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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대군인과 설 명절

조성목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 센터장 기자  2015.02.10 09: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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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월4일 입춘(立春). 가가호호 대문마다 대들보마다 내걸리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의 입춘축문처럼 한겨울이지만 만물 소생의 봄소식이 들려온다.

2015년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국가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분단 70년을 마감하는데 기여하는 '명예로운 보훈'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국가를 위한 공헌에 부응하는 예우 강화를 목표로 보상금을 인상하고 복지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나라를 어떻게 찾고 지켰는지를 알리기 위해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며 상해·중경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 등 국외 독립운동 유적을 보존하고, 사료 발굴을 통해 독립운동을 재조명하며 국가의 소중함을 인식하도록 할 계획이다. 

더불어 생존 애국지사의 수가 점차 줄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그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10주기 행사일 수 있음을 상기하며 의미 있게 추진하려 한다.

명예로운 보훈업무의 또 다른 축에는 제대군인 일자리 5만개 확보라는 국정과제가 있다. 지난해 3만개를 확보하고 올해는 7500개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청춘을 국가에 헌신하고 전역한 대다수의 제대군인은 민족 최고의 명절 설을 앞두고 고향에 가야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어느 제대군인의 수기를 보면 이렇게 기록돼 있다.

주변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고 형제와 친구들에게 전화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고 새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겁이 난다.

'젊은 나이에 연금이나 받아먹고 안주하는 무능한 백수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은 내 안의 평정심을 잃게 하고 더욱 조급하게 만든다.

면접관으로부터 "군대 생활하면서 고생하신 것을 알기는 하지만 회사가 손해 보면서 사람을 고용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마치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구걸하는 느낌이 들어 정말 부끄러웠다.

새로운 제2의 인생플랜을 잘 이끌 수 있을 거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는 이제 커다란 취업의 장벽 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현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나의 무모한 용기를 조용히 잠재웠다.'

장기간 군 생활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활해 온 중·장기복무 군인 중 매년 5000~6000여명이 전역을 하지만, 그들이 새로 사회에 정착하는 인원은 50% 남짓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청년실업까지 최악인 가운데 제대군인의 성공적 사회복귀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절이라고 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처자식과 함께 고향을 찾기가 어렵다. 군복무 시절에는 비상대기로 제대로 휴식도 못해보고 대신 아내와 자녀들만 남편도 없는 시댁에 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군복무에 대한 보람과 달리 전역을 했음에도 고향가기가 부담스럽다고 제대군인은 말하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 군의 능력은 묵묵히 조국을 지키고 수호하는 것 그 이상의 가치로 발현되고 있다. 군 생활이 아니면 결코 갖출 수 없는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 안보의식으로 무장된 제대군인. 그러나 그들은 "전역을 명(命) 받았습니다. 그러나 갈 곳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제2의 인생 서막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만이 두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에 2017년까지 일자리 5만개를 확보하고 제대군인을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정부의 이러한 계획이 계획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명절을 앞두고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의 세찬 눈바람 속에 그들이 내몰리지 않고,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한겨울의 봄소식처럼 다시 한 번 용기 낼 수 있도록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참여 속에 모두가 청마처럼 힘차게 정진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