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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드러난 소상공인연합회 '선거강행'

'기정사실'아닌 '기득권'만 관심… 법정단체 지정부터 잘못 꿴 무리수 계속 말썽에도 모른척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2.23 12: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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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부 갈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일각에서 오는 25일 회장 선거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불거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의 최승재 공동회장 측은 총회를 열고 회장 선출 진행을 하겠다는 뜻을 연합회 가입단체들에게 전달했다. 이는 갈등을 빚고 있는 박대춘 공동회장 진영과의 의견 조율을 포기한 것은 물론, 회원 자격 문제를 점검하라는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의 최근 공문에도 각을 세운 것이어서 주목된다.

총회 강행, 즉 선거 강행론의 주장 골자는 정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현재 각종 소송과 가처분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 애써 선을 긋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일단 선거를 치르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법률적 다툼이 제기되면 그때 해결하면 된다는 주장인 셈인데, 외관상으로는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소상공인연합회 존재 의의를 사실상 붕괴시킨 채 현재 가입한 회원단체의 기득권만 움켜쥐겠다는 패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법정단체로서의 위상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실상 그간 흐름을 보면 명분도, 실리도 잃은 채 빈 껍질만 남게 되는 자충수라는 것이다.  

◆"기정사실 이론과 신의칙?" 실상은 기득권싸움 비판 비등

많은 단체가 그렇듯 내부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 '자리(감투) 싸움'이나 '당파 싸움'이라는 양비론적 비판이 가해지고 이에 따라 침묵하는 회원들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양비론이 퍼지는 경우에는 일단 밀고 나가면 유리하다는 상식 아닌 상식도 작용한다는 것.

현재 소상공인연합회 내부의 갈등도 마찬가지 프레임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걱정이 쏟아진다. 지난해 2월 창립하고 같은 해 5월 법정단체로 인정받은 소상공인연합회는 현재 정회원 자격이 없는 단체들이 가입됐으며 여기서도 연합회 임원이 배출되는 등 심각한 오류 상황인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상황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총회를 진행, 차기 회장을 선출하자는 반대 진영 쪽은 이런 지적에 갈등을 조장하는 이기적 행보며 말 뒤집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법정단체로 인정받는 근거인 소상공인지원특별법은 애초 적격단체 20개 이상 구성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100% 소상공인으로 이뤄질 단체를 정회원 자격이라고 제시 및 요구했으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워낙 많아 현재는 90%에 맞춰 개정된 상태다.  

문제는 지난해 5월 중기청이 법정단체 지정을 심사할 때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은 단체들을 솎아내지 못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로 60개 남짓의 여러 업종에 걸친 단체들이 가입을 희망했으나, 이 구성비율 문제 탓에 32개 업체만 가입한 채 법정단체 지정이 이뤄졌다.

문제는 중기청이 이 당시 심사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점인데, 이에 따라 정회원의 자격이 없는 단체들이 정회원 노릇을 하는 것은 물론 연합회 임원을 배출해 사실상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주도권을 쥐고 선거를 강행하려는 측은 이때 중기청이 20개 단체의 적격성을 인정했으므로 전체적 맥락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 설사 일부 단체에 적격성 문제가 있다고 해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따라 사실상 넘어가기로 한 것이며, 현재 이를 지적하는 측에서도 이후 여러 연합회 절차 진행과 임원으로서 활동을 했던 만큼 이를 인정 내지 묵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더라도 새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전인수'식의 말 바꾸기라는 논리로 신의칙(信義則)에 위배되고 판을 깨려는 행동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물론 법적으로도 '확정된 사실(Fait Accompli) 이론'이 존재한다. 이른바 '기정사실' 상태의 존중을 해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말을 뒤집을 수 없다는 금반언(禁反言)이나 신의칙 원칙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법정단체 심사 당시에 적격단체 심사를 잘못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두 묻고 가자면서 이런 논리를 들고 나오는 데에는 어폐가 있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소상공인진흥법에서 소상공연연합회를 결성해 이를 법정단체 지정, 육성 및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구성원이 되는 단체의 내부 상황에 대해 규정하는(과거 소상공인 구성비 100%, 현재는 90% 이상인 단체에 정회원 자격 인정) 것은 보호 대상이 될 영세 소상공인과 부유한 소규모 경제주체를 구분, 단체활동에서도 이를 선별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따라서 심사가 어렵고 곤란하다 해서 편의적으로 이를 어떤 합의나 묵시적 합의에 의해 무시하고 넘어간다는 것은 지원을 규정하는 법의 기본적인 존립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임의적 규정이라면 몰라도 강행성을 띤 규정을 변칙적 합의로 회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행규정을 회피하려는 합의에 대해서는 다시 그 효력을 부정하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금반언이나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오히려 이 같은 맥락에서 봐야 상식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특히 현재 출범 1년밖에 안 된 연합회 사정을 보면, 문제와 오류에 손댈 수 없을 만큼 안정성 위주로 판단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억지라는 것. 기정사실 운운하는 것이 오히려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재 소상공인연합회 정회원단을 이루고 임원을 배출하는 구성단체 중에서 애초 자격이 없는 상태로 섞여들어온 곳이 있다면 지금 내역을 공개하고 바로잡자는 주장도 전혀 억지는 아니다.

