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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반대 위한 반대 아냐… 공정거래 훼손 문제 있어"

"합리적 토론으로 진출 명분 따져야"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1.20 15: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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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일 진행된 한국통합물류협회의 농협 택배진출 반대 기자회견의 요지는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과열경쟁으로 인해 산업자체의 존폐 위기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우체국택배 진출 이후 단가현실화의 노력으로 단가하락이 정체에 머무르는 가운데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지속적인 단가하락 재현 탓에 택배산업 자체가 다 같이 공멸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것.

다만 물류협회 측은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며 합리적 토론으로 진출할 명분이 있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진정 농민을 위하는 방법이 없는지, 상생 방법은 없는지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물류협회 측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에 앞서 롯데도 있다. 롯데의 진출은 반대하지 않고 있는데 농협의 진출은 강경하게 반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나.
 
▲롯데와 농협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롯데는 민간의 자유경제 하에서 지금도 택배업을 하고 있다. 자유롭게 민간기업이 경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가격과 서비스 만족을 주는 게 바로 택배업이다.

하지만 농협의 경우, 공기업에 준하는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포화영역에 들어와 경쟁하겠다는 것은 국가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이다.

민간기업과 협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택배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인프라나 시설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것과 다름없는 농협의 경우, 공정거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특히, 택배업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자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농협은 농협법이라는 별도의 법 적용을 받는다. 이는 농협 역시 국토부에 질의했었고, 불법이라는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할 경우 택배단가 하락으로 인해 실제 택배기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면 농민을 위한 농산물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택배가 취급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을 취급하게 될 것이다. 현재 택배업계는 택배기사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운임은 낮지만 많이 안정화 돼 있다고 생각한다. 농협이 진출하면 물량확보를 위한 덤핑이 생길 수밖에 없고, 배송단가가 내려가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택배업계는 택배기사들의 연봉과 배송비를 올리면서 배송에 관련된 부분의 안정화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농협이 진출하게 되면 모든 정책적 변수가 흔들리고 택배기사를 위한 정책 실현은 다시 몇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설을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지난해 국감 때 가시화 된 이후 바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대 성명 발표가 조금 늦은 감이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농협에서 내부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망하고 있다가 지난해 국감 때 농협중앙회 회장이 직접 의지를 보이자 협회 차원에서 대응을 진행했다. 약 3만명의 택배기사들이 탄원서를 작성해 청와대 국무총리실, 농림부 등에 제출해왔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타당한 이유를 제시한다면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합리적 토론을 통해 진출해야할 명분이 있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농협 측의 반응이 없어 협회 차원의 성명 발표를 준비했다.

또 우체국의 택배시장 진출 당시를 떠올려보면 당시는 택배업이 완성단계가 아니었다. 오지나 택배 취약지역에 우편배달망을 이용해서 국민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공공성의 명분이 있었다.

그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우체국 창고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든지, 단가를 저렴하게 해서 영업을 확대시키고 동일한 경쟁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후 우체국이 택배산업에서 성장해서 민간택배사에 기여했다기보다 아직도 적자생존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작부터 우체국과는 차이가 있는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해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은 국민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농협뿐 아니라 최근에는 커머스, 쿠팡 등의 유통업체들도 직접 배송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택배사업 진출 이유에 대해 기존 서비스의 품질이 낮은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쿠팡 등의 업체에서 직접 배송은 정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쿠팡의 경우 700여명의 기사를 직접 고용해 자가용으로 배송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기업이 법적인 절차를 통해 진출한다면 막을 수 없지만 물류사업자가 아닌 업체가 자가용을 이용한 배송은 불법이다.

GS홈쇼핑의 경우, 기존 택배사에 자사의 물건만 배송하는 전담반을 운영해 자신들만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 택배사와 협업을 통해 배송한다면 하등의 문제가 없다.

서비스 품질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표상으로는 많이 좋아졌다. 다만, 택배를 받는 국민이 전국 3500만명이고, 이들 중 50%는 배송 시 부재중이다. 토요일은 부재중 지표가 60~70%가 넘는다.

배송하는 문화와 서비스도 개선해야 하지만 물건을 받는 소비자의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담뱃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개인 가정까지 배달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처럼 두 차례, 세 차례 거듭 방문하려면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택배배송의 서비스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동주택단지의 경우 무인택배함을 설치하거나, 부재중일때는 관리사무소에 부탁하는 등 편의성을 높여야만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전체적인 택배문화 격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농협은 물류협회의 반대 성명에도 택배시장에 진출할 것 같다. 그만큼 반박논리가 부족한 것 같은데, 전향적이고 발전적인 방법에서 농협과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나.

▲성명발표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했을 뿐 택배법 개정안에 관련해서도 계속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단기적으로 실현되기는 힘들겠지만 정부에서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물류협회에서는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속내가 업계의 차원에서 나아가 국가적 차원에서도 발전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택배업계가 부족하다는 논리로 농협이 진출한다면 고객들이 완벽하게 만족할 것으로 보나?

농민이 불편하다는 일부 문제만을 가지고 진출하는 것은 세금을 투자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름 없다. 택배사업은 이미 네트워크사업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한 기업이 차 몇 대로 서비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전체 국민을 상대로 일반적인 서비스 제공은 힘들기 때문에 협업을 제안하는 것이고, 상생 프로그램 역시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