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보험업계 '핀테크 열풍'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핀테크 산업 참여 소극적…금융당국 '보험 슈퍼마켓' 도입에도 시큰둥

이지숙 기자 기자  2015.02.04 17:46:4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정부가 핀테크(FinTech) 육성에 적극 나서며 금융권에서도 '핀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카드, 증권사들은 관련 조직을 꾸리며 핀테크 산업에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선언하는 등 핀테크 산업에 뛰어드는 것과 달리 보험업계는 아직까지 핀테크 산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일부 보험사는 온라인보험, 전자청약 시스템 등 IT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올해 들어 핀테크와 관련해 새로 팀을 꾸리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곳은 없는 상태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10여개 생보사가 '온라인보험'에 진출했지만 아직 수익성이 크지 않아 중소형사들의 경우 적극적인 진출을 꺼리고 있다. 작년 생보사 신규 온라인 보험 계약 규모는 월평균 1억원 정도로 전체 신규 보험 계약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내 금융당국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보험 슈퍼마켓'도 일부 중소형사 외에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보험 슈퍼마켓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보험 상품을 비교·검색·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 판매채널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검색할 수 있는 보험 슈퍼마켓이 보험 분야의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아직 크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력 채널을 설계사로 가진 대형 보험사의 경우 아직 온라인보험도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 슈퍼마켓' 참여는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비교검색은 현재 사이버대리점 등에서 시행 중"이라며 "온라인 주력의 중소형사는 참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사 설계사 조직을 꾸린 대형사는 타사 상품을 취급해야 하는 '보험 슈퍼마켓'을 도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공감하지만 현 시장 상황에서 보험 대리점을 도입해도 온라인보험과 같은 단순한 상품만 취급할 것"이라며 "변액보험 등 복잡한 상품 등을 온라인에서 취급하려면 고객이해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아직은 무리"라고 부연했다.

한편, 보험사들의 '핀테크 무관심'에는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도 한몫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호 보험연구원장은 3일 열린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보험사가 고객의 정보를 어디까지 수집할 수 있는지, 설령 고객 정보를 수집하더라도 이것을 가격 책정에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짚었다.

지금같이 보험의 가격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불확실성이 보험분야의 핀테크 관심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여기 보태 강 원장은 "보험사의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가격 규제 완화와 개인정보 수집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금융법 체계를 포지티브(Postive)방식에서 네거티브(Negative)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핀테크 관련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금지되는 것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전자금융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했는데 국내 금융법 체계 또한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규제 비용이 너무 높아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더불어 황 연구위원은 향후 보험업계가 핀테크 산업에 적극 나선다면 사업방식 변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도 첨언했다.

그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청약 등 온라인·모바일 채널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보험판매 활성화가 예상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보험가입 승낙 여부 심사를 신속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 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를 위해서는 보험사의 핀테크 역량 강화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 보호, 시장경쟁 장려정책 등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