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새누리 원내대표 경선 '친박 주류 vs 비주류' 전면전

이주영·유승민 각축 속 영남 출신 독식 비판…제3 지역 후보 변수 부상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1.26 18:47:52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차기 여당 원내사령탑을 뽑는 경선의 막이 올랐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 친박(親朴·친박근혜) 주류 대 비주류의 전면전으로 해석하는 데 이견이 없다. 당청관계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 청와대와 비주류 간 정면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양강구도…'진짜 친박'은 누구?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일찌감치 4선의 이주영(63·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과 3선의 유승민(57·대구 동구을) 의원의 양강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점쳐져왔다.

이 의원은 휴일인 지난 25일 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이 당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라에 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우려한다"면서 "쓴소리보다 더 강한 것이 바로 옳은 소리로서 국민과 나라를 위한 옳은 소리를 내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의원의 원내대표직 도전은 지난 2011년에 이은 네 번째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2년 원내대표 경선에선 최경환(현 경제부총리) 후보와 경쟁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 의원은 회견을 앞두고 해양수산부 장관 때 염색 않고 길게 길렀던 반백의 머리를 자르고 검게 염색하며 원내대표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판사 출신인 그는 지난달 24일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당에 복귀했다. 

그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중립을 선언했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는 범친이(범친이명박)계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초 해양수산부 장관에 전격 임명된 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와 함께 박 대통령으로부터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셨다"는 신임을 얻은 후에는 '신박(新朴·새로운 친박근혜)'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이 '신박' 또는 '범친박'이라고 분류된 데 대해 "나를 오리지널(원조) 친박으로는 안 보는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유승민 의원이 사실 친박이라면 친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vs 김무성 '대리전'

유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공식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유 의원도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원내대표를 노리며 지난해 김무성 대표로부터 사무총장직을 제안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출마를 준비해왔다.
 
유 의원은 정책 분야에서 당내 브레인으로 꼽히는 데다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회창 총재 시절에는 여의도연구원장(당시 소장)을 맡아 선거전략을 수립하는 등 전략통으로서 당에 기여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김무성 대표와 가깝다는 점은 지켜볼 대목이다. 물론 김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김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당내 분열의 모습이나 계파를 운운하는 목소리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며 "절대 중립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계파갈등 경계 의지와는 무관하게 여당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의중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변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표직 등 당내 주요 보직을 비주류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이 과연 표심과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건유출 파문과 '김무성 수첩' 소동, 최근 청와대 조직 개편 등 고비마다 당청이 서로를 향해 껄끄러운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양보 없는 전면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욱이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지만, 20대 총선이 내년 4월로 예정돼 있어 차기 원내대표가 총선 때까지 1년 3개월가량 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원내대표가 박근혜 정부 3년차 당청을 조율하며 내년 총선까지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권 내 권력지형이 흔들리고 또 향후 내각과 청와대 조직 개편, 내년 총선 공천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차치하고라도 김 대표와 친박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경선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며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와 친이계 의원들의 선택이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수도권 중진들 출마 변수 부상

이 의원과 유 의원이 둘 다 김 대표와 같은 영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중진들의 행보도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지역 안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4선의 정병국(56·경기 여주·양평·가평) 의원과 같은 4선의 원유철(52·경기 평택갑) 의원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들은 원내대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당 사무총장을 지낸 3선의 친박 홍문종(59·경기 의정부을) 의원도 원내대표 도전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과 원 의원 등은 이날 저녁에 모임을 갖고 수도권 후보 출마 여부와 단일 후보 등 공동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차기 원내대표 주자 가운데는 이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의원과 유 의원의 정책위원회 의장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과 유 의원이 각각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로 분류되는 만큼 당내 표심 공략을 위해 수도권 출신 중진들이 보완 카드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병국·원유철·홍문종 의원은 정책위 의장 후보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위 의장 러닝메이트 합종연횡 가시화

당내 유일한 여성 3선인 나경원(51·서울 동작을) 의원과 같은 3선의 친박 중진인 한선교(55·경기 용인병) 의원도 정책위 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원내대표 주자들에게는 당장 정책위 의장 몫 러닝메이트 구하기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 의원과 유 의원도 러닝메이트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위 의장 후보로 나설 만한 여당 3선 의원 층이 두텁지 않은 데다, 상당수는 현재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짝이 되느냐에 따라 지역은 물론 계파별 표심까지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주자 간 신경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선거가 급작스레 진행됨에 따라 기존 후보군 간 합종연횡 움직임도 감지된다. "영남 출신 인사들이 당내 지도부를 독식한다"는 비판도 주자들의 합종연횡을 부추기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출신이 겹치는 원내대표 후보만으로 경쟁력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면 정책위 의장 후보의 면면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새누리당은 26일 지난 2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 지명으로 공석이 된 원내대표 선거를 다음 달 2일 치르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