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제 댄서들도 당당히 광고 속 주인공이 되었다.”
CF에서 춤바람(?)이 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30초라는 짧은 순간에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광고 메이커들은 자주 춤과 노래를 이용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광고에서 춤꾼들이 대접받은 적은 없었다. 특히, 스트릿댄스(StreetDance)는 최근 젊은 층에서 크게 유행하며 광고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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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박형준(23) 김혜랑(22) 박성진(33)씨 | ||
최근 SK텔레콤 음악포털 서비스인 ‘멜론’ 광고에서 브레이크를 추었던 박형준(23)씨와 삼성 애니콜의 ‘애니클럽’ 광고에서 클럽 최고의 인기 댄스인 걸스힙합(Girl's hiphop)을 선보였던 ‘위너스’ 안무팀 역시 힙합 댄스를 광고에 전파한 주인공들이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댄서들은 남들보다 뛰어난 춤 실력으로 꾸준하게 광고계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광고 속 바로 그 모델’로만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광고 밖으로 나온 그들의 일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광고를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 갖기 마련인 호기심이다.
인터뷰에 응한 박형준씨와 ‘위너스’ 댄스 팀은 각각 ‘댄스 광고’에 출연한 전문 댄서들이다.
◆ 멜론 광고 모델 비 보이(B-boy) 박형준
박형준(23)씨는 비보이다. 브레이크를 추는 댄서를 가리켜 ‘비보이(B-boy)’라고 하는데 그는 현재 브레이크 댄스팀 '20th Century Boys'의 리더로 활동 중이다.
사실 광고에 출연한 사람은 박형준씨 외에도 3명이 더 있다. 광고제작사 측에서 최상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4명 댄서의 춤동작을 엮어 한 사람이 춘 것처럼 조합한 것이다.
촬영 당시, 박씨는 3일 밤낮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 골반에 염증이 생겨 병원 신세까지 졌다.
“원래 춤을 무리하게 추면 근육통이 생기곤 하는 데 그때마다 병원에 가서 근육주사를 맞아요. 원래 춤을 무리하게 추는 편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이번 광고가 정말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욕심이 들었어요. 예상보다 그림이 더 잘 나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도 그는 건강을 생각해 평소에 몸에 좋은 것들을 꼭 챙겨먹는다고 한다. 춤으로써 젊음을 불태우는 춤꾼들에게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박씨는 현재 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 경영학과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자본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댄서들이 ‘춤을 춘다.’는 이유만으로 배를 곯아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춤’을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최근에는 댄서들도 스쿨이나 방송댄스팀 공연팀 등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어요. 소규모로 운용되는 댄스팀들은 자칫 다른 회사들처럼 체계가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댄서들도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박씨의 주 종목은 ‘브레이크’지만 과거에는 탭, 살사, 발레 등도 배웠다고 한다. 짧은 점퍼에 PMP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그러한 클래식한 춤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중 3때부터 춤을 시작했다. 당시 비보이(B-boy)였던 친구를 따라 춤을 추다가 춤이 좋아졌다는 그도 처음부터 댄서를 꿈꾼 것은 아니다.
직업학교를 나온 그는 10년간 미술을 배우며 고3때까지 ‘에니메이션과’에서 수학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마지막 방학을 보내고 갑자기 진로를 춤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매일 8시간씩 혼자 연습을 하며 춤이 놀랍도록 는 것이다. 결국 친구들끼리 ‘R.P.C’라는 댄스팀을 만들어 활동하게 됐다고 한다.
◆ 앞으로 춤이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
그는 앞으로 춤이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 광고나 방송에서 춤이 하나의 문화 컨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힙합이라는 음악이 유행하는 것은 현재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춤도 이러한 추세에 맞게 따라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다가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새벽에 일어나서 쿵쾅거리다 부모님께 혼이 나곤 한다는 그는 최근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조금씩 스트릿댄스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해요. 우리나라 스트릿 댄서들은 춤을 배울 때 제도권에 있는 다른 춤들처럼 일정한 체계가 없어요. 이런 때 종종 의존하는 것이 외국에서 건너온 댄스비디온데 스트릿댄스라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춤이 아니기 때문에 춤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외국 댄서들이 만든 비디오 교재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춤을 배우다 보면 댄서들 중에도 잘못된 정보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잘못 습득한 정보는 온전히 몸으로 익혀지기 때문에 나중에 그것을 알고 고치려고 해도 이미 때가 늦어버리게 된다.
