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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겨울철 더 심해진 혈변 '치질주의보'

이정호 인천하이병원 외과센터장 기자  2015.01.16 13: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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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항문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통 치질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 치질은 항문질환을 통칭하는 말이다. 항문이 찢어진 치열, 항문혈관조직이 돌출된 치핵, 감염으로 인해 고름이 생긴 항문농양, 치루 등이 모두 치질에 해당한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치질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살펴봐도 치질로 진료받은 우리나라 환자는 한 해 85만명에 달한다. 전체 수술건수에서도 치질질환이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 중 겨울철 대표적인 치질질환으로 혈전성 외치핵을 꼽을 수 있다. 낮아진 기온 탓에 체내 혈액순환이 저하되면서 항문주변에 혈전이 생성됐기 때문이다. 혈전성 외치핵의 주요증상은 항문 주위가 붓고 통증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는 비교적 생활습관의 개선과 보조적 치료요법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통상 2주 정도 40도 정도의 온수에 2~3분 정도 좌욕을 해주면 항문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부종을 진정시키고 상처 회복 속도도 높일 수 있다. 다만 샤워기보다는 대야 사용을 권한다. 이와 함께 변연화제를 처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단 시간이 지날수록 항문 주위에 중압감이 느껴지고 통증을 동반하면서 치핵이 딱딱하게 굳어졌다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봐야한다. 특히 여기에 혈변의 양이 많아져 변기를 붉게 물들일 정도로 출혈이 심하면 치질 2~3기 정도 수준이다. 이미 보존적 방식으로는 이렇다 할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증이 극심한 이들에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다. 만약 혈전만 제거해도 되는 상태라면 국소마취해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반면 내치핵을 동반한 환자는 반도체 레이저 치질수술 또는 원형자동문합기(PPH)를 이용한 수술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환자들이 불안해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수술방법이 다양화되고 통증이나 재발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병은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문건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변습관을 잘지키는 것이다. 일을 볼 때는 10분 이상 변기에 앉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하며 평상시에도 장시간 앉아있는 습관 역시 피해야 한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과 활동은 항문이 충혈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전신건강과 소화기능을 높여준다. 변비 예방에도 좋다. 겨울이라고 운동을 기피하지 말고 하루 30분 이상은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치질환자 중 혈변으로 인해 혹여 대장암은 아닌지 근심하는 이들도 있다. 대장암 역시 배변 과정에서 출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장암은 방치기간이 길면 생존율이 5%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다행히 대장암의 혈변은 치질과는 양상이 다르다. 우선 대장암은 변통이 혈변도 검붉은 색에 가깝다. 출혈 부위가 위장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출혈량 역시 적어 변을 자세히 관찰해야 확인이 가능하다.

이 밖에 평소보다 대변을 보는 횟수가 증가하고 변이 가늘어지면서 잔변감이 커진다. 속이 덥수룩하면서 체중도 감소한다. 반면 치질은 혈변의 색이 선홍빛에 가깝고 출혈량도 많다.

보다 확실한 방법은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40대 이상부터는 최소 4년에 한 번 정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으며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이정호 인천하이병원 외과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