인데요. 정부의 금연정책에 장단을 맞춘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정치권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죠.

시작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입니다.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존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한 저가담배를 검토할 것을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죠. 유 원내대표는 경로당 등 민생현장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어 18일에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거들고 나섭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저가담배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했는데요. 담뱃세 인상이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과세가 되고 있으므로 봉초담배(직접 말아서 피는 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감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전 의원은 관련 법안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죠.

여당 원내대표와 제1 야당 최고위원의 저가담배 도입 목적은 저소득층이 저렴하게 담배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대하는 설 민심은 우호적이지 않았는데요.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 게시판은 "이럴 거면 왜 담뱃값을 올렸느냐"는 원성의 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자 야당은 여당 원내대표가 선발 주자라는 약점을 파고들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합니다. 3선의 정우택 의원은 "국민 건강 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한다고 했는데 다시 저가담배를 도입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보단 증세가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질타를 내뱉었으며, 당 수석대변인을 맡은 김영우 의원은 "나쁜 정책보다 더 나쁜 정책은 일관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당 내부에선 야당을 향한 볼멘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말정산과 마찬가지로 담뱃값 인상 문제도 여야 합의로 처리해놓고 상황이 불리해지니 발을 뺀다는 거죠.

결국 빌미를 제공한 유 원내대표가 "검토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고 당장 추진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사태 수습에 나서며 저가담배 도입 논란은 누그러질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담뱃값을 놓고 가벼운 행보를 보이는 정치권에 대해 가뜩이나 설을 쇠고 주머니가 가벼워진 성난 민심이 누그러질지는 지켜볼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