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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한국금융은 '갈라파고스 섬' 규제개혁 최우선"

"100일 손주에 600만원어치 주식 선물, 장기투자 밑거름되길"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2.04 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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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신임회장이 3년간의 임기에 돌입했다.

'금융투자산업은 국민의 행복을 창출하는 핵심산업'이라고 강조한 그는 회원사와의 격의 없는 소통과 정책 당국을 상대로 한 강력한 스킨십으로 '힘 있는 금투협'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취임식 직후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황 회장은 규제개혁을 최후선 과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갈라파고스 섬'에 비유해 눈길을 끈 그는 당국의 규제 수준이 글로벌 '정합성'에 맞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는 우정사업본부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거래세(현 32bp) 인하와 증권사의 콜차입 규제 완화, 소장펀드에 대한 농어촌특별세(농특세) 부과 면제 등을 화두로 올렸다.

그 중에서도 소장펀드의 농특세 부과 논란에 대해서는 협회의 실수를 인정하며 소급적용을 위해 정책 당국과 꾸준히 협상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또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해 고객 수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업계 종사자들의 의식 전환을 주문했다. 특히 연 5% 수준의 중위험·중수익 투자전략을 꾸준히 제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투자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다음은 황영기 회장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금투협 조직에 대한 평가와 향후 조직개편 구상은 얼마나 진척됐는지.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아직 들여다볼 것이 많다. 일단 업무보고 과정에서 직원들의 업무파악과 회원사의 요구사항을 접수하는 능력은 상당히 탁월했다. 문제는 파악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것인데 이 부분은 점검이 더 필요하다. '힘 있는' 금투협은 말 그대로 회원사의 요구사항을 외부로 갖고 나가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임 박종수 회장의 경우 규제개선과 관련해 50% 정도의 성과를 거두며 상당히 선전했다. 신임 협회장으로서 업계의 기대를 100%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대외협력 부문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인 인력구성이나 배치는 시간을 들여 세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재정비 방향이 '문제해결형'에 맞춰질 것이라는 점이다.

-핀테크 육성과 관련해 금산분리에 대한 업계 요구가 크다. 신임 금투협회장으로서 관련 정책제안을 한다면.

▲우리나라 산업은 ICT와 디지털화에 특장점이 있다. 이를 금융산업으로 확대하면 분명 글로벌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1등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치열한 경쟁이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무한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

아직 은행, 금융투자업계(증권사·운용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주요 주체들 중에서 누가 디지털금융의 키를 잡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지금은 각 주체가 자유로운 경쟁 속에 판을 키우면서 각자의 장점을 활용해 세계적인 선진 금융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거래세 인하와 관련한 공약에 눈에 띈다.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작년 시장을 보니 위탁수수료 수입보다 세금으로 떼인 지출이 더 많았다. 거래세 인하는 정부의 세수확보와도 결부되는 문제이고 30bp라는 수치만 보더라도 당장 폐지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다만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인하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꾸준히 정부와 금융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다.

당장 개인투자자의 거래세를 건드리기 어렵다면 우정사업본부와 국민연금의 거래세 인하 조치를 먼저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주체 모두 정부 살림인데 이들에게서 거래세를 걷는 것은 본질적인 세수 추가 확보 취지와 맞지 않는다. 오히려 파생상품시장에서 거래가 급감하면서 시장 자체가 죽어버리는 부작용이 문제가 됐다. 중장기적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연금과 우본의 거래세 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향후 전면 폐지까지 목소리를 높이겠다.

-소장펀드 환급액에 대한 농특세(농어촌특별세) 부과 논란에 대한 입장은?

▲명백한 협회의 실수다. 상품구성 과정에서 일부 소장펀드 클래스에 농특세 부과 상품이 있다는 점을 놓쳤다. 투자자들에게 미리 충분한 설명을 못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다. 상품을 재점검하는 것은 물론 법률 자문도 충분히 받을 계획이다. 일단 작년 환급액에 대해 올해 세금이 부과되는 부분에 소급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해외진출은 매년 화두다. 금투협의 지원 방향은?

▲흔히 "시중은행의 뉴욕지점은 코리안뱅크, 시티은행 서울지점은 아메리칸뱅크"라고 한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에 나가 수익을 내야 글로벌화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 해외진출 성과는 극과 극이다. 특히 증권사에 비해 미래에셋, 트러스톤을 비롯한 자산운용사의 성공사례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반대로 최근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는데 이는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우리 정부가 해외 금융사를 상대로 우리나라 법 규정에 따르도록 지나치게 옭아맨 결과로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펀드보다는 해외 개별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정성에서 우려스럽다. 이는 당국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펀드에 대해 배당소득세,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으로 부담을 떠넘기기 때문이다.

금융국제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글로벌 수준의 '정합성'을 갖춘 스마트한 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외환관리법에 묶인 원화를 국제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무역과 자본거래는 충분히 글로벌화됐는데 정작 지급결제 수단인 원화에 대해서만 날카로운 규제 잣대를 대는 것은 지나치다.

-증권사의 콜차입 규제에 관한 입장은 무엇인지.

▲선거운동을 하며 중소형사 CEO들에게 가장 많은 들은 말이 있다. '내가 좌판 벌인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받아 사업을 진행했는데 정부가 갑자기 수익원을 끊었다'는 하소연이다. 중소형사 상당수가 콜차입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곳이 많다. 임시로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유동성은 확보했지만 당국에 콜시장 이원화를 통해 은행 간, 은행·증권사 간 거래를 허용하는 식으로 금리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적극 개진할 계획이다.

-본인의 자산운용 노하우를 공개한다면.

▲현업에 있을 때 내부 규정상 주식투자는 잘하지 못했다. 최근에야 코스피지수가 1900선이 깨지는 것을 보고 조금씩 사기 시작했는데 성과가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손주 100일 선물로 600만원어치 주식을 선물하긴 했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앞으로 아이가 자라는 동안 10~20배 가치가 오를 만한 종목으로 3종목 골라줬다.

-일부에서는 금융투자협회장 지위가 명예직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다. 공약 가운데 성과급을 업계 실적과 연동해 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일 예정인지.

▲금투협회장이 명예직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임 박종수 회장을 과거 금융지주 시절부터 잘 아는데 그분 성격에 명예직으로 자리만 지키고 계실 분이 아니고 본인 역시 금투협회장이 여러 유관협회 중 가장 힘든 자리로 알고 도전했다. 성과급은 밖에서 얘기를 많이 들었다. 회장 성과급을 업계 전체 실적과 연동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내부 보상위원회를 통해 조정할 계획이다. 업계가 어려운데 회장이 고정 성과급을 챙기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