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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현대증권 외국계 인수 잘된 일"

서금회 관련 "내정 이후 뒷말, 리서치센터 복귀 이후 선 그어"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2.02 17: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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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형 증권사 최초의 공채출신 사장인 홍성국 KDB대우증권 대표는 향후 성장전략으로 WM(지점영업·리테일)에 역점을 둔 '바텀업(Bottom Up)' 전략을 내세웠다. 말 그대로 '바닥부터 시작해 큰 성과로 나아가기 위한' 나노 단위 조직문화에 방점을 찍겠다는 얘기다. 

2일 서울 여의도에서 취임 기념 간담회를 가진 홍 대표는 연내 불거질 매각 이슈와 현 정부의 '핀테크' 육성 과제 등 주요 현안에 관해서는 되도록 말을 아꼈다. 반면 업계 첫 '공채출신 사장'이라는 상징성과 대우증권의 DNA를 뼛속 깊이 체득한 현장형 CEO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가운데 유안타증권과 현대증권 등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사 인수와 관련해서는 일부 긍정적이지만 국내 소매 금융의 근간을 뒤흔들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소신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올해 희망퇴직을 비롯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음은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향후 경영 전략의 화두가 '독보적인 PB하우스 구축'이라고 밝혔는데 신입 PB의 교육 및 지원 현황과 이들에게 요구하는 덕목은 무엇인가.

▲현재 KDB대우증권에 소속된 PB는 915명 정도이고 취임 이전 신입 PB 30여명 정도를 선발해 교육 중이다. 부문 특성상 빠른 시일 안에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무리이고 최소 1년은 교육과 현장 경험을 거쳐야 한다. 여름쯤 추가 인력을 모집할 계획인데 취임 첫 해에는 신입사원이 없다고 여기기로 했다. 지연과 학연, 나이와 성별 등을 전혀 보지 않는 이른바 '8무(無)' 인사를 기본으로 삼다보니 백지상태에서 직원들을 대하게 된다. 신입 사원은 누구보다 리더십이 풍부한 이들을 뽑으려고 한다. 사내 정치보다는 스스로 업무를 파악하고 성취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WM부문은 '한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WM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은 있나.

▲사업부문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독보적인 PB하우스 구축을 내세워 개개인에 대한 능력치를 키우기 위해 주력할 계획이다.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지금까지 상당수 증권사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소홀했던 부분이다. 특히 PB와 IB(기업금융)의 융합인 PIB부문은 대형사만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홀세일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만큼 사내에 누가 어떤 직무에서 특장점을 갖고 있는지 모두 꿰고 있고 올해 상당히 많은 인재들이 각 지점으로 자청해 나갔다.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딜(deal)에서 특화된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종사자) 논란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논란이 있기 전에 이미 내정됐고 관련해서 해명해야할 것도 없다. 과거 영업파트에서 다양한 인맥을 쌓으려고 동분서주했던 것은 맞지만 리서치센터에 복귀한 다음부터는 선을 그어왔다.

-현 정부가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핀테크(기술금융)'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많이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와 국내시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지급결제 중심으로 해당 산업이 발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신용·직불카드 비중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다. 휴대폰결제를 비롯해 다양한 지불수단이 지원되도 결국은 카드가 가장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시장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게 사실이다.

-WM, 리테일 강화라는 경영방침이 업계 대형사와는 다소 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또연말쯤 매각 이슈가 떠오를 가능성이 큰데 조직을 슬림화해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팔리는 입장에서 매각과 관련해 딱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 회사 가치를 올린다는 면에서 접근한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리테일 조직을 줄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지금은 비용을 줄이는 것보다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에 중점을 둬야할 때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WM 강화가 필요한 것인데 우리는 이미 IB와 S&T(sales&trading), 해외영업 부문 수익이 리테일을 압도하고 있다. 길게 보면 WM의 판매력을 가지고 나머지 IB 관련 부문을 떠받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해서 WM이 필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독립한다는 점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우증권이라는 조직이 매각 이슈로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은 올해 없는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는 10년 후 인력구조를 예측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조직개편에 주력해왔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면 단행하겠지만 이미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다양한 슬림화 전략을 구상하고 있어 단발성,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현대증권이 외국계 자본에 매각됐거나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해외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가 큰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떻나.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속된 말로 난도질을 당했다. 유명한 금융권 격언 중에 '자본시장은 폭주기관차이며 간이역에는 서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금융시스템은 대형사 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금융은 대부업부터 초대형 종합금융사까지 촘촘히 조직화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큰 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살아남지 못했다. 중소형 은행들이 놓친 시장을 일본을 비롯한 해외자본이 잠식했고 이는 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다만 현대증권이나 동양증권 같은 대형 증권사의 외국계 인수는 잘 된 일이라고 본다. 그들의 투자문화와 경험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업이나 저축은행 같은 하부 금융문화를 우리 자본이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각 증권사마다 후강퉁 투자와 관련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상대적으로 KDB대우증권의 후강퉁 시행 이후 점유율은 낮은 편인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

▲후강퉁은 고객 자산배분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짜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후강퉁 자체가 기본적으로 브로커리지 서비스인데 수익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국내에도 좋은 기업들이 많은데 리스크를 안고 중국기업 투자에 뛰어들 필요까지 있을까? 국내증시가 박스권이라고 하지만 중소형주 가운데는 역동적으로 움직인 종목들이 많았다. 각 증권사의 후강퉁 관련 리서치는 상당히 초보적인데 그나마도 고객들이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자는 하고 있지만 급격하게 후강퉁 관련 투자를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