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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봉주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경선… 천박하다"

'전국구' 외연 확장 'IMTV' 개국 임박 "언론권력 맞서 정권교체 이룰 것"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1.30 1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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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무척 고운 피부를 가졌다. 화색이 도는 볼에는 생기가 묻어난다. 방금 미용실에서 나온 것 같은 머리모양에 옷매무새도 맵시가 나는 듯하다.

세파(世波)에 치일 만큼 치인 '그'에 대한 이런저런 기대와 호기심으로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그가 들어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러 질문을 준비했으나, 그의 표면을 확인하고 입에서 튀어나온 첫인사말은 "화장하셨어요?"다.

"(피부 좋다는 얘기) 평생 듣는 얘기예요"라며 웃는다. 정봉주 전 의원(54)을 떠올리면 점점이 박힌 단상들 중 2004년 어느 봄날의 모습이 그려진다. 17대 총선이 막 끝난 뒤 '17대 국회 뉴리더'라는 꼭지 이름으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의 처지에선 기억할 리 만무한 얘기를 늘어놓자 하얀 이를 보이며 웃는다.

"(저를) 일찍 알아보셨네요. 하하하. 10년하고도 더 지난 일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죠."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경계의 눈빛과는 다르다. 깊고 풍성해진 느낌이랄까. 모든 것을 다 포괄할 수 있을 것 같은 눈빛은 시린 만큼 날카롭다.

그는 중년으로 접어든 50대에 맨몸 운동법을 글로 엮어 세상에 내놓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하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골방이 너희를 몸짱 되게 하리라!'. 여전한 몸짱인지를 궁금해 하는 주변의 의견을 전하자 또 웃는다. 얼핏 봐도 다부진 몸매다.   

그는 BBK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죄'로 1년을 감옥에 있다가 2012년 12월에 나왔다.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당했다. 감옥에서의 시간은 인간 정봉주, 정치인 정봉주에게 삶의 전환점이 됐을 터.

감옥은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다. 1983년 9월 학생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6월 수감 중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50대에 치른 감옥살이는 20대 당시와 달랐을 것이다.

그의 회고처럼 정치인,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통령 선거기간에 상대 후보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것은 현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변이었다.

감옥에서 나온 뒤 2013년 2월부터는 경북 봉화에서 살다시피 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봉봉협동조합'을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 현장, 또 유족들이 울분을 토하는 자리에서 함께 했다. 1년 전부터는 '전능하신 국민의 입(전국구)'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금 팟캐스트가 막차라고 본다. 듣는 매체만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는 것. 더욱이 팟캐스트는 진보진영이 달갑지 않은 50~70대에게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때문에 그는 전국구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피선거권이 없는 '정치인 정봉주'의 임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정치인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피선거권 박탈, 그것도 10년씩이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주한 여의도 정치판을 지켜보면서 가볍지만은 않을 정치인 정봉주의 발걸음의 무게가 겹쳐졌기에 그를 만났다.

나꼼수 시절 재미에 정통 더하기

-전국구 얘기부터 해볼까요. 내용이 쉽지만은 않던데….
▲'나는 꼼수다(나꼼수)'처럼 지루하지 않게 자글자글한 재미를 지니면서도 정통 내용을 담는다는 개념이죠. 정통을 지향하는 까닭은 나꼼수에 묶인 이미지 때문입니다. 그 이미지는 더하기일 수도 있지만 빼기일 수도 있거든요.

-내려받기나 충성도 측면에서 나꼼수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나꼼수가 1000만 내려받기를 기록한 건 세 번 정도입니다. 김용옥, 홍준표 등 유명인사가 출연했을 때죠. 제가 감옥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500만~800만 내려받기를 넘나들다가, 그 뒤에는 200만~300만으로 떨어졌어요. 전국구도 200만~300만이죠. 여기엔 댓글 부대들도 있어요. 하하하.