박씨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현재 처음부터 차근차근 자신의 오류들을 고쳐나가고 있다고 한다. 또 이렇게 모은 자료들은 제대로 된 참고자료가 없어 불편을 겪는 후배들을 위해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애니모션 ‘위너스’ 팀 “어려웠던 시절은 웃지 못할 과거”
애니콜 광고에서 질 높은 안무를 선보였던 댄스팀은 현재 홍대에서 일반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스트릿댄스를 가르치고 있는 ‘위너스’팀이다.
‘위너스’는 마이클 잭슨의 18년 스승인 파핀 타코(poppin taco), 일랙트릭 부갈로스(Electric boogaloos)의 멤버인 스키터 레빗(Skeeter Rabbit), 파핀 피트(Popin Pete)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국 댄서들과 교류하고 있다.
당시 안무를 담당했던 김혜랑(22)씨는 호주에서 촬영을 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해 회상했다.
“워낙 전작이 유명해서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춤만큼은 제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일주일 내내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촬영했지만 정말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한 그녀는 처음 춤을 시작했을 때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후원자가 된 아버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어느새 울 듯한 얼굴이 되었다.
“춤을 위해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을 때 솔직히 미련은 없었어요. 대학에 가지 않고도 춤으로 성공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 들어 하고 싶은 공부가 부쩍 많아집니다. 특히 외국 댄서들과 교류하다보니 영어를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에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라킹(Rocking)이 주 종목인 그녀는 현재 모 엔터테인먼트사의 신인 가수 트레이너와 예술 대학의 시간 강사로 활동 중이다.
첫눈에도 말수가 적고 얌전해 보이는 김원룡(25)씨는 춤출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되곤 한다. 그의 주 종목은 퍼핑(Popping). 보통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각기’라고 불리는 이 춤은 종종 TV에서 남자 연예인들이 파워 풀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용한다.
위너스 초기 멤버인 그는 까치산에 처음 연습실을 마련한 때부터 이 팀의 단장인 박성진(33)씨와 함께 동고동락 했던 사이이다. 그는 당시 일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왜 사람들이 웃으면서 옛말한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솔직히 그 때 생각하면 웃음이 안 나와요.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안정된 수입도 있고 제가 추고 싶은 춤도 실컷 출 수 있고, 정말 행복합니다.”
◆ “춤꾼도 ‘비즈니스 마인드’ 필요하다”
위너스의 총 책임자인 박성진 단장은 확고한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지난 10월에는 ‘제이 위너스 엔터테이먼트’라는 법인 등록까지 했다.
“어릴 때부터 춤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댄스 트레이닝을 하며 아르바이트도 참 많이 했는데, ‘위너스’도 10년 쯤 지나면 단원들이 주식도 갖게 해 줄 생각입니다.”
그는 또 지금의 댄스 시장이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하우가 있고 이름이 잘 알려진 곳은 자본이 몰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역시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단법인 ‘스트릿 댄스 협회’가 올해 발기인 대회를 갖고 출범했습니다. 정말 잘 운영 돼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그는 최근 힙합이 광고나 다른 문화 콘텐츠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결코 한시적이거나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힙합은 오래전부터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은 춤입니다. 이러한 춤이 그동안 주류가 되지 못하고 댄서들도 늘 저임금으로 시달렸습니다. 한마디로 자본과 같은 기득권에 ‘이용당한’ 측면이 큽니다. 앞으로 스트릿댄스가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도 재즈댄스처럼 하나의 커리큘럼화가 되어 후학도 양성하고 댄서들도 ‘직업’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해요”
◆ 대중들에 사랑받는 춤, 스트릿댄스 성공 가능성 충분
박성진씨는 스트릿댄스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춤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입니다. 더불어 일렉트릭부갈로스나 엘리트 포스와 같은 1세대 댄서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성공요인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스트릿댄스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은 단순히 몇몇 CF에 등장하는 댄서들 때문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댄서 개개인이 최고의 춤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한계와 싸우면서 쌓아온 노하우들의 총아인 것이다. 앞으로 광고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들에서 댄서들의 멋진 활약 기대해 본다.
※스트릿댄스(StreetDance)란 Soul, Electric, Breakin, Jazz, Wave, Locking, Tab Step, Be-Bop, House 등의 춤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여기엔 우리가 이제까지 주로 힙합이라 불렸던 춤들도 이 안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춤들을 섞어서 추는 것을 프리스타일(Freestyle)이라 부른다.
대개 사람들은 힙합댄스(HipHop Dance)란 말을 하는데 스트릿댄스(StreetDance)란 단어에 대해선 생소하다. StreetDance란 말은 2000년 8월 미국의 일랙트릭 부갈로스(Electric Boogaloos)가 국내 댄스대회 심사위원으로 오면서 의미가 국내에 알려졌다.(참고 http://www.streetdance.pe.kr/)
e-사상계/프라임경제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