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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직 사퇴, 진실공방 '신의 한 수'?

소송공학적으로나 공공의 관심 환기 성공 모두 충족할 듯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1.30 09: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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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미증유의 내홍을 겪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5월 정부 설립허가를 얻어 법정단체로 공식출범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설립 준비 단계부터 두 단체가 서로 경쟁을 하는 등 갈등 요인을 안고 있었다. 

두 준비모임이 서로 논의 끝에 공동회장 2인을 선출하는 등 통합을 시도했지만 결국 갈등이 불거지면서 화학적 결합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첨예한 논쟁을 낳고 있는 대목은 지난 1월12일 열린 긴급이사회의 효력 여부다. 이른바 정족수 논란.

지난달 26일 임시총회에서 오는 2월25일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소상공인연합회의 단일 회장을 선출하기로 했으므로, 긴급이사회에서는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를 위탁키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중앙선관위 일선조직인 서울시선관위에 투·개표 등 관리지원을 요청한 것.

그러나 서울시선관위가 지원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는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행정처리 기간을 넘겨 고심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는 소상공인연합회 내부의 여러 갈등과 논란 상황을 인지하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사 1명 없어도 문제가 없는가 '논란 여지'

원래 소상공인연합회의 이사는 16명이며 최소 의결수는 결국 절반을 넘겨야 하므로 9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K 전 이사. K 전 이사는 지난달 임시총회에서 내분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1월12일 소집된 긴급이사회는 8명만이 참석,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내부 갈등 탓에 양분돼 한 쪽 계통에서만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를 놓고, 한 편에서는 과반이 넘지 않아 이날 결의 내용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다른 편에서는 이미 1인이 사퇴해 이사 총원이 15명으로 줄었으니 8명이 출석해 찬성하면 의결이 가능하다는 대립양상이 연출된 것이다.

후자는 민사법 기본논리상 정관에 임원 사의에 따른 후속조치가 명확치 않다면 사의를 밝히는 순간 바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위임관계의 기본 구조상 이렇게 해석하는 게 옳다는 논리다.

이사의 '자진사퇴'가 아니라 '임기의 만료'라는 세부 원인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이사결원으로 인한 정족수 논란이 법정공방까지 비화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예를 들어, 대법원의 지난해 1월17일 '2013마1801결정'이 그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개방이사 1명 등 이사 3명 임기가 만료돼 옛 사립학교법상 개방이사의 결원이 있는 상태에서, A학교법인의 이사 B씨 등이 이사회를 개최해 A법인의 이사장 C씨에 대한 이사장 불신임 건 등을 의결한 효력 여부를 검토했다.

이 사안에서 이사회 결의 당시 개방이사 수에 결원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사회 구성이 위법하지 않다고 서울고등법원은 판단했으며, 대법원도 이런 서울고법 해석에 수긍했다.

또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아울러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이사들로 법인이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경우라면 임기만료된 이사의 업무수행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정상활동 여부의 판단은 이사의 임기만료시로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렇게 보면 K 전 이사의 사퇴에 따라 결원이 생겨도 당장 하나의 공석이 생겨도 정상적인 단체활동이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정족수 변경으로 간단히 해석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K 전 이사 측이 소상공인연합회를 상대로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도 실익이 없을 것으로 얼핏 보인다. 

이사들 다수 자격논란 불거지면 정상활동 가능 '새 논점'?

다만 여기 '반전'이 있다. 당초 K 전 이사의 임원 사퇴가 특정 계파의 전횡 논란과 이에 대한 불만표시로 이뤄졌지만 이 갈등은 소상공인연합회 탄생 때부터 적격단체가 아닌 단체들이 가입했고 여기서 임원이 배출됐다는 의혹과도 무관치 않다. 

이사회 무효확인과 효력정지 가처분은 결국 '정족수 논란'을 풀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다른 이사진이 자격 시비가 없다면 1인의 이탈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K 전 이사가 이를 법원에서 다투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회원단체의 적격·부적격 시비가 쟁점이 될 게 분명하다. 현재 일각에서는 원래 32개 단체를 회원으로 창립총회를 거쳐 소상공인연합회가 정식 출범했지만, 이 중 일부가 적격단체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아무 갈등이 없다면 참고 넘어갈 수 있겠으나, 현재 갈등을 유발하는 쪽에서 일부가 적격단체가 아니고 이런 단체 관계자들이 임원으로까지 진출했으니 이를 반드시 판가름하겠다는 것.

따라서 이 입장에 선 이들은 중소기업청에 적격단체 명단을 공개할 것을 바라고 있다.

K 전 이사의 임원 사퇴 그리고 이사회 정족수 논란은 결국 이런 구도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가처분과 무효확인의 소 등이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이를 다투는 과정에서 "다른 이사 중 일부가 무자격이므로 정상적으로 업무수행 등 이사회 조직이 움직일 수 없는 경우"라는 소리가 낳을 파장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처분 등의 논리가 다소 궁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의 큰 그림을 보면 '살을 주고 뼈를 치는' 수가 되는 셈이다.  

이를 놓고 1955년 일본 변호사의 명예훼손 사례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자신이 맡았던 살인 사건의 피고가 결국 유죄 판결을 받자, 변호사가 답답한 나머지 책을 써 진범은 오히려 피해자 친척이라고 주장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명예훼손 재판이 열렸는데, 명예훼손의 피고로 법정에 선 변호사 측이 진범으로 지목된 이들 상대의 증인신문을 하면서 당초 생각했던 바대로 앞서의 살인 사건 진상에 대해 치열하게 공방을 펼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마치 피고가 뒤바뀐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표면적으로 드러난 상황이 어쨌든 K 전 이사의 사퇴 이후 국면이 낳은 가처분 및 본안 소송 등도 이렇게 상대를 끌어내 실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K 전 이사의 사퇴 소동은 내부 파벌 갈등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소상공인연합회의 태생적 오류가 있다면 이를 모두 바로잡자는 외침까지 번질 것으로 관측된다. 소송공학적으로나 공공적 이슈 측면에서나 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