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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짜리주식①] SSLM, 삼성 '상투잡기'에 스미토모만 큰 웃음

LED 업황 따라 부침 겪다 지분매각 수순 '비운의 회사'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2.17 12: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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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기업집단 소속의 비상장 계열사 주식이 그야말로 헐값에 평가돼 팔리는 경우가 있어 종종 눈길을 끈다. 모 재벌분석전문 사이트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굴지의 재벌그룹 계열사들 중 '주당 1원'에 거래된 사례를 내놓기도 했다. 물론 글로벌 경제 흐름의 파장에 따른 기업 흥망성쇠는 대기업집단 및 그 계열사라고 해도 쉽게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들 모두가 부득이한 상황을 맞아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적자가 누적된 경우로 단정하기에도 성급해 보인다. 비단 오너 가족에 대한 주식 몰아주기 등의 문제까지는 아니겠으나, 왜 그렇게까지 추락했는지 살피는 것도 우리경제 한 축인 대기업집단의 작동 논리와 그 문제를 짚을 하나의 창이 될 것이다. 주요 그룹 계열사들의 '헐값 주식 매각'의 배경과 그 교훈을 취재했다.

굴지의 전자기업 삼성전자가 관계사 지분을 주당 1원에 판 사례로 SSLM은 일종의 기록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ED에 필수적인 사파이어 기판을 제조하는 업체인 SSLM 주식 662만여주(30.1%)를 일본계 화학업체인 스미토모화학에 662만원에 처분한 것은 지난 2013년.

19.9%의 지분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처럼 큰 폭의 지분 처리를 단행한 것은 회사가 스미토모화학의 자회사로 새 출발하게 됐다는 민족주의적 해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즉 삼성이 사파이어 기판의 제조 및 판매에서 관심을 줄이고 LED 제품에 경영 자원을 옮기는 방점찍기로 받아들여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지분 조정을 거쳐 현재 스미토모화학과 삼성전자가 각각 80.1%, 19.9%의 SSLM 지분을 보유 중이다. 삼성이 한 걸음 물러서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며, 과연 변화무쌍한 산업계 흐름 변화에 따른 당연한 수순일까?

SSLM의 시작은 화려했다. 옛 삼성LED(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합작사로, 이후 삼성전자에 합병)가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LED 잉곳 및 웨이퍼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하면서 세워졌다.

LED 수직계열화의 꿈에서 탄생 "출발은 화려했다"

초기 자본금은 800억원 규모로 양사가 400억원씩 투자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LED 핵심 소재에서 기판·칩·패키지·모듈·완제품에 이르는 LED 조명 분야의 완전한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당시 LED업계의 전 공정 수직계열화는 삼성이 세계 최초였던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다만 LED 관련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이후 큰 추락을 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SSLM 상황을 보면 2013년 말 기준 자산 1912억원, 부채 1825억원으로 빚을 다 갚아도 자본은 87억원선이 남는 상태다.

2013년 한 해 영업손실 471억원, 당기손순실 642억원을 내는 등 적자폭이 확대됐던 점, 2012년에는 영업손실 320억원과 당기손순실 333억원을 기록한 바를 훑어보면 이 같은 선택은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양사가 각자의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분을 조정하기로 진행했던 사안이라는 평도 나올 법 하다.

아울러, 사파이어 관련 상황에서 주식을 인수받은 스미토모화학이 가진 전문성이나 삼성과의 인연을 봐도 결국 잘한 선택으로 볼 여지도 있다. 화합물 반도체인 LED는 사파이어 웨이퍼를 얇게 잘라 가공한 사파이어 웨이퍼에 발광층을 형성시켜 만든다.

스미토모화학은 사파이어 웨이퍼 주원료인 고순도 알루미나 분야의 최강 업체로 꼽힌다. 아울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스미토모 측 수뇌부와 친분이 있었고 이 같은 배경으로 합작사 설립이 결실을 맺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여기까지 보면 삼성전자와 스미토모화학 간 합작과 이후 상황 변화에 따른 지분 인수 합의 등은 적당한 선택지로 보이기도 한다.

◆설립시기 오판? 동우화인켐 사업부 인수도 다시 반영했어야…
 
여기까지만 놓고 따지면 SSLM에서 삼성전자가 지분 일부를 뺀 것은 역시 삼성이 TSST 지분 전체를 매각하며 CD롬·DVD 플레이어 등에 들어가는 광학디스크드라이브(ODD) 사업에서 철수한 사례와 유사하게도 보인다.

또 삼성이 삼성코닝이라는 합작의 틀은 정리하면서도 오히려 코닝 측 지분을 인수하는 등 유대는 유지한다는 점을 확인한 케이스를 떠올릴 수도 있다.

