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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팹 정신' 잃은 SK하이닉스, 장애인고용 대신 성과급 잔치

'3년간 81억원' 장애인부담금 납부 1위…"장애인고용 의지 전혀 없나" 지적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1.22 13: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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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여러모로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유안타증권이 14일 SK하이닉스에 대해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4조9000억원, 1조60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갱신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호실적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매출액 5조원, 영업이익 1조 6000억원 돌파가 유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예측에 따르면, 연간 영업이익은 5조2000억원 이상으로 당초 전망치보다도 최소 2000억원 이상 증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작년 실적 순풍에 성과급 잔치…'고용 의무' 모르쇠?

하지만 이 같은 실적 순풍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는 별개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상시근로자의 2.5%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이 같은 의무를 돈으로 대신하며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해 10월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는 매년 20억원 이상을 장애인부담금으로 납부, 3년간(2013년까지) 총 81억원을 납부했다. 당시에 SK하이닉스는 3년 동안 매년 장애인부담금 납부 1위를 차지했고 조사 기준 시점에 고용신청서 자체를 아예 내지도 않아, 정황상 곧 장애인고용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시 시계를 되돌려 보면, 2013년 매출·영업이익·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임직원들에게 연봉의 약 30%를 초과이익분배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이미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제도적 요구치만큼 다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급 배분을 하기 전에 재원을 배분해서 활용하는 중장기적 방안을 고민했을 법도 하다. 실제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를 활용해 이 같은 의무를 충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출자지분이 50%를 넘고 직원의 30%(중증장애인 비율 50%)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자회사를 운영하면 이를 모회사에서 고용한 것으로 의제해 주는 제도다.

업종 특수성상 개선 곤란…업황 가장 좋은 때 효율성 발휘 못한다면

하지만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이익 재원 중 일부를 할애해 이 같은 사업장 설립 및 운영 등 방안을 도모하는 대신 최상의 성과급 지급과 부담금 납입이라는 자본주의적 합리성이 가장 돋보이는 선택을 했다. '경영 판단'은 물론 기업의 재량 영역이지만, 사실상 채권단 지원 등 범국가적 도움으로 회생했다는 기업 역사를 함께 떠올리는 이들은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냉철한 선택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SK하이닉스로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 등 벤치마킹을 하는 등 개선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는 것. 하지만 금년에도 의미있는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자 업종 자체가 채용할 만한 자리를 만들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업종 특성이 자회사형 사업장 설립이 용이하지도 않다는 것도 해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지난날을 아는 이들, 특히 이른바 '3개의 사이버팹 효과'를 기억하는 이들로서는 반도체 관련 업황이 좋은 이때 SK하이닉스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 문제의 해결에 묘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내비친다.

팹은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리키는데, 일명 '사이버팹' 효과는 SK하이닉스가 경영 상황이 어려워 큰 규모의 신규 투자를 꿈꾸기 어려웠던 당시, 즉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불과 1조3000여억원의 유지 및 보수비용만 들여 3개의 신규 팹을 건설하는 효과를 거둔 일을 말한다. 이 같은 성과는 공정 표준화와 세팅 효율화를 통해서 일궈낸 것이다.

이 같은 능력을 다시 발휘할 때라는 주문, 즉 반도체 부문의 상황이 가장 좋은 이때 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아이디어와 노력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문제의 가시적인 초석을 놔야 하지 않냐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바꿔 말하면, 지금 장애인 관련 역할론을 매듭짓는 묘수를 내놓지 못한다면 앞으로 업황 변화에 따라서는 이런 책무 소화 시도가 더욱 요원할 수도 있고 계속 부담금 납부로 떼울 수 있다는 우려로도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실적이 사상 첫 '연간 영업이익 5조원 시대'를 개막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성과급 잔치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호실적과 장애인 고용 창출 실효성 문제가 별개로 가는 흐름을 지속하게 되는 셈이다.

근래 큰 실적 성과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지만, 지난날 어려움을 딛고 위와 같이 여러모로 괄목할 회복 신화를 쓴 SK하이닉스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무를 소화하는 문제에서도 앞서 나가는 '신호탄'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SK하이닉스로서는 역량있는 경제주체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희망 신호를 주는 기업으로도 자리매김할지 분기점에 서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