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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글로벌 하청기지' 모양새 어쩌나

노병우 기자 기자  2015.02.11 14: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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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완성차업체 중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는 모두 외국자본이 대주주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모기업 전략에 따라 재미를 보기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에 시달리기도 한다. 

특히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은 본사 글로벌전략이 바뀔 때마다 구조조정 공포에 떨어야 하거나, 툭하면 터지는 철수설에도 시달려야 한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은 점점 더 글로벌 하청기지로 취급을 받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은 판매부진을 겪고 있을 당시 르노의 스페인공장에서 생산해 물량을 전량 수입하는 QM3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최근에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로부터 위탁받아 생산 중인 닛산 로그의 연간 생산량을 기존 8만대에서 11만대로 확대하는 등 수출물량까지 확보했다.

이러한 점은 르노삼성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략에서 수혜를 입은 것으로 평가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르노삼성이 해외 판매대리점이나 생산기지가 된 것 아니냐는 논란도 함께 일으키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모기업의 처방이 신차개발이 아닌 수입상이나 일감 몰아주기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QM3의 물량공급시스템으로는 르노삼성의 주된 수익모델이 될 수 없고, 부상공장에서 생산되는 닛산 로그의 물량은 언제든 빠질 수 있다. 즉, 부산공장의 일감만 조금 늘어났을 뿐이지 모기업의 생산기지가 됐다는 점에서는 위상이 더 추락한 느낌이다.

한국GM 역시 르노삼성과  일정 부분 같으면서도 다소 다른 형편이다. 한국GM은 작년 출시한 말리부 디젤이 수입되는 파워트레인 탓에 국내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판매량이 예상을 웃돌았지만 초기 물량 확보에 실패한 것.

또 한국GM은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생산전략에 따라 유럽에서의 쉐보레 브랜드 철수를 비롯해 국내에서 생산되던 물량이 일부 다른 공장으로 빠져나간 탓에 완성차 수출과 반조립제품(CKD)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GM은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부평 2공장의 중형차 생산라인을 소형차 주력인 1공장에 일부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노조는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이런 만큼 한국GM 노사는 생산물량 문제로 심각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GM이 르노삼성의 QM3처럼 모기업 GM의 주력 대형세단인 임팔라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사의 대치는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GM 경영진이나 르노삼성 사장은 노조의 높은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생산물량을 늘리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반드시 조정이 필요한 부분인 까닭이다.

물론, 한국GM과 르노삼성 입장에서 차량을 수입 및 판매하거나 위탁생산하는 것은 전략의 일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향후에도 계속해서 손쉽게 새 모델을 수입해 판매하거나 위탁생산한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규모나 경쟁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체 신차개발 능력과 해외시장 개척 역량 등을 갖춰 글로벌시장에 당당히 맞서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신차개발 △내수·수출판매 △재투자 △신차개발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선순환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단순히 모기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글로벌 하청기지나 해외 판매대리점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