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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케아 상륙 한 달, 그 현장은…

개점 효과 한결…반응 좋지만 동선·배송 불편함은 여전해

이윤형·강다솔 기자 기자  2015.01.16 14: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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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30대 정도의 주부가 상처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가구를 꼼꼼히 만지며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 옆으로는 60대로 보이는 노부부가 쇼룸 밖 통로에 놓인 쇼파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이내 자리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며 안락함의 수준을 체크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쇼룸 구석구석에는 책장길이를 손뼘으로 재거나 서랍문을 연신 여닫는 등 제품을 꼼꼼하게 살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15일 오후 3시, 개점 한 달째를 맞이한 이케아 광명점은 평일임에도 열기가 식지 않은 분위기다. 여유롭게 제품을 구경하는 고객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한 30대 부부는 '욕실을 꾸며보세요, 25만9000원'이라는 팻말이 붙은 쇼룸 앞에서 입을 벌리고 섰다.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도 있지만 '생각보다 싸진 않네'라는 알뜰한 투정의 볼멘소리가 작게 들린다.

이케아 광명점은 쇼룸만 65개, 8600여개 제품이 진열됐다. 가구를 포함해 소형가구, 잡화용품, 부엌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 각종 홈퍼니싱 상품들이 즐비해 그야말로 볼거리 천국이다.

쇼룸을 둘러보던 한 남성은 "전체를 둘러보려면 하루 갖곤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며 벌린 입모양을 한참 유지하고 있었다.

알려진 것처럼 '구매자는 없고 구경꾼이 태반'이란 말은 다소 과장인 듯 느껴졌다. 고객 카트는 가장 마지막에 담은 제품이 보일 만큼 채워져 있었다.

개점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가격에 상관없이 품절을 알리는 노란색 딱지가 붙여진 제품 설명판도 여럿 보였고 1층에 위치한 36개의 계산대는 쉴 새 없이 '삑, 삑' 바코드 소리를 내기 바빴다.

개점 초기 교통체증, 주차공간 부족 등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삼십일가량이 지난 지금은 임시주차장 확보, 주변 교통 요원 증가 등의 대응으로 주변 교통이 원활한 수준이었다. 주차장 역시 곳곳에 빈자리가 보일만큼 여유로웠다.

◆라운지 레스토랑 연상케 하는 '푸드코트'

푸드코트에 들어서자 외국계 마트답게 유럽풍 음식의 향취가 코를 자극했다. 뷔페식으로 이용 가능해 고객들은 쟁반에 미트볼, 연어 샐러드, 타르트, 키쉬 등을 한가득 담고 있었다.

2층 쇼룸에서 소품매장으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푸트코트는 은은하게 테이블을 비추는 조명과 깔끔한 인테리어 장식들로 레스토랑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김연형씨(여‧가산동‧27세)는 "푸드코트에 넓은 창이 있어서 바깥전망도 볼 수 있고 공항 라운지에 온 것 같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김치볶음밥 2000원, 불고기덮밥 3900원, 콩나물국 500원 등으로 형성된 가격대 음식들은 1만·2만원이면 접시를 한가득 담을 수 있을 만큼 저렴했다.

◆여유롭지만 동선 불편, 조립서비스도 안 돼

물론 아직 확실히 다듬어진 옥이 아니라 티도 있다. 길게 한 줄로 늘어진 매장 동선을 불만스러워하는 손님들도 많았던 것.

실내 인테리어가 쇼룸, 거실 순으로 시작되는 입구부터 교환‧환불, 제품받는 곳, 배송 서비스 창구까지가 직선 코스여서 계산대까지 거리가 멀어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실제 다수의 고객들은 계산대와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케아 쇼핑은 2층 쇼룸에서 시작해 1층 창고·계산대까지 각 구간마다 번호로 표시된 단일 코스다. 지나친 구간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온 길을 돌아가야 한다. 고객 편의를 위해 구간을 가로지를 수 있는 '지름길'이 존재하지만 중간중간 배치된 매장 안내도를 살피지 않으면 오히려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매장을 둘러보던 40대 중년의 한 여성은 "안내도가 있지만 눈여겨 본 물건을 다시 찾으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불평했다.

아울러 현재 조립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노년층에게는 부담이었다. 배송‧조립서비스는 △배송과 조립 △배송 △조립 등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거리별로 차등 적용되는 배송서비스 가격이 지역에 따라 8만원까지 형성되다보니 배송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조립을 어려워하는 고객의 경우 매장에서 서비스를 받고자 했지만 이에 대해 이케아 측은 "기술적 문제로 조립서비스를 당분간 제공하지 않는다"고 계산대 주변 안내판을 통해 설명했다.

최영희씨(용산구‧68세)는 "해외에서 이미 접했던 이케아가 좋아 침대 방에 놓은 수납상자를 구매하고자 방문했지만 조립이 어려워 소품들만 카트에 가득 실었다"며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