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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제윤 위원장 '을미년 2월10일' 기억해야

나원재 기자 기자  2015.02.11 18: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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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IT·금융 융합 촉진을 위한 현장간담회 자리가 10일 IBK기업은행 본점에 마련돼 ICT·금융업계 화두인 '핀테크(FinTech)'를 중심으로 관련 업계별 고위임원들의 의견이 쉼 없이 오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건강한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주요 구성원인 은행과 핀테크업체, 벤처캐피탈 회사 관계자 등과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골자지만, 저마다 바라보는 '핀테크'의 모습은 각도마다 달랐다.

앞서 신 위원장의 약속은 조속한 시일 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핀테크 지원센터를 설립해 행정·법률상담, 자금지원, 컨설팅 등 핀테크 창업에 필요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다. 금융위원회도 관련 지원방안을 설정한 바 있다.

아무튼 간담회 참석자들은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민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 건의사항을 늘어놨다. 날선 대립각은 없었지만 대체적으로 상대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름과 공감의 연속이었다.

다만, 핀테크업체는 금융권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은행권은 보안의 담보성을 얘기하면서 여전한 평행선을 보인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은행권은 지금까지 제도 등이 너무 잘 갖춰졌기 때문에 시대가 요구하는 만큼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신기술 도입으로 생각하면 잘못 도입됐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로 전가될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이 늦게 조성됐을 뿐더러, 보안이 보장되지 않는 신기술 도입은 상당히 위험해 점차적인 도입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빅데이터 분석의 가치창출도 언급됐다. 핀테크 분야 중 송금과 지급결제를 제외한 대출, 자산관리 등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분야가 있지만 잇단 보안사고에 계열사 정보 공유가 어렵게 돼 상품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한계가 있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와 함께 핀테크가 지불결제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은행의 먹거리 부분이 침해되고 있지만,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공유하면서 생태계를 만들고 공생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도 새나왔다.

은행권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비슷했지만, 핀테크업체는 은행을 '관습의 호랑이'에 비유하기도 했다. 토끼 같은 기술을 개발하고, 사자 같은 당국 규제를 피했더니, 호랑이 같은 금융사의 관행이 남았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의 특징으로 모든 기업들이 역량을 내재화하려 하고, 책임감을 가진 채 같이 커나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분석과 제각각 움직임보다 영국 등 선진화된 시스템을 보면서 스타트업과의 스킨십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첨언도 있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지만 은행 등 전담 조직이 없어 '컨택 포인트'를 못 찾겠다는 불만 섞인 의견에도 참가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느슨한 보안이라도 잘 얽으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점과 일관성 없는 규제는 보안을 해체한다는 전문기업의 지적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되새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에 충실하면 과거에 충실한 것이고, 이는 미래에 충실한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미래 금융을 이끌어갈 대한민국 핀테크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 위원장이 이날 나온 얘기를 한 그릇에 어떻게 담아낼지가 관건이다. 을미년 2월10일은 신 위원장에게, 그리고 관련 업계에게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