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D-1 野 전대]정치적 명운 가를 관전포인트 셋

'대권 주자' 굳히기냐 '정치 9단' 전세 역전이냐 혹은 '86 간판' 화려한 입성식?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2.07 19:17:0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2·8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한 문재인·이인영·박지원(기호순) 후보는 7일 막판 표심을 공략하며 집중 선거전을 펼쳤다. 도(道) 넘은 비방전에 '정계 은퇴'까지 시사하며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임하는 이들 후보의 정치적 명운도 내일이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선주자(문재인)의 굳히기가 될 것인지, 정치 9단(박지원)의 전세 역전이 펼쳐질지, 아니면 86그룹 간판(이인영)의 화려한 지도부 입성식이 될 것인지 제1 야당의 전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반영 비율 가장 높은 대의원(45%) 표심 향배는?  

문재인·박지원 후보 측은 이날 모두 서로의 승리를 장담하며 마지막 남은 대의원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서 현장 대의원 투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결과의 45%로 반영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때문에 대의원들의 투표 참여율이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 후보는 이날 외부 일정 없이 국회 의원회관에 나와 대의원 조직 핵심인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당 대표 후보 중 유일한 대선 출마 경험자로서 높은 인지도를 활용한 막판 굳히기에 나선 것.

문 후보 측은 경선 룰 논쟁의 여파가 권리당원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대의원 표심 공략에 집중하는 중이다. 자체 분석으로 박 후보를 제쳤다는 판단이지만 어차피 승기를 잡는다면 박 후보와의 격차를 많이 벌려놔야 전대 이후 당 운영에도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마지막까지 집안 단속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3일 전북에서 시작한 '진심투어'를 이날은 경기북·남부에서 시작해 전남까지 이어지는 선거전으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막판 선거운동을 자신의 지역구(전남 목포)가 있는 전남에서 펼쳐 '집토끼' 결집에 총력을 쏟겠다는 계산이다.

박 후보 측은 선거전 막판에 불거진 룰 논쟁이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심을 박 후보 쪽으로 기울게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재인 대세론'을 '동정론'으로 꺾었다는 자신감이다. 박 후보 측은 오차 범위 내 승리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문 후보가 이달 5일 성명에서 당권 도전 실패 시 정계은퇴 가능성을 시사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것도 이런 판세와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다.

'세대교체'를 내걸고 당권 도전에 나선 이인영 후보도 이날 외부 일정 없이 대의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특히 부동층 공략에 몰두하고 있다. 룰 갈등을 겪으며 문재인·박지원 후보 간 비방전이 전개되면서 두 후보에서 이탈한 표심까지 잡겠다는 것.

이 후보 측의 이 같은 공략은 두 후보 간 치열한 네거티브전이 부동층까지 파고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더욱이 부동층의 경우 현장 연설을 보고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는 속성이 있는 터라 연설에 강한 이 후보의 장점을 살려 현장에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여론조사 합산방식 변경…인지도 높은 문재인 패착?

당 안팎에서는 경선 결과에 반영될 유불리를 두고 막판 파행 위기를 불러왔던 룰 해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앞서 문 후보는 지난 2일 작년 말 결정된 당 대표 선출 시행세칙에 대해 항의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가 이를 받아들이자 이번에는 박 후보가 '친노(親盧·친노무현)의 반칙'이라며 경선 불참까지 언급하는 등 위험한 고비를 맞았다.

쟁점은 경선 결과에 25%가 반영될 여론조사를 합산할 때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항목을 비율에 반영할지 말지에 대한 논란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 항목을 비율에 반영한다고 결정했지만, 전준위는 반영하지 않기로 최종 유권 해석을 내렸다.

새정연 전대는 대의원 투표(45%), 권리당원 투표(30%), 국민과 일반당원 여론조사(25%) 결과를 반영해 당 대표를 뽑는다. 쟁점은 25%를 반영할 여론조사의 수치 계산 방식이었다.

가, 나, 다 후보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서 가 후보 25%, 나 후보 35%, 다 후보 20%, 지지후보 없음 20%으로 나왔을 경우, 바뀌기 전 시행세칙에 따르면 가·나·다 후보의 득표는 25 대 35 대 20이 된다.

그러나 최종 결정된 시행세칙에 따라 지지후보 없음 비율을 빼고 가·나·다 후보의 득표를 100으로 정하고 계산하면 가·나·다 후보의 득표는 31.25 대 43.75 대 25가 된다. 대권주자로서 세 후보 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문 후보는 지지후보 없음을 빼야 유리하고, 인지도가 낮은 후보는 불리한 것이다.

게다가 국민 여론조사는 60%, 일반당원 여론조사는 40%가 반영되는 탓에 대중적 인지도에 앞서는 문 후보에게 유리한 합산방식이라는 게 당 내부의 시각이었다. 당 지도부가 전준위에 결정을 위임한 상황에서 최종 결정된 시행세칙이었음에도 박 후보 측의 반발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은 까닭이다.

이에 박 후보 측은 연일 문 후보 측을 비방함과 동시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동정표 자극에 나섰다.

룰 갈등이 문 후보 쪽에 타격을 줄 수 있을지, 아니면 막판까지 룰 파동을 부채질하며 동정론에 기댄 박 후보 쪽에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지 지켜볼 만하다.

◆도 넘은 비방전…전대 후유증 극복이냐, 분당이냐?

이번 전대는 "흥행도 없고, 감동도 없다"는 지적 속에 룰 갈등이 빚어진 직후부터는 "비방전, 난타전, 혼전만이 난무하다"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문재인·박지원 두 후보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당 내부에서는 "전대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전대 출발부터 친노냐 비노(非盧·비노무현)냐를 가르는 계파 갈등에서 시작해 룰 파동을 겪으며 계파 간 알력은 물론 지역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상황도 새정연에 유리하지 않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공직 상실에 따라 치르게 된 오는 4월 보궐선거와 '국민모임'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 일부에서의 '진보적 대중정당' 창당 움직임은 잠복했던 '진보 재편론'은 물론 새정연 '분당론'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진보진영 안팎에서는 새정연 분당을 전제로 한 통합 시나리오도 나돈다. 옛 민주노동당 계열인 정의당·노동당이 함께하는 '소통합', 여기에 국민모임과 정동영 전 의원 등 새정연 이탈파가 가세하는 '중통합', 또 옛 안철수 신당 세력과 통합진보당 세력까지 포함하는 '대통합' 시나리오 등이다.

물론 아직까지 당 내부의 시각은 신당 합류에 비판적이다. 전북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당 대표를 선출하면서 계파와 지역을 고민하겠지만, 당 주변을 둘러싼 상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누가 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인지 적합한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 야당의 연초 최대 이벤트인 전대가 내일이면 피날레를 맺는다. 당을 추스르는 구심력이 힘을 얻을 것인지, 분당과 신당 창당 합류로 향하는 원심력이 더욱 커질지 그 결과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