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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새 원내대표 유승민 당선…'朴心'은 없었다

친박 19표차 참패에 여권 권력 지형 요동, 청와대는 마무리 인적쇄신 중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2.02 17: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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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누리당 새 원내지도부에 여권의 주류인 '친박(親朴·친박근혜)'계와 거리를 둬왔던 인사들이 선출됨에 따라 당 지도부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성향의 인사들이 완전 장악하게 됐다.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비주류이자 '원박(원조 박근혜)'으로 분류되는 대구 출신의 3선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이 2일 당선됐다. 원내대표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원회 의장에는 역시 비주류인 경기 출신의 4선 중진 원유철(경기 평택갑) 의원이 선출됐다.

◆친박계 '종이 호랑이' 전락

'유승민·원유철 조'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원내대표·정책위 의장 경선에서 84표를 얻어, 65표를 득표하는 데 그친 '이주영·홍문종 조'를 19표차로 따돌리고 대승을 거뒀다. 유 의원은 박빙의 판세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신박(新朴·새로운 친박근혜)'계인 이주영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로써 친박계는 지난해 5월 국회의장 선거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의화 의장에 패하고, 7월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무성 대표에 패배한 데 이어 잇따라 승리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날 최다선(7선)으로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황우여·최경환·김희정 등 친박계 국무위원도 의총장에 들러 '한표'를 행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친박 주류는 앞날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친박 주류는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만 2년 차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원내대표를 비주류에 내준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인 데다 원내 정당화 가속화로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임 유 원내대표와 원 정책위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말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여서 내년 총선과정에도 공천 등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내 역학 구도도 옛 친이(親李·친이명박)계가 중심이 된 비박·비주류가 급격히 세를 불려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새해 초 '김무성 수첩 소동'에 등장했던 'KY(김무성-유승민)라인'이 이날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탄생한 점도 흥미롭다.  

◆당·청 간 주도권 싸움 전망

비박계 원내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새누리당과 청와대 간 관계도 친박계인 전임 이완구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이었던 때와 비교해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 "대통령도, 청와대 식구들도, 장관님들도 이제는 더 민심과 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줘서 우리 함께 손잡고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며 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구했다.

더욱이 유 원내대표가 경선 기간 내내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발언을 거듭 강조해온 터라 새 원내지도부가 취임과 함께 청와대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당 중심의 당청 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사사건건 충돌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무조건' 뒷받침하던 주류 측의 급격한 초반 몰락에 따라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이 올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20%대로 급락하면서 40%대 초반인 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비주류가 장악한 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 대해 유 원내대표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해온 점으로 미뤄볼 때 증세 문제 등 기존에 갈등을 빚어온 정책들을 사이에 두고 당청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인적 개편에도 영향

청와대 문건유출 파문, 김무성 수첩 소동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유 원내대표가 일부 청와대 참모진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조만간 청와대에 '인사 쇄신' 요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곧 단행할 부분개각과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등에도 이날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내각 후속개편 등에 대비해 인사검증 작업을 진행했으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각 및 정무특보단 발표를 늦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현재 마무리 인적쇄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