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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담사 역량강화 멘토' 김현정 현대 C&R 실장

2년 연구기간 거쳐 콜센터 인재선별에 적합한 'CATT' 개발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1.29 11: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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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상담업무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억양이 강하거나 목소리가 큰 고객과의 통화에서는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박동수가 높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불만고객과의 통화에서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응대 메뉴얼도 생각나지 않아 전화를 끊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잦습니다." (윤희영, 가명·29세)

친절한 음성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은 숙련된 기술과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해결을 돕는다. 그러나 모든 상담사가 업무에 대한 적응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콜센터는 불만·악성고객으로 인해 감정노동에 노출돼 있고, 감정조절 능력이 취약한 상담사의 경우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실제 콜센터의 잦은 이직률에 대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성과달성 압박보다는 감정노동에 의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 대응해 현대씨앤알은 상담사를 채용하기 전, 업무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콜센터 전용 인적성 검사(Call center Attitude Trait Test·이하 CATT)를 개발했다. 현대씨엔알은 CATT 도입으로 잦은 이직을 막는 것은 물론 기존 상담사들의 부족한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CATT를 개발한 김현정 현대씨앤알 행복쉼터 실장 겸 상담심리전문가를 만났다.

◆CATT, 이직률 감소·내부직원 역량강화

김현정 실장은 현대씨앤알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담사들을 위해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일부 상담사들에게는 '일자체가 고통'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상담을 통해서도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상담사들의 경우 결국 이직으로 이어졌다. 심리상담만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부분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 김 실장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12월까지 약 10개월간 면밀한 절차적 단계에 따라 CATT를 만들게 됐다.

먼저 준거집단 선정을 위해 센터장과 팀장의 추천을 받아 성과도 좋고 업무적응력도 우수한 상담사 9명, 팀장 5명 등 총 14명을 뽑아 1:1 인터뷰를 진행, 요인을 추출했다.

상담심리전공 3명, 국문학 전공 1명, 현장 전문가 1명과 함께 인터뷰 내용을 심층 검토해 열 가지 인적성 요인을 도출, 127개 예비문항을 선정했다. 다음 단계로 보험사 콜센터 상담사 281명을 팀별로 2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 타당성척도 9개 문항과 세부 48개 문항을 최종 확정해 CATT를 탄생시켰다.

김 실장은 "기존 사무직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인적성 검사 프로세스는 콜센터 직군과 괴리감이 있다. 콜센터의 업무에서 정답이 있는 수리, 언어 추리능력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된 CATT는 감정노동 직군에 어울리는 사람을 구별하는 프로세스다. 2년간 추적조사를 통해 절차, 요인, 기준을 모두 콜센터 직무특수성에 맞춘 최초의 인적성 검사"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콜센터 업무적합도 척도는 '감정조절능력'

CATT의 검사항목은 업무성취 지향성, 성실성, 낙관성, 감정조절능력, 자기관리 능력, 심리적 균형능력, 관계형성 능력, 의사소통 능력에 이르는 여덟 가지다.

8개 항목 중, 김 실장은 콜센터 업무에 적합성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감정조절 능력'이다. 현대해상 고객 콜센터 1000명을 대상으로 업무평가 상위 10%와 하위 10%를 비교한 결과 평가 상위자의 경우 낙관성, 업무성취지향성, 감정조절능력 등에서 큰 차이를 나타냈다.

김 실장은 "부정적 감정에 대한 처리와 통제 능력이 뛰어난 '감정조절능력'이 발달한 상담사일수록 업무성취도가 높고 장기근속의 특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는 현대씨앤알이 CATT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 인원을 채용했을 때 조기퇴사자와 장기근속자가 나타내는 차이와 같은 결과를 보여 CATT에 대한 신뢰도를 입증하고 있다.

한편 CATT에 응시한 수검자의 결과를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연령이 낮을수록 본인을 긍정응답이 높다. 이와 관련해 부풀려진 잘못된 결과를 바로잡고자 7문항은 타당성 검사 항목으로 구성했다.

김 실장은 "정확한 판단기준을 마련하려고 심리전문가들만이 구별할 수 있는 타당성 항목을 추가해 검사 신뢰도를 높였다"며 "결과를 즉시 출력해 확인할 수 있고, 면접 진행 시 검사결과에 따른 질문유형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원선별 기준보다 상담사 역량강화 초점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김 실장은 CATT가 콜센터에 적합한 인원을 선별하는 기준보다는 기존 상담사의 역량강화에 더욱 집중한 점을 부각시켰다.

일례로 업무성취지향, 성실성, 자기관리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상담사들에게는 동기부여와 성과기법에 대한 개선방안을 코칭할 수 있다. 더불어 감정조절능력과 심리적 균형능력이 떨어지는 상담사들에게는 심리상담, 힐링프로그램 제공 등 감정역량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처럼 CATT는 대상에게 맞는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상담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김 실장은 "현대씨앤알 직원을 대상으로 CATT를 실시하고,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감정조절, 심리적 균형 부분에서 많은 상담사의 점수가 올라갔고 감정부조화 부분은 낮아졌다"고 첨언했다.

마지막으로 "CATT 도입은 인원을 걸러내기보단 기존 상담사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더욱 유용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컨택센터 운영기업과 고객사들이 CATT 도입해 좋은 인재를 선별하고 이직률도 감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