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박삼구 회장의 특별한 여직원 사랑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2.13 16:23:0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집에 갈 생각에 설레기도 하지만 조카들 세뱃돈 걱정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세뱃돈 얘기를 하고 보니 문득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떠오르는데요. 매년 1월 직원들에게 세배를 받고 10만원씩 세뱃돈을 주는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특이한 점은 세배를 받는 것도 세뱃돈을 주는 것도 여직원에 국한된다는 사실입니다.

지난달 4일 박 회장은 그룹 주력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250여명과 함께 서울 북한산 산행에 나섰습니다. 2시간30분 동안의 산행을 마친 박 회장은 임직원들과 북한산 아래 대형 식당에서 식당을 하며 여직원 120여명으로부터 새해맞이 세배를 받았는데요.

여직원들은 4~5명씩 조를 나눠 돌아가며 박 회장에게 세배를 했다고 하니 진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배를 받은 박 회장은 이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세뱃돈을 줬고, 남자직원들의 세배는 받지 않았습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매년 초 여직원들에게만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주는 것은 오래된 관례라고 설명했는데요. 매년 각 계열사 임직원들과 돌아가며 산행을 해왔고, 산행 직후 여직원들로부터 세배를 받은 후 사비로 세뱃돈을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남다른 기업 문화에 일부 여직원들은 난색을 표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격려금이라기보다 '특이한' 그룹 전통에 가깝다는 것인데요. 남자직원에게는 세배를 받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굳이 4~5명씩 조까지 짜서 여직원 전원에게 세배를 받는 모습도 아리송하다는 겁니다.

평소 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박 회장의 친근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례라는 사측의 설명과는 부합한다고 보기엔 다소 어색한 부분입니다.

그룹 내 오랜 관례로 상징성을 가진 기업문화라면 직원 몇 명이 대표로 세배하고, 세뱃돈은 함께 나눠도 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여직원들이 받는 세뱃돈에 대해 의문을 갖는 직원도 있습니다. 올해 박 회장은 여직원 세뱃돈으로 1200만원을 사용했는데요. 사측은 이 돈이 박 회장의 사비라고 주장하지만 직원들은 믿지 않는 눈치입니다.

오히려 회사돈을 사비처럼 사용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오랜 관례라는 사측의 말에 따라 매년 세뱃돈 명목의 금액이 관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굳이 사비로 충당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는 것인데요. 세뱃돈을 받지 못한 일부 직원들의 쓸데없는 의심일까요? 

금호아시아나의 세배 문화에 대한 네티즌 의견도 다양합니다. '성희롱 아니냐'는 자극적인 지적부터 '남직원 세뱃돈 주기 싫어서 그러느냐' '회사는 그냥 회사답게 했으면 좋겠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딸 같은 마음으로 그랬겠지만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하면 기분 나쁠 수 있다'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박 회장의 특별한 여직원 사랑은 또 있습니다. 매년 화이트데이마다 그룹 계열사 모든 여직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것인데요. 박 회장의 화이트데이 선물은 2005년 시작해 올해로 만 10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사탕 선물을 받은 여직원은 국내 9700명, 해외 3900명 총 1만3600명으로 파견직원들까지 포함됐다고 하니 대단한 규모입니다. 심지어 출산휴가로 집에서 쉬고 있는 여직원에게도 사탕을 선물했다고 하네요.

금호산업·금호고속 인수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는 올해에도 박 회장의 특별한 여직원 사랑이 계속 이어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