다만, SSLM의 탄생 시점이나, 동우화인켐의 사파이어 사업부를 인수했던 점 등을 함께 보면 삼성이 과연 합작사 설립 판단을 신중히 한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SSLM이 2011년 6월 설립 이후 증자를 거듭하면서 동우화인켐의 사파이어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외연 확장을 했던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동우화인켐은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투자한 회사다. 이 회사는 옛 동양화학(현 OCI) 등이 지분을 나눠가졌던 곳이며 반도체약품 외에도 종합정밀, 전자재료 소재 등을 취급하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1년 이후 동우화인켐 상무가 SSLM 사장이라는 점에서 보듯, 스미토모와 삼성까지 4개의 회사는 유기적으로 연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이 스미토모를 파트너로 합작을 통해 회사(SSLM)를 설립하고, 역시 또 다른 스미토모의 투자기업인 동우화인켐에서 사업부를 넘겨받는 등 투자를 단행하던 2011년 여름부터 연말까지의 상황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LED 관련 투자 필요성 특히 수직공정화 완성 욕구를 느낀 이유는 잉곳 및 웨이퍼 등 공급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LED 호황기를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세계 최초로 TV BLU(백라이트유닛)에 LED를 적용하면서 수요 창출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LED 수요가 BLU와 조명으로 크게 대표되는 것을 감안하면 관련 투자를 본격적으로 검토한 삼성의 행보는 합당한 수순이다.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미 지식경제부의 2011년 IT산업 실적 및 2012년 전망에서 보듯, LED TV의 이후 정체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고 할 수 있다.

지식경제부 자료를 보면 2011년 당시까지는 TV 수출이 선전한 것(총평)은 맞지만 이후 2년간 TV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시달렸다. 2011년 무렵까지의 이 같은 흐름에서 이후 부진으로 인한 LED(TV 관련) 정체 가능성이 예견됐다. 

이미 2011년 상황 정리에서 지식경제부는 세계 전반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TV시장의 위축은 선진시장의 보급률 포화를 배경으로 한다며, 가격 프리미엄 지속에 따른 LED TV 수요 부진 등이 작용한다는 우려를 전했다.

'프리미엄화'를 빨리 완성하지 못하고 일종의 구매'절벽'이 생기면 이때까지 이어진 LED 신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이 이때부터 TV계의 숙제로 대두되고 있었던 것.

정부나 CRT TV→PDP TV→LCD TV→LED TV로 이어지던 TV 변화는 프리미엄 TV시장 창출로 이어지나, 3D 등 프리미엄 시장의 본격적 대두는 빠르면 2013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돼 LED 관련 폭풍으로 연결됐다. 이른바 LED의 1차 공급과잉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나마 선도업체들은 BLU를 대신해 LED 시장의 또 다른 축인 조명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조명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은 점과 중국의 대대적 투자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런 점을 보면 삼성이 SSLM을 세운 것은 속칭 '상투를 잡은 투자'였던 셈이다.

◆삼성전기 때 억지, 스미토모엔 왜… 

'합작 파트너인 스미토모가 투자한 또 다른 회사 동우화인켐에서 장차 위기 국면이 우려되는 산업의 한 부서(사파이어 사업부)를 사들였다가, 이후 고전하면서 스미토모에 주당 1원 지분 털기를 결정한 것은 어떤 까닭인지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흐름을 잘못탄 불운한 투자' 정도를 지나, 'SSLM 설립 시기  자체의 판단 오류' 내지는 '지나친 자만감의 발로에 따른 투자'로 연결된다면 이는 경영상의 큰 패착인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처럼 LED와 관련된 회사를 세우는 과정, 또 그 합병 등 주변 정리를 하는 와중 전반에서 삼성은 또 무리수를 둔 바 있다.

2011년 말 삼성전자와 삼성LED(처음 SSLM이 세워질 당시의 주체)와의 합병을 위해 삼성전기가 가졌던 삼성LED의 지분을 넘겼는데, 그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바 있다.

당시 삼성전기가 보유하던 삼성LED 지분 50%의 가치는 5000억원선으로 회자됐으나, 실제 평가에서는 그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2830억원에 결정됐다. 당연히 손실을 보고 LED 사업 밀어주기에 동원된 삼성전기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처럼 그룹 내에서 무리수를 두고, 또 시기상 판단을 무모하게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SSLM 설립 등 LED 관련 행보를 보면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삼성 내부에서 어렵게 돈을 만들어서 스미토모를 좋은 일 시켜준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작 무렵에 삼성과 스미토모가 전반적인 LED 관련 업황 부담감 전망 등을 성실하게 공유하고 논의했다면, 지금에 와서 SSLM이 난국에 빠졌다 해도 일방적으로 지분을 싸게 사들이는 식으로 계약을 처리하는 것은 상도의상 맞지 않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따라서 스미토모에 삼성전자 측의 지분을 주당 1원이라는 염가에 매각한 것 등은 경영상 배임까지는 몰라도 불가항력이라는 식으로 쉽게 정리하기 어려운 과오일 수 있다. 적어도 '사업상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라는 간단한 설명으로 면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