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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요청 거부하더니 자료 새로 받겠다? 중기청 행정 논란

'재량권 0으로 수축'이론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2.06 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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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적격단체를 다시 선별하는 '옥석 가리기' 작업에 직면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명의로 발송된 공문에 따르면, 정회원 자격 점검에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합회에 속한 정회원들은 오는 10일까지 회원단체 대표자 및 임원현황, 회원 명부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법정단체로 출범 당시 중소기업청의 승인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청은 25일로 예정된 임원선거를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연합회 정회원에 대한 자격 점검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지난달 15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는 단체는 임원과 회원 등 구성원이 90% 소상공인으로 이뤄져 있어야 한다(구법에서는 이 요건이 더 높았음). 이른바 적격단체 해당 여부다. 하지만 정회원 단체 가운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일부 단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회장 선거 투표권을 갖게 될 정회원이 누군지 시비가 붙는 것은 이번 선거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는 문제다. 또 애초 출범 당시부터 소상공인연합회가 임원 선출 등에서 극심한 오류를 안고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심각한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청이 이 문제를 들여다 보려고 감독권을 발동, 자료를 수집한다면 이는 일응 타당해 보인다.

◆중기청, 애초 적격단체 심사 자료 공개 못하고 새 자료 취합?

하지만 문제가 있다. 중기청은 현재의 갈등 국면에서 이미 정보공개에 대한 요청을 받았지만, 이런 문제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분된 두 계파 가운데 한쪽에서는 이미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한 바 있으나 중기청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9일 중에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 소장이 접수될 예정이다.

이 실사 자료를 두고, 새삼 지금 자료 제출을 요청한다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자료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또 실사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 자체가 소상공인연합회 탄생 과정에서 단추를 잘못 꿴 바를 바로 입증할 방증이 되기 때문에 공개 의미가 높은데, 이에 대한 공개요청은 거절하고 다시 자료를 받아 들여다 보는 '배경'에 의문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구자료 자체가 이미 적잖은 진통 과정에서 진행된 것이라, 상당히 세심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소상공인연합회의 양분 상황은 근래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이미 법정단체 출범 단계부터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연합회의 탄생 전에 이미 창립준비위원회와 창립추진위원회가 서로 경쟁하면서 갈등을 빚다가 간신히 공동회장 체제로 봉합하면서 출범한 바 있다.

그래서 주무부처인 중기청은 2013년 연말에는 창준위와 창추위 등 두 곳 중 한 곳을 선정해 법정단체 허가를 준다는 입장으로 두 단체를 대상으로 설립 적격요건 심사를 위한 현장 실태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었고, 또 해가 바뀐 그 다음해에는 총회가 열리는 3일 전에 적격심사를 통과한 소상공인 단체에 대해 알려줄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관계자 발언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중기청이 파벌 다툼을 의식해, 문제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상당히 꼼꼼하게 진행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다만 이후 어떤 배경에 의해 적격단체 판가름 자료를 모두 사용하지 않았을 여지는 있고 지금 정회원 자격 논란이 일부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의혹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자료를 놓고 새삼 지금부터 자료를 다시 모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고 스스로 의혹을 키운다는 것이다.

◆새 자료 요청하면 해석 분란 낳을 여지도 

새롭게 자료를 받겠다고 중기청이 나선다면 현재 갈등 국면에서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면서 갈등이 더 높아질 여지도 있다.

현재 차기 회장 선거가 일정대로 치러지길 바라는 측에서는 중기청의 이번 행보 의미를 축소하는 해석을 할 여지가 높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아직 회원 단체들의 임원현황 등 변경사항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라는 조치를 내린 것일 뿐이라고 '심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것(즉 정회원 여부를 다시 가리자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음). 

이와는 반대로, 지금 자료를 받는 것은 새롭게 정회원 자격을 가리자는 주무관청의 뜻을 담은 것으로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측이 있을 수 있다. 25일 선거 진행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10일까지 자료를 받겠다면서 긴급하게 나선 태도를 보면(사진 참조), 후자처럼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

문제는, 이런 입장도 다시 둘로 갈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면 어쨌든 중기청이 논란을 인지하고 수술을 하려는 의지가 있으니 큰 틀에서 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이전 심사 내용을 덮고 새롭게 정회원을 가려내는 제처를 취하는 것는지 불만을 표하는 원론적 입장에서는 구자료 공개를 계속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양분된 갈등 상황을 오히려 복잡하게 할 수도 있는 제스처를 중기청이 보인다는 뜻도 된다. 이는 갈등 국면에서 어떻게든 상황을 '희석하려 든다'는 게 아니면 굳이 감수할 길이 아니어서 의문이 제기된다.

◆급박한 자료 점검, 0으로의 재량 수축 상황 스스로 인정한 셈?

아울러 스스로 문제 상황이라는 전제 하에서,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는 자체가 중기청이 앞전에 스스로 행한 정보공개요청 거부 행위의 문제점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정보공개청구는 정보공개법에 의해 국민이 할 수 있으나 공개거부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이유를 들어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이른바 '판단의 재량'이 부여돼 있는 셈이다.

이미 제기됐던 중기청이 보유한 적격단체 심사의 자료 공개요청이 거절된 것도 이런 해석재량 때문이었다. 내부 갈등 상황이라 일방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공개하는 것은 적당치 않고 소상공인연합회 차원에서 요청하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복 절차를 통해 그 정당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기청이 지금 자료 제출을 새롭게 요구하는 국면은, 이 같은 재량이 허용되는 일반적 국면이 아니라는 점을 중기청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행정기관의 재량이 있는 문제라도 이익 침해가 심각한 경우 목전에 닥친 급박한 장애를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재량이 인정되지 않는다는('0'이 된다는) 이론이 정립돼 있다. 이른바 '0'으로의 재량 수축 이론이다.

이미 정회원 단체의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면 연합회가 처음 출범할 당시의 심사 자료를 모두 열어 의혹을 불식시킬 필요가 높고, 선거가 목전에 임박했으므로 투표권 등 자격 논란의 불을 급하게 진화해야 할 심각성도 높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정보공개청구 요청을 거절할 재량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고 연결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가지 문제점과 불편사항 등을 안고 급하게 새로 자료를 취합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중기청이 △이대로 선거가 진행되는 경우의 문제점은 예상되므로 가만 있을 수는 없고 △정보공개요청을 거부한 상황의 논리일관성을 유지하자면 이를 뒤집기도 곤란하므로, 면피성 카드로 적합한 제 3의 새로운 행보를 절충한 게 아닌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참고로,우리나라 법원은 재량권이 '0'으로 수축된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 국가에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이미 오래 전부터 보여 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중기청의 행보가 문제있다는 지적과 태도 변화가 요청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