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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매니저·파트너 등 수평적 호칭, 효과적일까?

호칭 바뀐다고 존중적 문화 정착 안돼…인식변화 필요

김경태 기자 기자  2015.01.30 14: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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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0년대 들면서 기업 내 '호칭 파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부장, 과장, 대리 등 수직적 호칭 대신 수평적 호칭을 사용하면 보다 실효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미디어잡과 MJ플렉스는 기업마다 다른 형식적인 호칭이 실제 기업 문화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했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의사소통 체계를 파괴하고 수평적 호칭을 처음 시작한 곳은 주요 대기업이다. CJ는 2000년부터 모든 임직원이 서로 '님'으로 부른다. 또 SK텔레콤은 주요 직책을 제외하고 나머지 임직원들을 '매니저'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포스코는 사원은 '어소시에이트'라고 부르고 대리부터 차장까지는 '매니저'라고 통일시켰으며, 한화그룹 역시 사원에는 '씨'를 붙이고 대리부터 차장까지는 '매니저'라고 호칭한다. 

신세계는 오는 3월부터 팀장 이외에 모두 '파트너'라는 호칭을 사용할 예정이다. 또 홈앤쇼핑은 올해 1월부터 주요 직책을 제외하고 나머지 임직원들을 '매니저'라고 칭하고 있고, 유한킴벌리와 아모레퍼시픽도 모든 직원을 '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영어 호칭을 쓰는 기업의 근로자는 "호칭의 차이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느냐다"며 "영어 이름만 부를 때에는 상대방의 연차나 직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토론 시 상하관계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직급 다양하지 않은 언론·방송

매스컴과 IT 업종은 호칭 파괴가 더욱 두드러지는 업종이다. 제일기획은 지난 2010년부터 전 직원을 '프로'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해 10월1일 합병한 다음카카오는 전 카카오의 호칭 방식을 임의의 영어 이름으로 만들어 부르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작년부터 전 임직원이 서로를 직급 대신 '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반면 직급체계가 단순한 언론방송사는 승진이 늦고 호칭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직급이라고 해봐야 차장, 부장, 국장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입사 후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상무 등과 같은 직급이 다양한 일반 회사에 비해 '~장'이라는 말을 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언론방송사는 '선배' '후배'로 나뉜다.

출판업계 역시 '선배' 호칭이 자연스러운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출판물의 이정표를 담당하는 편집국 직원만은 상하 직급 상관없이 '씨'라 부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수평적 호칭 사용→직급체계 부활

수평적인 호칭을 쓰다가 최근 다시 직급 체계를 부활시킨 기업도 있다. 

한 제과업체 근로자는 "업종의 특성에 따라 효율적이고 적절한 호칭 체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직급대신 '님'을 사용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위계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그동안 팀장, 실장, 본부장 등 직급을 모두 '매니저'로 불러왔지만 최근 4년 반만에 다시 직급체계를 부활시켰다. 또 해태음료는 지난 2007년 직함을 없애고 '선배' 또는 '후배'라는 호칭만 사용하다 다시 직급제를 도입했다. 

김시출 MJ플렉스 대표는 "이번 기업별 호칭 문화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조직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며 "호칭만 바꾼다고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문화가 저절로 정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