◆'700만 소상공인 대표' 명분도 없는데 무슨 '기정사실' 보호?  

오히려 현재 상황을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절차와 정관에 따라' 선거를 강행하고 다음 회장을 뽑자는 측의 논리에는 큰 허점이 있다. 처음 법정단체 지정을 받을 때 32개 단체만 구성원이 된 점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애초 소상공인간의 연대 필요성에 공감했던 60여 업종의 단체들이 법률상 제약 탓에 일단 단체 테두리 바깥까지 밀렸다는 뜻이며, 애초 700만 소상공인을 대변한다는 출범 취지에 상당히 동떨어진 극히 일부 단체만의 리그로 법정단체 지정을 받은 셈이니, 대표성 부재 상황을 처음부터 안고 있었다는 의미도 된다.

법적 규정의 비현실성 때문에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는 해도 이후 관련 규정 개정 등이 진행됐고 법정단체 지정 무렵에는 일부 완화된 자격규정의 적용이 예측되던 상황이었으므로, 추가 가입 등 외연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말이 좋아 법정단체지, 향후 실제 대표성을 갖게 될 수준까지 성장하기 위한 중간단계 조직으로서만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연합회 내외에서 공감대로 갖고 있다는 냉정한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노력하지 않는 한, 적격단체 심사에 하자가 있다는 의혹을 받는 단체가 굳이 현재 틀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앞으로도 이런 상태 그대로 존속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

그런데 그간 행보를 보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추가로 외연 확장을 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 이 때문인지 예산 편성이나 행사 등에서도 홀대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대회에서는 정작 대표단체라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배제되는 촌극이 빚어졌고, 서울시 명예부시장(소상공인분과) 추천 문제에서도 응집력을 보이기는 커녕 연합회 내부 갈등만 드러내 망신을 샀다는 탄식도 나온다.

결국 소상공인 문제와 관련한 발언권에서 오히려 기존부터 이 문제를 자기들의 한 개 분과 정도로 다뤄온 중소기업중앙회에조차 밀리고 있으며,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우려만 받아온 지난 1년이었던 것.

이런 형편에서 굳이 현행 체제를 인정하고 선거를 그대로 치르자는 주장은 애초 단추를 잘못 꿰 탄생한 모순이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소상공인계 전반을 대변한다는 대표성도 약하다. 더불어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없는 '일부 소상공인들의 모임'에 법정단체라는 타이틀을 주고 정부의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는 억지로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기청조차도 최근 회원인 단체들의 자격을 심사할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며, 선거 일정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는데 이를 부정한 상태에서 25일 선거 강행론을 펴는 것은 명분은 명분대로 잃고 대외적인 체면까지 잃고 협력망 구축도 포기한 행보라는 비판이다.

실상 이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지금 가입된 단체들이 이른바 적격단체로서 누려온 기득권을 고스란히 누리는 반사적 효과만 생길 뿐, 전체 소상공인들의 권익 증진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가 그래서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