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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쾌속질주 장담' 증권사들 할 말 있나?

상장 이후 30%대 폭락, 증권사 목표주가는 '허상'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23 16: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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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SDS(018260)가 어닝시즌 직후 금융투자업계의 혹독한 재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내 공모주 열풍을 주도하며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연이은 주가하락으로 체면을 구긴데다 든든한 후광이었던 지배구조 이슈도 조기 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프리미엄을 이유로 치솟았던 목표주가 역시 실적발표 이후 대거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진단에 무게가 쏠린다.

◆상장 이후 주가 변동폭 60%↑ '천국과 지옥'

첫 상장일인 지난해 11월14일 공모가대비 72.36% 치솟은 32만7500원을 찍었던 삼성SDS는 같은 달 26일 장중 43만원에 육박하며 30% 넘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12월 들어 주춤해진 상승세는 이내 고개를 숙였고 이달 22일에는 첫 거래일 보다 30.53% 하락한 22만7500원으로 내려앉았다. 두 달 만에 무려 60% 넘는 등락세를 보인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작년 11월 MSCI, FTSE 등 글로벌 지수 편입 영향을 받아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순매도 전환했고 내달 공모주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3개월 의무보유협약이 종료되면서 수급상황이 나빠져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현대글로비스 지분에 대한 블록딜이 실패하면서 대기업 지배구조 이슈가 더 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일명 '이재용 주식'으로 불릴 만큼 삼성그룹 오너 일가에 집중됐던 심리적 기대감이 잦아들면서 차익실현 욕구에 불이 붙었다는 얘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룹 지배구조 이슈는 원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테마"라며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단기차익 중심으로 투자에 몰두하면서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싸늘해진 시장 분위기만큼 삼성SDS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던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겉으로는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몸을 사리지만 4분기 어닝시즌을 기점으로 적정 가치에 대한 재평가에 나서겠다는 분위기다. 현재 주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주가 역시 낮아질 수 있다.

◆10개 증권사 목표주가, 현 주가比 53~93% 비싸

이달 들어 삼성SDS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6개사로 가장 높은 곳은 44만원을 제시한 NH투자증권이다.

이밖에 △SK증권 43만5000원 △현대증권 40만원 △하이투자증권 36만원 △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 각각 35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22일 종가인 22만7500원에 비해 최소 53%, 최대 93%나 높은 수준이다.

유일하게 현대증권이 22일 목표주가를 기존 48만원에서 40만원으로 16.66% 낮췄지만 여전히 50만원이 넘는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도 상당수다.

BS투자증권이 52만원을 제시해 가장 높은 가격을 내걸었고 유안타증권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도 50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뒤 이를 고수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라는 이유로 일선 증권사에서 소신 있는 기업분석을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서 섣불리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낮추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일부 수긍하면서도 객관적인 자료와 시장 눈높이에 맞춰 투자의견을 다시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기업분석 담당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이 나오면 증권사별로 보고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며 "시장의 눈높이라는 게 있는데 이를 계속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원래 목표주가는 향후 12개월을 기준으로 길게 보는 것인데 이제 상장한지 석 달 만에 보수적으로 끌어내리는 것도 정도에 맞지 않다"며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일부 줄었지만 회사 자체가 가진 성장성과 실적에 따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SDS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충족하는 수준에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은 4분기 매출액 2조2123억원, 영업이익 1785억원을 시현하며 전년대비 각각 8%, 33%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 역시 매출 2조1995억원, 영업이익 1759억원으로 각각 지난 분기 대비 22%, 34% 늘어난 수준을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