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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매력 넘치는' 금투협회장 감투, 후보선정 뒷얘기

황성호 낙마, 황영기 낙점 두고 추측 분분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16 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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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권은 국내 다양한 조직문화를 통틀어 상당히 보수적인 곳으로 꼽힙니다. 최근 입방아에 오른 이른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인맥)를 비롯해 '관피아'라는 말이 널리 통용된 곳도 바로 금융권이죠.

학연과 지연, 업계 친소관계로 점철된 금융권이 요즘 선거전으로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오는 20일 치러지는 3대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회장 선거인데요.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 같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국내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선물사, 신탁회사 등 164개의 회원사를 거느린 이익단체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자리입니다.

금투협 회장은 업계 대표라는 상징성과 함께 연봉과 예우 수준도 상당합니다. 2대 회장인 박종수 회장의 경우 지난 2013년 기본급 2억8170만원에 성과급을 더해 5억3200만원의 연봉과 함께 매달 1200만원씩, 연 1억44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따로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공공기관이 아닌지라 자율규제 외에는 경영공시 의무가 없고 국정감사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죠.

당선 이후 3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금융권 원로들이 선호하는 자리인 탓에 이번 선거는 박 회장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작년 초부터 과열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형증권사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 선거캠프를 꾸렸다는 말부터 협회 전·현직 관계자가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하마평이 쏟아졌죠.

마침내 이달 초 5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친 상황에서 업계에는 후보들의 면면을 두고 설화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14일 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가 최종 후보 3명을 선정한 것을 두고 업권별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뒷말이 적지 않습니다.

후추위는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최종후보로 압축했는데요. 업계는 일단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몫으로 각각 김 전 사장, 최 전 대표를 낙점하고 당국과 업계 모두에서 인지도가 높은 황영기 전 회장에게 나머지 한 자리를 줬다는 진단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우리투자증권을 업계 1위 증권사로 키운 황성호 전 사장이 낙마하자 의아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후추위 구성부터 최종면접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자세한 내막은 알기 어렵지만 예년에 비해 증권사 출신 후보가 많았고 황 전 사장이 지난 정부 시절 낙하산 논란에 시달린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입니다.

황 전 사장의 낙마뿐 아니라 황영기 전 회장의 낙점을 두고도 관련 의견이 이곳저곳에서 번지고 있는데요. 당초 업계에서는 2001년 이후 금융투자업계(삼성증권)를 떠나 은행권에 몸담았던 만큼 현장 친화력이 다소 떨어지지 않느냐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직전까지 금투협 공익이사로 재직했던 게 플러스가 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후추위를 구성한 5명 가운데 3명은 공익이사로 채워졌으니 말입니다.

여기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통역을 담당한 최측근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주요 계열사 고위직을 거쳐 우리금융과 KB금융지주 수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은 '힘 있는 회장'을 요구하는 업계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집니다.

164개 회원사의 전자투표로 진행되는 선거는 당일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 듯합니다. 지난 2대 회장 선출 때도 과반 득표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는데요. 올해 역시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캐스팅보트를 쥔 회원사들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한 셈법이 한창일 텐데요. 모쪼록 20일 오후 선거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업계 현실을 고스란히 대변할 전문 CEO'라는 초심이 지켜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