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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5시] 농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네이밍 센스'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2.12 16: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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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춘호 농심 회장님은 신제품 출시에 있어 의사결정에 종종 관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신 회장님은 '작명의 달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죠.

그의 이름 짓기 센스로 농심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닌 대표적 사례는 새우깡과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이 있습니다.

올해로 44돌을 맞은 새우깡은 신춘호 농심 회장이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잘못 발음하는 4살배기 막내딸의 모습을 보며 제품명 힌트를 얻은 것으로 유명하죠. 최근 신 회장은 "잘 팔린다고 안주하면 순식간에 뒤처질 수도 있다"며 새우깡의 전면 리뉴얼을 지시, 제품의 포장부터 맛까지 모두 바꿔 출시한 바 있습니다.

주로 회사나 재료에서 비롯된 제품명을 쓰던 시절이었던 28년 전에 그는 자신의 성인 '신'을 매울 신(辛)으로 바꿔 파격적으로 '신라면' 이름에 붙이게한 적도 있을 정도로 작명 솜씨가 남다릅니다.

문제는 농심이 어려워진 경영환경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경영 화두로 '도전'을 던지고 새롭게 출시한 제품 이름들이 과거 명성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지난달 농심은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 대항마로 츄러스 형태의 디저트 스낵 '통밀콘'을 출시했습니다. 농심은 디저트 스낵을 올해 신제품 개발의 큰 방향으로 잡고 통밀과 옥수수로 만든 스낵에 시나몬과 커스터드 크림 분말을 더한 제품 '통밀콘'을 내놨지만 이름에서 달콤한 츄러스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평을 받으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들려옵니다.

지난 2013년에는 커피사업과 프리믹스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녹용성분이 든 커피믹스 '강글리오'를 야심차게 선보였죠. '강글리오'는 신춘호 회장이 지인들과 찾은 골프장에서 녹용을 섞은 커피 맛을 본 후 농심 R&D센터에 제품개발을 지시했다는 후문입니다. 이 때문에 제품명도 녹용의 주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신통치 않은 소비자 반응으로 고전을 면치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농심 '강글리오 커피'는 출시 초반 대부분 대형마트에 모두 입점하고 TV-CF 등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지만 가격과 맛 모두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얼핏 들으면 무슨 제품인지 감이 잡히지를 않는 '네이밍'으로 '과연 농심이 전작들과 같이 대히트를 칠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농심 경영진에서는 신춘호 회장의 '이름짓기 비하인드 스토리'가 알려지는 것초차 꺼려하는 듯한 분위기더군요.

농심 관계자는 "(신춘호 회장님의 제품 작명에 대한)이야기는 와전된 것으로 실제로는 경영진들이 결정할 뿐 회장님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강글리오 역시 알려진 바와 달리 신회장님이 실제 작명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농심 브랜드명을 직접 짓기로 유명한 신춘호 회장은 지난달 출시한 우육탕면의 '네이밍' 역시 직접 선택했다는 것으로 눈길을 끈바 있었죠.

농심의 한 임원은 지난달 진행된 우육탕면 출시 간담회 자리에서 "보통 브랜드 명 등 결정 과정에서 몇 가지 안을 올리면 최종적으로 회장님이 선택한다"며 "이번 '우육탕면'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춘호 회장님이 처음부터 '작명의 센스'를 발휘했든, 혹은 몇 가지 안중에서 최종적인 선택을 했든, 농심의 최근 신제품 '네이밍 실력'을 봤을 땐 과거의 센스가 부활돼야 할 시점이 아닌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