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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말정산 대란과 거수기계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1.23 17: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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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란이다" "파동이다" 바뀐 연말정산 제도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분노가 이런 한 마디 묶음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론에 밀린 정부와 여당이 오는 5월에 세금을 다시 돌려주겠다는 새로운 보완책을 내놓으며 긴급처방에 나섰지만 우왕좌왕하는 정부 정책에 국민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소급 적용 카드에 대해서도 여당은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소급 입법의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책임자 문책과 청문회를 촉구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소급을 적용할 법을 만들기까지 큰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바뀐 세법이 누구 탓인지 따져보자. 세법 개정안은 정부 입법이므로 1차적인 책임은 기획재정부에 있을 것이다. 2013년 연말 세법 개정안을 심의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여야 의원들도 국민적 비판의 화살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그해 12월 24일 조세소위 위원장이던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세금 부담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중산층 부담이 안 늘어나도록 다 조정했다"며 법안 처리를 사실상 주도했다.

2014년 1월 1일 자정을 넘긴 시각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심사사위원회에서는 세법 개정안이 토론과정 없이 다른 법안들과 함께 뭉텅이째 의결됐다. 그날 새벽에 열린 본회의에서도 반대 토론 없이 곧바로 표결에 부쳐졌고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당시 일부 야당 의원이 부정적 의견을 밝혔지만, 정부 공무원들이 정확한 예측 모형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여야합의라는 대세에 묻혀 공론화되지 못했다. 따지고 보니 모든 국회의원들 탓이다.

뿔난 민심에 놀란 여야 의원 일부는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세소위 소속 의원들은 부랴부랴 토론회다 뭐다 해서 들끓는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정부, 학계,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이번 연말정산 대란에 대한 원인과 대책 등을 짚어본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모양새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국회의원을 가리켜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한다. 그런 그들이 어떤 내용의 법안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르르 몰려다니다가 거수기 노릇을 한 결과가 지금의 사태를 빚었다.

2016년 4월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하는 총선이 채 1년 3개월도 남지 않았다.

또다시 '거수기계'를 내 손으로 직접 뽑는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냉정해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