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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2.0 탐방 37] 행복나눔 금융인 협동조합 '미생에서 완생으로'

금융권 퇴직자 전직지원, 소외계층 경제교육·재무설계서비스 추진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2.09 11: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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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권 퇴직자들이 뭉친 '행복나눔 금융인 협동조합'이 지난해 12월 탄생했다. 설립 동의서를 제출한 조합원만 105명, 국내 최초의 금융권 협동조합이라는 상징성에 어울리는 대형 조직이다.

조합은 지난해 12월17일 창립총회를 열었으며 오는 23일 첫 조합원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국내 대표 전문직종인 금융권 출신들이 모여 다양한 연계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청사진만으로도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고령사회고용진흥원 300시간 스파르타 교육

'행복나눔 금융인 협동조합'의 시작은 고령사회고용진흥원(회장 조갑룡·이하 진흥원)이 금융업계 퇴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적 경제기업 설립과 시니어 금융전문가 과정이었다.

300시간의 빡빡한 교육과정을 수료한 200명의 금융권 출신 인사들 가운데 협동조합 설립에 뜻을 모인 100여명이 완성한 작품인 셈이다.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유미란 이사장은 이를 '20일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조합원 모집부터 실무진 구성, 설립동의서 통과와 창립총회까지 불과 20여일 만에 마무리됐다"며 "금융권 출신이라는 공통점 말고는 서로 다른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렇게 빨리 뭉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회고했다.

1998년 IMF 구제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시절 은행을 떠날 당시 유 이사장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과 인연을 맺은 이후 본인이 쌓았던 경력과 금융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런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출신들이 모인 진흥원 교육프로그램은 좋은 기회였다. 현재 조합원의 80% 이상은 은행권 근무 경력을 갖춘 베테랑이며 보험, 증권, 카드사 출신 인사들이 모여있다.

조합이 추진하고자하는 핵심사업은 금융권 퇴직자들의 전직 지원과 재교육,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경제교육과 재무설계 등이다. 여기에 개별 금융사의 업무용역을 수주하는 것 역시 중·장기적인 목표로 잡았다. 당장 사업성을 논하기에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유 이사장은 "사실 협동조합을 통해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다"며 "금융권 선후배가 뭉쳐 재능기부 형식으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조합원 전직지원으로 '연착륙' 이후 사업구체화

최우선 목표는 조합원의 전직지원 사업을 구체화해 사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조합 설립 발기인으로 참여한 정종태 이사는 "내부적으로 설문을 진행하니 가장 원하는 부분이 전직지원과 교육컨설팅이었다"며 "타 업종에 비해 퇴직 시기가 빨라 상당수 퇴직자들이 준비 없이 직장에서 나온 경우가 태반"이라고 제언했다.

정 이사는 "퇴직하기 전부터 은퇴 이후를 위한 '소프트랜딩(연착륙)'이 필요한 상황에서 조합이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아직 신생 조합으로 시장 입성이 쉽지는 않지만 진흥원을 통해 상당 부분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첫걸음은 이달 23일 시작되는 조합원대상 전직지원컨설팅이다. 생애설계와 창업시장 리서치, 재취업 관련 트렌드 등의 커리큘럼을 짰으며 한국고용정보원 패키지를 이수한 이사들이 주축으로 전수할 예정이다. 향후 프로젝트 수료자들을 중심으로 교육사업과 자체 교육프로그램도 창출도 추진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조합원이 대상인 만큼 조합에 가입하려면 금융권 종사자 출신으로 진흥원의 시니어금융 전문가 과정과 사회적경제기업 설립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카페 '금융사무협동조합(http://cafe.daum.net/ficoop)'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 이사장은 "많은 조합원들이 높은 임금보다 경험과 노하우를 유지하면서 활동할 기회를 원한다"며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에 불과한 고급인력이 대부분이라 조합을 통해 인생 이모작과 사회봉사라는 성취감을 누릴 수 있도록 열심히 꾸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