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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진방템프 공소 중 '탄원서' 요구에 파견업계 "선처, 당위성 없다"

민감한 '임금체불건' 밀린 임금만 3억…체당금 의존 말아야

특별취재팀 기자  2015.02.10 10: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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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재제일주의와 고객감동을 목표 삼아 지난 1989년 설립된 진방템프그룹(대표 김선규)이 근로자 임금체불에 따른 공소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웃소싱기업의 리딩업체로 성장한 기업의 추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만감이 교차한다. 진방템프그룹의 폐업과 파산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여러 추측들만 나돌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말 (사)한국HR서비스산업협회(이하 협회)에 '존경하는 재판장님!'으로 시작하는 탄원서 한 통이 도착하면서 업계가 술렁였다.

김선규 진방템프그룹 전 대표가 재판과정에서 필요한 탄원서를 요구한 것으로 재판장이 정상참작을 위해 탄원서가 필요하다고 해 협회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요청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청탁'에 가까웠다.

협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전달했다. 탄원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협회 임원과 회원사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탄원서를 내려면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파악이 우선인데 경위 설명 없이 무조건 탄원서에 날인해달라는 식의 행태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임금체불'건에 대해 협회 차원의 탄원서를 내는 것은 협회는 물론 소속임원, 회원사 모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 사업자 모두는 잠재적으로 임금체불의 위험성이 있기에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는 파견기업이 잠재적 부실을 안고 있다고 확대해석될 수도 있다며 경계심을 내비쳤다.

◆작년 10월 기준 임금체불 공소장 6건 접수·피해자만 95명

진방템프그룹은 현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등의 죄명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김 전 대표는 현재 직원들의 △급여 △퇴직금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지급하지 않는 등 각종 임금체불로 지난해 6월부터 거의 매월 검찰로부터 공소장이 접수된 상황이다.

작년 10월 기준 총 6건의 공소장이 접수됐고 진방템프그룹의 피해 직원수는 95명으로 피해액은 3억원에 달한다. 이 중 지난 2002년부터 작년 3월까지 근무했던 A씨의 경우 3500만원 이상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방템프그룹은 공소장이 제기될 당시 KBS를 비롯해 △중소기업진흥공단 △현대모비스 △현대홈쇼핑 △아모레 △씨제이대한통운 등 국내 대표 사용사(원청사)에 상시 900여명의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었다.

진방템프그룹은 원청사로부터 받은 임금을 파견 직원에게 주지 않은 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20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임금을 받지 못한 A 사용사 관계자는 "일한 직원의 급여를 정산했는데 직원들이 파견사로부터 못 받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파견비를 받아 급한데 쓰고 각종 항의는 원청사에 들어오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이면 누가 믿고 파견회사와 거래를 하냐"며 "불법파견 소지가 있어도 관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며 어떤 용도로 사용한 것인지 실태부터 파악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기 노린다면 직원·사용사 신용 얻어야

파산을 맞는 기업들을 보면 크게 보면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파견산업이 아닌 전혀 관계가 없는 이(異)종으로 사업을 확장한 경우, 원청사 부실로 도급비를 받지 못했다거나, 경영상의 큰 실수를 했을 때다.

지난해 5월 파산한 위드스탭스의 경우는 원청사의 부실 탓에 도급비를 받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진방템프그룹은 원청사의 부실이라기보다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경영상황이 악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파견산업은 '사람을 남기는 산업'인 만큼 직원을 비롯해 사용기업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김 전 대표는 "기업 파산에 있어 고의성이 전혀 없었고 공소장에 나타난 임금 체불은 거의 체당금으로 변제했다"고 응대하는 중이다. 허나 애초부터 체당금을 통해 변재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한국노동시장의 정상적인 발전 초석을 다진 진방템프그룹 대표 김선규 회장의 공로를 높이 사야 된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야 된다고 사료됩니다."

이는 김 전 대표가 직접 작성한 탄원서 내용의 일부다. 이에 대해 파견업계에 20여년 종사한 관계자는 "지금 김 전 대표의 작태는 사업적 도덕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한 후 사업을 재기하기 위해 재판 과정에서 소위 꼼수로 면책 받으려는 행위는 지탄의 대상"이라고 비난의 날을 세웠다. 

파산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고 또한 직원들에 대한 임금체불로 인해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재기'를 꿈꾼다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직원들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관계자는 또 "먼저 그동안 파견 산업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업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어야 할 것이며 직원들의 임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직원들에게 인심을 잃고 사용기업이 등을 돌린 상태에서 업계에서 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기를 노리고 있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깨끗했다고 자부하는 기업들이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사업을 하면서 부도가 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때 '어쩔 수 없었구나'라는 이해 정도를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체당금이 만능열쇠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체당금 제도는 이번 사건을 통해 살필 수 있듯이 근로자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것인데 이를 사업주가 너무 쉽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잘못된 경영 탓에 영업이 어려워지면 파산하고, 체당금으로 변제한 후 다시 사업을 영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가 업계 발전에 암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이번 사건을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계기로 삼아 파견업계의 올바른 경영자 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