-예능 출연이나 시사 프로 MC 섭외 요청은 있었는지.
▲정치하다가 예능 쪽으로 넘어간다? 정치판에서 키운 내공과 배짱이 있으니까 예능 인지도는 얻겠죠.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정도랄까요. 지금 저에게 금배지 한 번 더 단다는 게 의미가 없어요. 시사 프로 MC는…. 저는 우리사회 '에볼라'예요. 하하하. (정치적) 위험 부담이 크죠. 누가 저를 쓰겠어요.

-나꼼수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전국구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정통 정보에 대한 목마름이죠. 또 고급정보라는 확신이 생기니까 중독이 되는 것이고요. 기존 언론권력들이 왜곡들을 하니까요.

-전국구는 정치인 정봉주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가장 큰 자산이죠. 개인적으로는 정봉주의 정치고요. 여의도(국회)에 들어갈 수도 없고, 앞으로 7년간 선거권·피선거권도 없잖아요. 그럼 무엇을 할 것인가, 정치인은 대중과 접촉을 해야 하는데, 선거는 결과인데 결과를 뽑아낼 수 없고… 뭐 이런 고민 과정을 거쳐 시사 방송을 통해서 국민을 만나고 있는 것이죠. 전국구는 어찌 보면 현역 국회의원보다 더욱 강력한 정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권력에 맞서 파열음…대안언론 선봉장

-궁극적으로 전국구를 통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가요.
▲전국구를 사회적으로 본다면 권력화한 언론에 맞서 파열음을 낼 수 있는 대안언론의 선봉장 역할입니다. 사실 전 작년 말 'imtv.or.kr' 등록을 마쳤어요. IM은 'Independence Media'의 약자로, 독립언론이죠. IMTV는 전국구의 확장이고 사회적 태도는 대안언론으로 서고 싶다는 거죠. 그것이 전국구의 목표예요.

-팟캐스트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팟캐스트는 지금 막차를 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종이 매체는 사양길에 접어든 지 오래죠. 저는 진보진영의 대표적 대안언론들이 연합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 중입니다. 먼저 출발했기 때문에 안정적 구조를 가진 매체지만 정봉주가 지닌 상징성을 못 따라오기 때문에 손 잡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어요. 블로그를 함께 만든다든가 하는 바람이죠.

-언제부터 언론 환경, 매체 환경에 관심을 두셨나요.
▲제가 '말'지 기자 출신이라는 건 아시죠? 하하하. 나꼼수의 위력을 몸으로 실감하고, 언론 지형에서 밀리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 종로를 시작으로 IMTV는 전국화합니다. 곧이요. 전국 33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시작하려 합니다. 그 공간에는 카페, 강의실, 스튜디오도 있을 거예요. 진보진영에 필요한 시민의식화사업이죠.

-돈이 많이 들지 않을까요.
▲원금과 이윤을 보장해서 21세기 키워드 중 하나인 집단지성을 함께 묶어 그 능력으로 만드는 거죠. 바로 소셜펀딩입니다. 일단 종로 스튜디오는 준비 완료입니다. 개국을 언제 하는가가 문제죠. 나머지 지역도 종로의 노하우가 잘 쌓이면 진보진영의 근거지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구체적인 IMTV의 미래상은 무엇입니까.
▲전국구의 오프라인화죠. 기존 TV 방식은 거대한 자본과 장비가 필요하지만, IMTV는 해상도는 떨어지겠지만 IPTV 혹은 모바일로 보면 전혀 문제가 없을 거예요. 그 기법도 많이 개발됐죠. 그곳에서 저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 또 내용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 겁니다. 물론 진행도 하지만 결국 CP(Contents Provider)가 되는 거죠.

