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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담뱃값 인상 이후 '최대 피해자' 부상

주가 석 달 사이 20% 급락…추가 가격인상 없이는 실적쇼크 불 보듯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26 16: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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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T&G가 대규모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실적우려에 울상이다. 작년 4분기 매출액 1조505억원, 영업이익 287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4%, 28.9% 성장했음에도 주가는 지난 3개월 동안 고점대비 20% 가까이 빠졌다.

한술 더 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가적인 담뱃값 인상 없이는 올해 실적쇼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세수 증대에는 한 몫 했지만 정작 공기업인 KT&G에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일단 작년 4분기 실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일종의 '착시'에 불과하다. 지난해 정부가 연초 담뱃값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상당수 흡연가들이 담배 사재기에 나선 덕분에 제조담배 내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담배 수요는 매년 꾸준히 줄고 있지만 작년 3분기와 4분기에는 이례적으로 담배 총수요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고 KT&G의 작년 4분기 국내 제조담배 시장점유율도 전년동기대비 2.8%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가수요 효과가 사라지는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외산담배들이 경쟁적으로 일부 품목의 가격인하를 단행하며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담뱃값 인상이 대부분 세금부분이기 때문에 인상된 가격을 일부 인하하는 것은 사실상 적자를 감수하는 행동"이라며 "가수요 효과가 작용하는 3월까지는 KT&G의 점유율이 계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인욱 리딩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자담배 확산과 BAT, JTI 등 경쟁사들이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리면서 가격경쟁력을 잃는다면 점유율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 담배갑에 경고그립 삽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해외의 경우 경고그립 삽입 후 흡연율이 두드러지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여러 부정적인 환경 아래서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실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200원 수준에서 소폭의 가격상향을 추진할 경우 출고가 증가로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KT&G는 가격정책을 통한 경쟁사와의 '치킨게임'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외사 담뱃값의 인상폭 축소가 실적에 미칠 영향이나 가격인하 전략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정도경영과 정부정책에 협조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다만 배당금은 주당배당금과 배당수익률을 기준으로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혀 주가의 하방경직성은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T&G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3.20% 밀린 7만8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최고치(종가기준)인 9만6900원대비 19.19% 급락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