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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 물들인 '삼성스타일' 그룹출신 인사 각광

황영기·주진형·최희문·윤용암 비롯 '삼성맨' 승승장구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21 15: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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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이른바 '삼성 DNA'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20일 한국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3대 회장으로 선출된 황영기 당선자를 필두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 등 최근 2~3년 사이 눈에 띄는 실적개선과 조직 차별화에 성공한 전문경영인(CEO) 가운데 유독 삼성그룹 출신이 많은 까닭이다.

◆황영기, 이건희 회장 통역서 MB정권 금융 실세로

내달 4일 취임하는 황영기 당선자는 쟁쟁한 증권사, 자산운용사 출신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했다.

전체 161개 회원사가 투표에 참여해 50.69%의 지지를 얻은 그는 2001년 이후 금융투자업계를 떠나 은행권에 몸담았다는 핸디캡을 화려한 경력과 협상력으로 극복했다. 그와 경쟁한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은 39.42%,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는 8.37%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1990년대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으로 활약하며 이건희 회장의 통역을 전담한 황 당선자는 이후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등 주요 계열사 임원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승승장구했고 지난 정권에서 금융계 실세로 거론되며 유명세를 탔다. 특히 직설적인 화법과 공격적인 업무스타일로 감독당국과의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은 지지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선 증권사 사이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의 파격 행보가 단연 돋보였다. 2013년 9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주진형 사장은 고강도 구조조정과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한 조직 개편을 성공리에 진두지휘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을 거쳤으며 2001년 황 당선자와 함께 삼성증권에서 동고동락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를 거쳐 재작년 한화투자증권에 영입된 이후 주 사장은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특히 '고객신뢰 회복'을 강조한 연이은 조치는 투자자들의 호응과 동시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8일 투자의견 등급체계 개선을 통해 '매도(sell)' '보유(hold)' 의견 종목에도 목표주가를 제시하기로 했으며 적극적인 '매도' 리포트 발간과 고위험종목 리스트 발표, 레버리지펀드 판매 중단 선언 등을 주도했다.

◆주진형·최희문 '삼성스타일'로 조직문화 혁신

주 사장의 '마이웨이'가 이어지자 리서치센터와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인원 이탈이 심각하다는 뒷말이 번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전언이 나온다. 또 개인 SNS를 활용해 업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제시해 대중적 인지도도 높이고 있다.

대형사 진입을 눈앞에 둔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삼성 출신 사장 영입으로 승승장구한 경우다. 최희문 사장은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를 거친 글로벌 전문가로 전형적인 '삼성맨'은 아니다. 그러나 2002년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으로 이직해 삼성증권의 '빅4' 진입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작년까지 최 사장과 함께 투톱으로 회사를 이끌었던 김용범 대표는 삼성화재 증권부와 삼성투신운용 운용기획실장, 삼성증권 채권사업부장을 거쳤다. 먼 친척뻘 동서지간인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고 김 대표는 실적을 인정받아 올해부터 메리츠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 삼성그룹 출신들이 속속 자리를 잡으면서 계열 증권사인 삼성증권은 금융권 요직으로 가기 위한 필수코스가 됐다. 이에 작년 말 신임대표로 낙점된 윤용암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비서실 비서팀을 거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2년 삼성자산운용 대표로 금융투자업계에 입성한 그는 2년 만에 삼성증권 대표로 안착했으며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경영일선 전면에 나선다.

윤 사장은 향후 대체투자 확대 등 수익구조 다변화와 구조조정 후유증을 해소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