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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꿈꾸는 고등학생들 "여기는 벤처용광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삼성C-랩 '특별한 시너지'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2.12 1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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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용변 중 변기가 악취를 뽑아내 물로 녹여주는 기술, 이게 상용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현재의 변기 구조에서 악취를 뽑아내는 기술을 연구하는 벤처가 있다. (주)수하우스의 이 같은 아이디어는 현존하는 기술 중 악취제거 효율성이 가장 높은 제품이다.

#2. 사운드브릿지는 높은 가격 때문에 아무나 가질 수 없었던 보청기를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운드브릿지는 모바일 앱 기반의 보청 솔루션과 이와 연동하는 전용 이어폰을 개발, 기존 보청기 대비 1/5 가격으로 스마트 히어링 디바이스를 제공하겠다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3. 크레센트 코퍼레이션은 고등학생 중심으로 구성된 '젊은' 회사다. 스마트 론처라는 이 회사의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스마트폰 사용을 자율적으로 제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앱을 만든다. 제재에 유용성을 가미해 학생들이 스스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15일로 확대 개소 5개월을 맞는다. 벤처 기업들의 창업의 산실로 자리잡으면서 머지 않아 '창조경제' 탄생의 본격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끼 많은 창의인재들이 모여들어 아이디어를 치열하게 피워 올리는 공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이처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뿌리를 내리는 데에는 삼성의 창의와 혁신 노하우가 벤처 기업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사내 혁신조직인 C-랩(Creative Lab)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평가다.

C-랩 통해 '아이디어 서바이벌 게임' 동기부여

삼성은 지난해 12월 C-랩 1기가 될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전국 공모로 진행된 이 경쟁의 열기는 치열했다. 최종 18개 팀을 뽑는데 3519개팀이 공모전에 참가해 207: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발 분야는 사물인터넷(IoT)·소프트웨어·3D 프린터· 웨어러블(착용형)기기·패션·게임·영상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관심을 모았다.

이렇게 선발된 팀은 남다른 종잣돈 혜택부터 받게 된다. 준비금으로만 팀당 2000만원, 이후 노력 여하에 따라 C-랩 입주 6개월 뒤 최대 5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하지만 이는 '공짜 점심'은 아니다. 6개월간 아이디어를 다듬고 기획안을 제출해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지원 대상이 되는 영예를 누릴 수 있고, 벤처캐피털과 같은 다른 투자자 유치도 가능하다. 현장에 상주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 등 전문가들로부터 멘토링도 받을 수 있어 노력하는 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처음 창업에 나서는 이들에게 비즈니스의 실전 비법을 전수하는 것도 삼성 스타일에 맡겨져 있다.

삼성은 센터에 입주한 18개팀의 대표와 직원 등에게 삼성전자 연수원 2주간 합숙 캠프를 통해 창업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한 연구, 비즈니스 전략 보강 기회 등을 제공했다.

소중한 정보와 대기업과의 공동 마케팅 기대로 의욕

C-랩을 통해 충분히 재정적 지원 이외에 사업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미리 사업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을 다 받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큰 유무형의 자산으로 벤처인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고 있었다.

특히 삼성이 기술 멘토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벤처가 갖고 있지 않은 테스트 장비나 노하우 등을 제공받을 수 있고, 한가족처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도와주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이곳에 입주한 기업인들은 입을 모았다.

이미 다른 벤처를 창업해 상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본 경험이 있는 '고참 벤처인' 김희윤 사운드브릿지 대표는 "안정적으로 우리가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시드머니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큰 매력"이라고 손을 꼽는 한편 "(연구가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와 공동 마케팅을 기대하고 있다"고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기업의 마케팅과 유통망 노하우를 실제로 접하면서 '실질적인 도움'만 받는 게 아니라 아마추어적 경영 시각에서 전방위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접근 시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수도관의 녹을 방지하는 이음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준우 준성이엔씨 대표는 지금 센터에서 갈고닦고 있는 여러 자산을 토대로 국내 시장 안착 후 중국에 3년 뒤부터 진출한다는 자신감있는 시간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신기술을 통해 관공서를 먼저 공략하고 건설사를 그 다음 목표로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유통 채널을 바로 지원해 주므로 건설사를 공략할 수 있다"며 다소 빠른 듯한 계획을 자신감있게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다.

크레센트 코퍼레이션의 고등학생 벤처인들 역시 실리콘밸리 진출을 목표로 내걸고 연구 및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등, 경북 지역의 대표도시 대구가 이제 창조산업의 중추로 거듭날 수 있는 패기와 야심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공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