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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국정 운영 "꼬인다 꼬여"

총리 인준안 여당 강행 처리 땐 '반쪽 총리' 부결 땐 '치명타'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2.12 08: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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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기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출발과 동시에 꼬일 대로 꼬였다. 지난 연말 정국을 흔들었던 청와대 문건유출 파문의 여진이 연초 새누리당 김무성 수첩 소동으로 번진 데 이어 이번에는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발목을 잡을 태세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는 연말정산 대란이라는 예기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야당은 물론 국민 여론도 돌아섰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지지율 20%대 곤두박질…당·정·청 엇박자

새누리당 지도부에 이어 원내지도부도 친박(親 朴·친박근혜)계를 평정한 비주류 일색으로 재편됐다.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 급락 탓인지 여당 지도부는 벌써부터 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증세 논란에 맞선 당·정·청이 한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다른 목소리를 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와중에 제1 야당의 지도부는 '강성' 옷으로 갈아입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당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정계 은퇴까지 시사하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한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출마 선언 때부터 상대 후보가 아닌 청와대를 겨냥했다.

예견된 대로 문재인 대표는 당선 직후부터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예고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유죄 판결까지 등장하면서 박근혜 정부 '정통성' 논쟁도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문 대표가 지난 2012년 12월 19일 박 대통령과 결전을 치렀던 야권 단일 대통령 선거 후보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정원 대선개입 유죄 판결에 대해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다만 판결 다음날인 10일 당초 예정을 앞당겨 새누리당 지도부와 전격 회동한 데서 초초함만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여러 가지 직면한 문제들이 많으니 잘 좀 해결돼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도와 달라"며 협조를 부탁했다.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격주로 만나 정책을 논의하는 당·정·청 정책협의체 신설도 이 자리에서 나온 합의안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유죄 판결…野 "사과하라" 압박

반면 문 대표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에서 저질러진 일이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진실을 은폐하고 검찰 수사를 가로막았기 때문에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는 논리다.

청와대 처지에선 최근 며칠,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이다.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소식이 난맥(亂脈)과 같다.

더욱이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불통(不通) 논란을 해소하고, 인적 쇄신 요구에 부응하고자 발탁한 정권 첫 정치인 총리 후보는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총리 지명 직후부터 부동산 투기·병역 기피 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던 이완구 후보는 10~11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엉킨 실타래 의혹도 풀지 못한 채 '언론외압' 녹음파일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정치인 총리 기용으로 집권 3기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으나 오히려 구석에 몰린 셈이다.

박 대통령이 내민 '이완구 카드'가 처음부터 난제였던 것은 아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정치권에서 '충청대망론'을 거론하며 호들갑을 피웠던 게 불과 엊그제 일이다. 애초 새정치연합이 이 후보의 총리 임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던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충남도지사를 지낸 데다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의원인 이 후보는 마땅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여권에 기대감을 높였다.

같은 충청 출신인 '반기문·안희정 카드'에 견줄 만한 차기 충청권의 맹주라는 섣부른 예측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 탓에 청와대와 여당은 여유 있게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였다.

◆'정치인 총리 기용' 집권 3기 시나리오 무산 위기

이는 청와대가 총리 인준 일정에 맞춰 이번 주 중 새 총리로부터 각료를 제청받아 이르면 개각까지 단행하고, 청와대 인사 발표를 구상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야당 지도부는 총리 인준과 관련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문 대표는 "(총리 후보 낙마가)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후보의 '자진 사퇴'까지 촉구했다.

원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당이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 국회에서 통과돼도 첩첩산중이다. 새누리당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데다 이 후보는 '반쪽 총리'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의혹백화점'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이 후보가 제대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당 내부에서조차 회의론이 일고 있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앞서 지명된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가 청문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데 이어 이 후보마저 낙마한다면 박 대통령은 향후 국정 운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 후보 임명동의안이 12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월 정국엔 긴장감만이 감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