"기 중에 가장 강력한 기… 깔때기"

-결국 정권교체를 하고자 전국구의 외연을 넓힌다고 볼 수 있네요.
▲새정치민주연합 130여명 의원들 누구 하나 하지 않는 고민을 혼자 다하니 제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하하하. IMTV가 성공하면 뉴스펀딩을 도입할 거예요. 좋은 기사를 쓰는 블로그 기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 그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유명 포털사이트의 뉴스펀딩은 성공했잖아요. 자본의 힘으로 돈놀이를 한 것인데도 말이죠. 언론 지형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아무도 고민을 안 해요. 기존 언론권력에 밀려서요. 작지만 대안언론을 묶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회원 20만명에 달하는 팬클럽 미래권력들(미권스)을 비롯해 나꼼수 당시 대중이 열광했던 까닭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정확한 어구는 아니지만 성경에 '유혹할 수 없으면 구원도 없다'는 구절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먼저 재미를 꼽을 수 있겠죠. 다음은 콘텐츠입니다. 그리고 진정성, 결기, 희생정신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팬은 남성이 많아요. 대리만족 성격이 짙다고 봐야죠. 숨통을 틔워준 것이라고나 할까요.

-미권스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가까이는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죠. 20대에 본 광주항쟁이 저의 인생 지도를 바꿨다면, 50대에 본 세월호 참사가 다시 저의 인생 지도를 바꿔놓았어요. 미권스도 마찬가지죠. 제 아들이 1997년생인데요, 희생자들 또래죠. 세월호 유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곁에 있던 모두가 희생자들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지금까지 진도 팽목항에서 마지막까지 유족들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 그들을 모두 미권스로 보시면 됩니다. 제가 정치를 하지 않더라도 저와 미권스는 처음에 약속했던 대로 세월호 부모의 심정으로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할 겁니다.

"베푸는 정치, 포용하는 정치 아쉬워"

-앞으로 7년 동안 피선거권이 없잖아요.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전 어렸을 때부터 동창회에 안 나갑니다. 동창회는 자기 경력, 옛날 얘기를 나누는 자리잖아요. 진취적으로 살아도 모자란데 말이죠. 나이 오십을 넘기면 살아온 인생이 얼굴에 나타난다고 해요. 제 나이엔 인생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고, 진취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데 전 후자예요. 물론 몇 안 되겠지만 말이죠.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내부 선거전이 치열한데 어떻게 보십니까?
▲새정치연합 당 대표 경선을 보면 천박해요. 특히 박지원 의원이요. 이번 전당대회 유세를 보세요. '부동의 대선 후보는 문재인이다. 난 문재인 후보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내가 되면 당을 잘 추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전당대회를 통해 문재인에 흠을 내려는 자는 장자로서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얼마나 좋아요.

베푸는 정치, 포용하는 정치가 아쉬울 따름이죠. 한편의 감동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특히 '꿩도 먹고 알도 먹는다'는 표현, 천박함의 극치죠. 박 의원에게 당 대표는 뭔가 먹는 자리인가 봅니다.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들은 스스로를 부정한다고 하죠. 요즘 심정이 어떠세요.
▲스스로를 부정하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으로 보이는 법이죠. 항상 얘기하는 건데요, 정치하는 사람은 스스로 '잡놈'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테면 잡놈철학인데요. 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한 순간도 잊으면 안 됩니다. 스스로 잡놈이라고 바닥까지 낮추면 남들의 시선이 불편할 리 없죠.

그는 다음 달 촬영을 앞뒀다. 몸에 관한 앱에 자신의 운동법을 소개하는 촬영이다. 몸짱 프로젝트 2탄 격이다.

"내려받기를 하면 수익이 되는데 7:3으로 나누기로 했어요. 제안이 들어와 하기로 했는데, 얼마 전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운동을 못했어요. 몸 상태는 전과 같은데 아랫배는 어쩔 수 없네요. 다시 긴장해야죠."

그와의 만남은 지난 27일 오후 늦은 시각. 인터뷰 내내 그의 휴대전화 진동이 멈추지 않는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저녁약속이 있다며 총총걸음으로 자리를 뜬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