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대한민국 금융에 '물음표'를 붙여라

나원재 기자 기자  2015.02.04 18:37:4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이대로는 얼마 못가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만…"

설마 이런 구슬픈 소리에 마음이 동요했던 것일까? 한국 금융시장의 생명연장의 꿈을 위해 각계각층 전문가들이 작심하고 쓴 소리를 내뱉으려 한 자리에 모였다.

3일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는 '2015 범금융 대토론회'가 오후 3시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예금보험공사에서 전개됐다. 국내 주요 금융협회 6개 기관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자리인 만큼 구성 멤버도 화려하다.

이날 자리에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금융 패러다임을 둘러싼 주요 사례 등을 소개하고 공유했지만, 아무래도 올해 금융권 화두인 '핀테크'가 주인공 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금융권 스스로 혁신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혁의 상시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경제 수준 및 외부 변화에 비해 여전히 뒤처진 한국금융에 통렬한 반성을 주문했다.

독일을 예로 든 점도 눈에 띈다. 독일이 개혁을 상시화했기 때문에 경제대국의 확고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이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쓰지만 단 보약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그의 주문은 감독당국과 금융권, 이용자 등이 주제별 세미나와 태스크포스(TF) 등을 병행하면서 구체적 개혁과제를 마련하고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는 것.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사의 자체 혁신과제 발굴을 당부하면서 감독당국과 감독·검사 관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무엇보다 화두인 '핀테크'를 염두에 최우선으로 둔 업계가 응어리를 표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 금융기관 최고 경영자들의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사의 IT 회사 인수 허용 요구가 주요골자다.

IT 기업의 금융 진출은 허용되지만 금융회사의 IT 기업 인수를 막아서는 안 되고, 훌륭한 선수들이 무대에 등장할 수 있어야 업계가 살아난다는 설득이 뒤따랐다. 지급결제와 송금에서 벗어난 대출과 투자 중개까지 다양한 수익 모델은 가능하지만, 은산분리가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정부의 규제완화를 바라보면서 현장검사 축소와 건전성 규제 완화 등 장기적으로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에 힘을 주기도 했다.

이날 나온 얘기는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이를 조금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금융당국 수장과 각계 전문가들이 늦은 시간까지 모인 이유를 되새겨야 우리 금융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 앞으로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그룹을 형성하고, 얘기 중 '물음표'를 어떻게 붙일 것인가는 더욱 중요하다.

당장 앞서 내용부터 되짚자면 이날 금융당국 수장이 업계에 주문한 통렬한 반성과 혁신의 상시성에 금융당국 스스로가 업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돈을 관리하는 특성상 보수성향이 강한 금융권에 규제의 틀마저 들이대니 '끼워 맞추기'식의 금융산업구조가 형성됐을 것이란 경우의 수부터 살펴봐야 한다. 

잇단 금융사고의 중심에 선 기업들의 자조 섞인 반성도 새나와야 한다. 핀테크 스타트업 기술의 최대 장점인 간편성 뒤로 모두가 침을 흘리는 시간에 취약한 보안성이 세간을 또다시 뒤흔들 이슈가 되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경우의 수가 해외의 성공적인 핀테크 사례를 본보기로 IT 기술 강국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한 템포의 쉼도 중요하다. 그 시간에 우리는 왜 그들을 바라보게 됐는지, 정부는 왜 규제를 풀어야 하는지, 금융사는 왜 스스로 취약점을 보안해야 하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편이 우리 금융의 회복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