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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김병호 신임 은행장 업고 통합 '2라운드'

잇단 사태에 리더십 검증 무대 예상돼 부담 가중, 성공적 '원 뱅크' 다짐

나원재 기자 기자  2015.02.10 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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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금융그룹이 차분해졌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뒤숭숭했던 그룹은 차기 하나은행장 선임이란 카드를 꺼내들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모양새다. 그룹은 9일 김병호 직무대행을 신임 은행장에 선임했다. 아무래도 최근 벌어진 통합 사태에 경영안정을 최우선과제로 꼽은 이유가 크다. 같은 맥락이지만, 신임 은행장 리더십 검증과 통합은행장 선출이 그룹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내용을 살펴봤다.

하나금융그룹은 9일 김병호 하나은행장 직무대행을 신임 하나은행장에 선임하고, 그룹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룹은 이날 은행의 경영안정을 위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 하나은행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그를 단독 추천했다.

무엇보다 신임 김 은행장이 핵심 성장동력인 글로벌 분야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동시에 원활한 양행 통합,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룹에 따르면 후추위는 신임 김병호 은행장에 대해 지주와 하나은행에서 전략과 재무, 기업영업부문 등을 두루 역임하면서 국내외 부분을 아우르는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춘 적임자로 평가했다.

또, 신임 은행장은 직무대행 기간 중에도 온화한 성품과 실행력을 바탕 삼아 관행적인 회의와 보고체계를 효율적으로 변화시키고, 격 없는 토론과 소통을 이뤄 조직안정을 이끌었다.

김정태 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 신임 김 은행장이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역할을 원활히 수행해온 만큼 안정적인 지배구조체계 구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시기에 핵심역할, 색다른 행보 기대

내달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김 회장의 연임과 끝이 보일 것만 같았던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의 법원의 가처분 결정 등 중요한 시기에 꺼내든 카드인 만큼 김 은행장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 4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제기한 합병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오는 6월 말까지 미뤘고, 하나금융그룹은 다음 날 합병 예비인가를 철회하면서 경영공백이 우려돼온 상황이다.

당초 조기통합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은행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있던 터라 부담의 무게는 더하다.

고객과 직원, 노조와 많은 대화를 갖고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고, 전국 영업점을 돌며 '호프데이'를 갖는 등 대내외 소통을 했다는 전임 하나은행장의 평가를 뛰어넘을 김 은행장만의 행보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 김 은행장은 김정태 회장에 대해 "법원결정의 무력화를 시도한다"며 일갈한 외환은행 노조의 지속적인 움직임에 어떠한 역할로 맞설지도 궁금해진다. 

노조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벌써 지켜졌어야 할 2·17 합의서 이행의무를 법원이 다시 확인했지만, 하나금융그룹은 이의신청 방침과 담당임원 해임, IT통합 강행 등 격렬한 저항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하나지주와 외환은행 경영진은 더 이상 무익하고 소모적인 조기통합 강행에 시간과 비용, 인력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주회장은 연임을 위해 외환은행을 쑥대밭으로 만든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해외진출 가속화 토대 마련에 이목 집중

김 신임 은행장이 짊어질 짐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그룹 말마따나 김 은행장은 국내외에서 전문성을 갖췄고, 그룹의 해외진출 가속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적임자다.

그룹은 지난해 12월 출범한 통합 중국하나은행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가운데 양행 통합이 마무리된 이후 해외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도 마련한 상태다.

통합 중국하나은행 출범식 당시 김 은행장이 직무대행으로 참석해 그룹의 비전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던 만큼 양행 통합부터 이후 시너지 제고까지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이와 관련, 김 은행장은 10일 취임사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엄숙한 사명감을 느낀다"고 제언했다. 은행장으로서 변화와 도전의 시기에 위기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철저한 이해를 하는 게 위기를 극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다짐도 전했다.

그는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고객기반 확대 △리스크 관리 명가의 자존심 회복 △신성장동력 강화 △성공적인 원뱅크(One Bank) 토대 구축을 꼽기도 했다.

김 은행장은 "혁신을 기반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중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개기반 강화다"며 "고객 수 증대를 위해 본부 중심의 기관영업과 집단영업을 강화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고객 세분화를 통한 타깃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맞춤전략과 상품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전 직원의 리스크 마인드 제고 등 문화를 재정립하고, 부문 간 균형 있는 여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겠다"며 "미래 지속성장을 이해 R&D 센터를 신설, 핀테크 등 신기술을 활용한 신규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IT 기업 등 전략적 파트너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수익원을 확보하겠다"고 역설했다.

특히, 김 은행장은 스마트금융 기술과 인프라를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동력인 글로벌 부문과 접목시켜 새 사업기회 제공 및 새로운 수익원 창출 기회로 삼고, 성공적인 원뱅크(One Bank) 토대 구축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법원 결정으로 물리적 통합이 다소 지연된 것을 상기시키며 "그간 양행이 선(先) 물리적 통합, 후(後) PMI(합병 후 통합)을 추진했다면, 이제 화학적 통합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면서 부문 간 협업과 공동 광고·홍보 등으로 양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은행장은 각 영업점과 영업본부가 지역별 특화은행이 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해 지역별 최고은행이 되면 국내 최고은행 목표는 저절로 달성될 것이라는 복안도 겉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