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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이 보고서, 박근혜 대통령의 허를 찌르다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2.06 14: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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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고언'을 담은 '대통령 지지도와 국정운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부제 역시 '역대 대통령 지지도 변동의 시사점 및 제언'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릴 만합니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가 주목을 받는 까닭은 박 대통령 지지율 30% 붕괴라는 현 상황을 타개할 비책이 담겨있기 때문인데요. 과연 어떤 내용이 실려있는지 들여다볼까요.

먼저 대통령 지지도와 국정운영에 대한 12가지 제언 중 △여당의 협조는 자동적이지 않으며, 원활한 관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네요. 지난 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유승민 의원이 선출되면서 당지도부는 물론 원내지도부도 '비박(非朴)'계 위주로 진용이 갖춰진 모습이 떠오릅니다.

△절차적 측면을 중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보입니다. 이 제언은 덧붙인 설명이 기막힙니다.

"대통령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이끌고 간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도록 하고, 아무리 중요하고 옳다 하더라도 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 등 절차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고, 귀찮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른 의견, 반대 의견을 들으면서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세월호특별법, 공무원연금 개혁, 연말정산 체계 개편 등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고, 검찰수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청와대 문건유출 파문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찌라시 수준'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두고 한 경고일까요.

△임기 중반 이후에는 '지지 세력의 결집'만으론 부족하며, 중도 성향 지지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중도 개혁 이미지의 제시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여기선 '친서민 중도실용'이나 '동반성장'을 내세워 국민적 공감을 얻고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범 사례로 꼽혔네요.

△외교적 성과나 정치적 이벤트의 영향은 단기적이어서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야당과 적절한 소통과 유지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있습니다.

핵심 제언은 △임기 초의 지지율을 과신하지 말라. 지지도 하락은 필연적이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임기 말의 '레임덕 대통령'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거죠. 길어야 3년이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합니다. 이 정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IMF 사태와 겹쳐지면서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보고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목합니다. 문민정부로서의 시대적 소명을 분명히 잘 알았고, 임기 초에 그것을 실행했다는 거죠. 이어 "역사적으로 오랜 군부의 지배를 종식하고 한국 정치를 문민화시킨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렇다면 정치학 전공 교수들에게 의뢰해 작성된 이 보고서의 연구 완료 시점은 언제일까요. 1년쯤 전인 지난해 3월이라고 합니다. 시사하는 바가 있어 재작성했다고 하는데요.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과 청와대가 불통(不通)의 대명사로 떠오른 최근 상황에서 참으로 신통방통한 보고서가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