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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매출 30% 요우커 덕" 노량진수산시장 생기 찾고 있지만

시장종사자 일급제 고용형태 등 서비스 개선 걸림돌…내국인 발길 갈수록 줄어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1.15 22: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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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88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량진수산시장(이하 수산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먼저 새벽을 여는 전통 수산 재래시장이다. 불경기 속에서도 최근 이곳을 찾는 중국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수산시장 분위기도 활기를 찾고 있다.   

바가지요금, 불편한 부대시설, 아쉬운 서비스 등의 고질적 문제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서민들에게 수산시장은 여전히 서울의 대표적인 해산물 장터로, 또 먹을거리 식당가로 이곳만의 독특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수산시장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오는 8월 시장을 옮기는 현대화 사업을 앞두고 있어 제2 도약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질적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수산시장 상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시장구성원 2700명…최대 수산시장

노량진수산시장은 1927년 의주로에서 '경성수산'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1971년 한국내장이 아시아개발은행 차관으로 지금의 위치에 도매시장을 건설해 직영으로 운영하다 1975년부터 서울수산, 노량진수산, 삼호물산 등 3개의 민간회사가 운영을 지속하다, 2002년 2월부터 어민의 소득증대와 수산업발전을 위해 수산업협동조합이 인수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장 종사자는 △임직원 103명 △중도매인 185명 △매참인 3명 △판매상인 738명 △종업원 740명 △하역원 200여 명으로 총 2000여 명이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다. 산지유통인 700여명이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수협은행 △새마을금고 △중도매인조합 △하주협의회 △항운노동조합 △납세조합 등이 시장에 입주해 있다.

수산시장은 서울시가 개설한 도매시장으로, 주력 사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하기 위해 전국에서 위탁된 대량·다종의 수산물을 공개경쟁매매 또는 정가·수의매매 등으로 판매하는 수탁 판매(경매)사업이다.

또한 경매 후 남은 잔품을 소진하기 위해 소매사업장이 시장 내부에 입점, △활어 △선어 △냉동 △조개류 △갑각류 △건어물 등 270여 종의 해산물을 거래하고 있다. 새벽 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진행되는 경매 후에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소매시장이 열린다.

이외에도 주력사업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부대시설 임대 △얼음 제조 및 판매 △냉동창고 운영 △주차장 운영 사업 등 부대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요우커 늘어나는데 국내소비자 발길은 주춤

최근 몇 년 사이 노량진 수산시장은 변화를 맞이했다. 한류열풍에 힘입어 중국관광객들(요우커) 사이에서 노량진수산시장이 명소로 자리한 것. 중국에선 가격부담으로 구입하기 힘든 킹크랩, 랍스터 등의 해산물을 수산시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한 가지 해산물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종류의 해산물을 구입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요우커들이 '큰손'으로 통한다. 실제 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한 매출은 소매시장의 하루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늘어나는 요우커를 잡기 위해 상점과 식당에서는 중국어 사용이 가능한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판매원이나 식당종업원, 청소용역근로자 등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일용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시장의 특성상 일용직 근무자가 많다 보니, 노량진 인력시장은 파출인력, 채용대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서비스교육과 근로관리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측면이 있다. 갑자기 근무를 중단하거나 질 낮은 서비스로 국내 고객들의 불만을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산시장 내 소매업자 김봉수 씨(54세·가명)는 이곳의 근로자 고용형태를 아쉬워했다.

"직원들의 미래나,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일용직 근무보다 정규직 중심으로 채용하고 싶지만, 근무인력 대부분이 일당을 원해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가 많지만 근무형태는 일용직인 거죠. 그렇다 보니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질이 나아지기가 힘든 면이 있어요."

시장의 전반적인 서비스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매업자 최영경 씨(61·가명)의 얘기다. 

"중국인 손님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한국 손님들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문제죠. 바가지요금이나 주차문제 때문이라고 보는데, 식당 요금이 너무 비싼 것도 이유이긴 해요. 요즘 우리나라 손님들이 얼마나 가격정보가 빠른데 바가지요금이 통하기나 하겠어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재래시장은 의미를 잃게 될 겁니다."

◆일용직 근로자 단체행동 골칫거리

시장의 특성상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이들의 단체행동 때문에 상인들의 고민이 깊다. 당장 일손이 급한 시기에 급여인상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를 받아주지 않을 경우 일터를 떠나고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특히 단체로 급여인상을 요구하고, 단체행동도 불사하고 있어 가게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소매업자는 "이들의 급여인상은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우 불법체류자나 비자만료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중국교포도 상당한데, 이들의 담합으로 상가들의 고충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성실하고 합법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가 받아야할 복지나 혜택이 일부 근로자의 단체행동으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역시 일당제의 폐해로 지적되고 있는데, 시장의 선진인사 시스템 도입과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시장 묘미 살리고 서비스 품질 높여야 

한편 수산시장은 오는 8월 현대화 사업의 진행으로 새로운 부지로 이동한다. 이에 따라 청결한 환경과 주차공간 확보 등으로 고객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재래시장 형태로 지속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고객들이 수산시장을 찾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뿐 아니라 재래시장의 문화를 만끽하기 위한 것도 있기 때문에 수산시장 만의 전통적 정체성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산시장을 찾은 고객 김혜경 씨(이촌동·37세)는 "시장이라고 하면 대형마트 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 전통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노량진수산시장을 종종 찾는다"며 "전통시장의 모습 뿐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을 한자리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은데, 수산시장이 현대식으로 바뀌게 되면 왠지 좀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노량진수산시장에 가기를 꺼려한다는 전업주부 최지혜 씨(한남동·42세)는 "판매원들이나 식당종업원들이 불친절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고, 바가지요금이 아직 남아 있어서 수산시장에 올 때마다 불쾌한 경우가 있었다"며 "재래시장을 찾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기 위해서인데 저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솔직히 서비스까지 형편없었다"고 지적했다.  

88여년 역사의 노량진수산시장은 재래시장의 전통을 살리면서 질 높은 서비스와 고객편의성 증대라는 굵직한 과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