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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젊다고 과음했다가 고관절 괴사 부른다

이정호 소장 기자  2015.01.30 18: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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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고관절(엉덩이관절)은 골반을 통해 체중을 지탱하면서 하지운동의 모든 활동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고관절이 만약 손상되면 장기간 침상생활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한 합병증과 사망위험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특히 낙상사고발생률이 높은 고령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관절 손상이 고령자들에게서만 주로 일어나는 사고라고만 볼 수 없다. 오히려 한창 젊고 튼튼한 20~30대 청년층에게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꼽을 수 있다. 문자 그대로 골반뼈와 맞닿고 있는 넓적다리뼈 위쪽 끝부분에 있는 대퇴골두에 혈류공급이 차단되면서 뼈조직이 죽는 병이다.

특히 괴사증이 진행되면 뼈 부근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지면서 괴사부위가 골절되고 이로 인한 통증과 함몰이 발생한다. 고관절의 손상도 커져 운동범위가 줄어들고 바닥에 앉았을 때 책상다리를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걸을 때 통증도 심해져 절룩거리게 된다. 함몰이 심할 경우 양 다리의 길이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러한 대퇴골두무혈성괴사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환자층이 30~50대에 많고 남성환자가 여성에 비해 약 3배 정도 많은 점, 여기에 환자들의 사례를 분석해 봤을 때 가장 큰 위험인자 중 하나가 바로 음주다.

실제로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는 혈중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여 혈액을 응고시킨다. 이로 인해 굳어진 혈액이 미세혈관을 막아 괴사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스테로이드 부작용, 고관절의 외상, 잠수병, 통풍, 만성 췌장염 등도 무혈성괴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의 연구로는 우리나라는 과음이 가장 큰 위험인자라는 것이 의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가 초기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질환의 특성 상 괴사가 시작되도 특별한 통증이나 징후를 감지하기 어렵다. 고관절 손상이 이미 심해지고 나서야 뒤늦게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환자가 수술을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관절을 인공물로 교체하곤 한다.

이미 괴사침윤 부위가 고관절의 50%를 넘고 관절염까지 동반되고 있다면 인공관절수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환자와 의사의 최후의 선택으로 보면 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현재까지 대퇴골두무혈성괴사의 가장 확실하면서 환자만족도가 높은 치료법은 인공관절수술이라는 것이다. 다만 인공관절은 기대수명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50~60세 이상자에게 시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손상이 아직까지 경미한 수준이거나 나이가 젊다면 감압술로 뼈압력을 낮춰 신생골 생성을 촉진하거나 뼈를 이식해 괴사 부위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다른 부위로 돌려주는 회전절골술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아직까지 성공률이 높은 편이 아니며 환자의 인공관절 수술을 늦추거나 되도록 피하기 위해 시도하는 치료들이니 기대치는 낮추는 편이 좋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예방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방법은 현재까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금주나 절주다.

금주는 괴사증을 비롯해 다양한 알코올성질환과 합병증을 예방한다. 이 외에도 현재 스테로이드제를 복용 중이거나 과거 복용경험이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이정호 부천하이병원 관절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