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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린이집 안보내면 큰일납니까?

보육환경 하향평준화에도 시설보육만 강조하는 정부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19 16: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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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1개월 아들은 요즘 반항기다. 아침 출근길부터 제 아빠와 똑 닮은 미간 주름을 자랑하며 엄마 허벅지를 끌어안고 징징거리는 것을 시작으로 친정엄마, 즉 외할머니를 온종일 들들 볶는단다.

바깥 구경하는 재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동네마실 나가자고 조르고 위험할까봐 울타리를 친 부엌에 '기가 막히게' 침입해 싱크대 수납장을 뒤집어 놓는가 하면 밥 먹을 때, 간식 고를 때는 물론 놀 때도 요리조리 뺀질 대며 '싫어싫어' '도리도리'로 일관한다고.

3월이면 나올 둘째 때문에 10킬로그램 가까이 불어난 몸으로 점점 말썽쟁이가 돼 가는 아이와 씨름하다보면 내 자식인데도 울컥할 때가 있다. 일련의 어린이집 사건사고를 보며 분노와 동시에 '오죽 힘들었으면'하는 동정심이 드는 것도 육아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 입장에서 던질 수 있는 의문은 하나였다. "왜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곧 두 번째 출산휴가를 앞둔 상황에서 남편과 가장 먼저 한 고민은 '언제 회사에 복귀할까'였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년을 포함하면 15개월을 쉴 수 있지만 그건 '문서상' 그렇다는 얘기, 현실은 맞벌이와 어린이집 이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부모를 내몰고 있다.

사태의 주범은 크게 두 가지다. 외벌이로는 그야말로 '밥만 먹고 살아야'하는 경제구조와 '가정주부=일이 없어 집에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현 정부의 입법 관점이다.

당초 맞벌이 등 특정 계층에 한해 지원됐어야할 0~5세 무상보육이 가정양육을 할 수 있는 집에까지 일괄 적용되다보니 보육시설의 양과 질을 모두 떨어뜨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만 2세 미만 영아에 대해 부모와의 애착형성을 이유 삼아 가정양육을 권장하고 시설 이용률은 30% 미만으로 권고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만 0~2세 사이 아이들의 시설이용률은 50%에 육박한다.

눈에 띄는 것은 해당 연령대 자녀를 둔 엄마들의 취업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중에서 직장을 가진 경우는 33.2%로 3명 가운데 1명꼴에 불과하다. 엄마의 취업률이 어린이집 이용률보다 낮은 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엄마들이 귀찮아서 애를 시설에 보내고 개인시간을 누린다"며 욕하지만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다. 엄마를 채용해줄 기업은 한정돼 있고 그나마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은 직장생태계에서 밀려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해 11개월을 쉬고 작년 3월 복귀하자 만나는 사람마다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표현은 제각각이었지만 요약하자면 "엄청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였다. 새벽부터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친정엄마 품에 안기고 일하러 나온 사람 입장에서는 인정은 함에도 속이 썼다.

회사 분위기와 내부 사정에 따라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 즉 OECD가 권고하는 가정양육을 보장해 주는 회사는 많지 않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언론사에 다니는데 동종업계에서 법이 보장하는 육아휴직을 꽉 채워 쓴 동료나 선·후배를 한 명도 못 봤다.

결국 정부가 육아휴직 활성화와 가정양육을 할 경우 지급되는 양육수당 확대에는 인색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실효성은 낮고 리스크는 큰 시설보육에만 지원과 입법을 치중하다보니 직장에서는 육아휴직 사용자를 유별나다하고 일선 보육환경은 점점 하향 평준화되는데 안 보낼 수는 없는, 기괴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관련 뉴스를 찾아보다가 '워킹맘은 집이랑 회사에서 양쪽으로 욕먹지만 골드미스는 적어도 회사에서 욕 안 먹는다'는 댓글에 마음이 선뜩해졌다. 이런 독설에 마음 졸이는 이는 열심히 일하고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아니라 무상보육을 강행한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