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라이벌] 포스코-현대제철, 자동차 강판 '불꽃경쟁'

포스코, 굳건한 국내 1위…현대제철, 내수시장 노리며 맹추격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2.05 10:48:5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시장에서 '불꽃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3년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분을 분할 합병한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포스코 추격전에 나섰다. 현대기아차 물량을 등에 업은 현대제철은 내수시장을 노리며 신강종 개발에 몰두 중인 가운데 포스코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철강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철강업계는 최근 몇 년간 세계적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동차 강판시장은 수요가 꺾이지 않고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시장에 쏟아지는 와중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는 여전하고,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연비 경쟁에 따라 초고장력 강판 등 신강종 개발이 요구되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강판 기술개발에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통한 지구환경 보존 목적의 경량화와 차량 승객 안전이라는 두 가지 전제가 서로 상충한다. 경량화를 위해 강판의 두께를 얇게 만들면, 안전성이 약화되는 단점이 있고 안전성을 위해 두꺼운 강판을 적용할 경우 무거워지는 만큼 연료효율이 낮아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도는 높이고 가공성은 열화가 되지 않는 소재를 개발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소재 강도를 높이면 가공성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많은 철강사들은 강의 다양한 상변태를 활용해 '초고장력 강판(AHSS)'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양사 자동차 강판기술 어디까지…

전 세계 자동차용 강판 분류 기준에 따르면 인장강도 28kgf는 마일드 스틸, 연강판. 인장강도 35kgf 이상은 하이 스트렝스 스틸, 고장력강으로 분류한다. 이어 인장강도 60kgf 이상은 어드벤스드 하이스트렝스 스틸, 초고장력강으로 나뉜다.

인장강도는 강판을 당겼을 때 버티는 힘으로 60kgf는 1㎟의 강판에 60kg의 사람이 매달려도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치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인장강도 60kgf의 초고장력 강판 개발은 이미 마친 상태로, 더 얇고 단단한 강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까지 약 90종의 자동차 강판을 개발했고, 올해는 6종의 자동차 강판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초고장력 강판이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신형 제네시스가 지난 5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가 발표한 충돌시험 결과에서 29개 부문 전 항목 세부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면서부터다.

현대제철은 안전 성능 확보를 위해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51.5%로 늘렸고, 차체 구조용 접착제 적용 부위를 123m까지 확대했다. 사실 현대제철은 이미 5~6년 전부터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찍 개발됐지만 사용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 단단해 부품성형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꾸준한 기술개발로 신형 제네시스와 함께 LF쏘나타 차체의 절반을 넘는 51%에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고, 뉴 카니발에는 초고장력 강판 52%가 적용됐다.

현재 포스코는 국내 현대차그룹, 한국GM, 쌍용, 르노삼성을 비롯해 혼다, 스즈키, 도요타 등 일본계 자동차사와 폭스바겐, 르노닛산 등 글로벌 톱 15개사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 중이다.

이 가운데서도 지난달 출시된 쌍용차의 티볼리에 시선이 쏠린다. 포스코는 티볼리 모델 개발 초기부터 차체에 적용할 강종을 제안하고, 고장력강 성형 해석 지원 등의 솔루션마케팅 활동을 추진했다.

이 결과 티볼리 차체에는 약 72%의 우수한 고장력강이 적용됐다. 특히, 주요 10개 부위에는 핫프레스포밍(Hot Press Forming) 공법으로 한층 뛰어난 강성을 갖춘 초고장력 소재를 사용, 충돌 때 차체 변형을 최소화해 탑승자 안전을 확보했다.

핫프레스포밍 공법으로 가공한 소재는 일반 초고장력 강판(60kgf 이상)보다 2배 이상 높은 150kgf급의 강성을 가져 충돌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 국내 최초로 자동차 본고장인 독일의 폭스바겐 생산 공장에 자동차 강판을 수출하게 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기술에서 앞선다는 일본 철강사조차 독일 현지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곳이 없던 까닭이다.

나아가 포스코는 AHSS 개발을 멈추지 않은 채 AHSS 중 가장 발전된 형태의 초고강도 강인 X-AHSS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내수냐, 수출이냐 양사의 선택은?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해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480만톤 정도다. 이는 작년 현대기아차에 공급을 늘리면서 전년보다 38%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 중 340만톤이 국내, 140만톤은 수입시장에 판매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817만톤의 자동차 강판을 판매했고, 이 중 국내 판매량은 237만톤으로 2013년에 비해 12% 감소했다. 수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약 580만톤이다.

이는 포스코의 현대기아차 물량이 현대제철로 빠지면서 국내판매가 줄어든 반면, 해외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 연계를 통한 수출량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까지는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시장에서도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현대제철의 추격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은 현대차 공급 확대에 맞춰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면서 국내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포스코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인도에 자동차 강판용 냉연공장을 가동했다. 중국·멕시코·말레이시아 등에 자동차 강판용 아연도금 공장 4곳을 운영 중인 포스코는 내년 6월에는 다섯 번째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태국에 준공할 예정이다.

인도 냉연 공장은 180만톤 규모로 7억900만달러(한화 7700억원)가 투자됐다. 이 곳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용 강판은 GM·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과 타타·마힌드라&마힌드라·바자즈 등 인도 현지 자동차·부품사들에 관련 제품을 공급 및 판매하게 된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해 10월 전남 광양에 4열연 공장을 준공했는데,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330만톤의 제품 역시 포스코 해외 자동차 강판 생산법인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공급된다.

반면, 현대제철은 국내시장 확보와 함께 새로운 강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0년까지 연비를 지금보다 25% 향상한다는 내용의 연비 로드맵을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생산과 관련한 연구 전진기지는 현대제철 기술연구소다. 기술연구소는 현대제철이 글로벌 종합철강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2007년 설립했다.

일관제철소 내 4개의 연구동으로 구성된 기술연구소에서는 현대기아차,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출신 연구진 400여명이 모여 AHSS와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 등 첨단 자동차용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용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대제철 기술연구소는 오는 2018년까지 연구진을 850여명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며,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를 능가하는 품질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자동차 강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당진 2냉연공장 내에 연산 50만톤 규모 2CGL(용융아연도금강판) 건설에 착수했다.

고장력 강판 생산에 최적화된 설비인 2CGL은 오는 10월 시운전에 착수, 예정대로라면 2016년 2월에는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게 된다. 특수강 공장과 2CGL이 완공되면 자동차 강판에 대한 현대제철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