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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슈퍼마리오'의 선물, 금융시장 득실은?

유로화 케리자금 유입vs원화절상 압력 팽팽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23 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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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글로벌 금융시장이 '슈퍼마리오'에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구체안이 발표된 이후 글로벌 증시는 추가 랠리 기대감에 들떴다. 이날 뉴욕증시가 3대 지수 모두 1% 넘게 치솟았고 유럽 주요증시도 1~2%대 급등세를 탔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 QE 내용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 발언은 파격적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ECB 조치에 대한 기대감은 일찌감치 각국 증시에 반영됐지만 예상을 웃도는 국채매입 규모와 향후 추가 부양 여지도 남아 글로벌 증시가 상당기간 우상향할 공산도 커졌다. 

◆위험자산 선호 '꿈틀' 국내증시로 유동성 올까

다만 유럽발 훈풍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까지 미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지난해 미국이 양적완화 효과 속에 '나홀로' 성장한 반면 국내증시는 박스권에서 오히려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주요기업들의 실적부담이 남아 있고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내증시에 유럽발 유동성이 얼마나 화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ECB의 복안은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식으로 시장에 1조1400유로(약 1435조원)의 돈을 풀어 경기회복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이 2%를 유지하지 못하면 추가 양적완화가 단행될 수도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 사실상 무제한(개방적·open-ended) 국채매입과 '플러스알파(+α)'를 선언한 셈이다.

일단 글로벌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커질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유가하락과 ECB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달러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조치가 적어도 금융시장 전반에 퍼졌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크게 낮출 것"이라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은 일단 엔화와 달러, 스위스프랑, 금, 미국국채수익률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강도가 최근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스위스의 환율 하한선 폐지로 지난주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강도는 14.6포인트까지 치솟아 2008년 12월 금융위기 당시 14.1포인트를 웃돌았다.

하지만 한 주 만에 12.4포인트로 반락해 상한선인 15포인트를 하회했다. 그만큼 불안심리가 잦아들고 위험자산 선호강도가 반등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 증권사 안현국 책임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최근 글로벌 경기를 고려하면 안전자산 선호의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자산 선호는 한국증시와 상관관계가 높아 동반 상승이 기대된다"고 제언했다.

◆유로화 케리자금 유입? 국내 금융시장 대응 주목

이에 따라 확대된 유동성 즉 유로화 케리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케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를 차입하거나 매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의 투자하는 것이다.

ECB는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0.05%, 예치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2%, 0.3%를 유지해 초저금리 기조를 재확인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은 국내로 유럽권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ECB의 유동성 공급은 유로화 약세를 불러올 것이고 수출비중이 높은 독일, 프랑스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동성 확대로 유로화 케리자금 이동이 촉진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으로도 자금유입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9월까지 약 1400조원 가까운 유로화가 풀리는데 이를 글로벌대비 한국경제 비중으로 계산하면 40조원 수준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월간 2조원 규모 유동성이 들어오면 미국 금리인상 부담을 일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ECB의 대규모 QE가 반드시 실물경제와 글로벌 유동성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데다 그리스와 독일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의 정치적 합의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산매입에 따른 ECB의 책임 규모가 제한적이고 경기취약국의 자산매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며 "유로존 QE 효과가 길게 가기에는 대외환경이 아주 우호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국내 수출 경쟁력 저하는 추가 금리인하를 비롯한 통화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엔화약세 가속화로 원·엔 동조화에 초점을 맞췄던 당국이 이제 유로화 약세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기준금리 추가인하를 비롯한 통화완화 정책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윤 연구원은 "유로화 케리자금이 유입되는 동시에 원화강세 압력이 높아져 한국 수출주의 가격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며 "구조적 경상흑자는 원화절상 압력까지 이어져 한국이 상대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적했다.

공동락 연구원은 "ECB의 QE 시작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환율전쟁 우려를 키워 국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기대를 높일 것"이라며 "1분기 중 금리 추가 인하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