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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쑤셔놓은 듯' MB 회고록…노무현·박근혜 정권 반박

세종시수정안·쇠고기협상·남북관계 등 민감한 사안 '이면' 드러내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1.30 17: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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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전·현 정권이 충돌을 빚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먼저 다음 달 2일 출간될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이면을 드러내고, 현 정부 정책을 지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노무현 정부 관계자는 물론 청와대도 즉각적인 반박에 나선 모양새다. 

◆MB, "자원외교 문제 제기…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와 관련 "2007년 대선 초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후보에 버금가는 행보를 한 전력이 결정타였다"며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박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2009년 통일부와 북한의 실무접촉 당시를 설명하면서 남북 간 비밀접촉의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남북정상회담 논의에서 옥수수·쌀 등의 거래조건이 제시됐다'며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거액의 현금과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자원외교에 대해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26일 예비조사를 시작으로 100일간 열리는 국정조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의 발단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할 당시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대통령 취임을 일주일 앞둔 2008년 2월18일 청와대에서 나눈 노 전 대통령과의 대화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한덕수 총리가 우리 측 인사에게 대통령을 직접 만나 (쇠고기 수입 문제를) 해결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당선인 시절 청와대를 찾은 이 전 대통령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수차례 약속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남은 임기 중 처리해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상황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 짓고 떠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가슴이 답답했다"고 회고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 30% 붕괴…MB 회고록 또 하나의 악재되나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의전비서관을 지낸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쇠고기 수입을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사용하라고 말한 것은 맞지만,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도 MB 회고록의 내용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반론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종시 추진이 2007년 대선공약이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도 세종시 공약 이행을 약속하면서 박 대통령의 유세 지원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세종시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국가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는 박 대통령을 '원칙의 정치인'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사건으로 이 문제가 자칫 '정략'으로 변질되는 것을 청와대가 적극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거론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남북문제,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비사가)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남북접촉 관련 정보가 노출된 데 대한 청와대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청와대가 이처럼 MB 회고록의 내용을 조목조목 따지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최근의 정국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최저 수준을 이어온 데다 국정운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30%마저 붕괴된 상황에서 MB 회고록이 국정운영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MB 회고록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여당 내부에서도 갈등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친이계 인사들은 청와대의 MB 회고록 비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회고록은 회고록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남북관계 파탄은 북한 탓이고 한·일 관계 파탄은 일본 탓이고 광우병 파동은 전 (노무현) 정권 탓이라 하니 남 탓만 하려면 뭐하러 정권 잡았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