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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K와 Y, 그리고 술자리 깨알 진실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1.14 17: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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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수첩에 적힌 문구로 인해 여의도 정치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K, Y의 주인공은 일찌감치 김 대표 자신과 유승민 의원으로 밝혀졌지만, 감히(?) 집권여당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는 중진 의원을 청와대 문건 유출 배후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죠.

더욱이 김 대표 자신도 '황당한 이야기'라고 못 박은 이 사건의 진원지가 '술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첩 속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수첩 속 등장 인물마다 술자리 기억의 조각들을 끌어모아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김 대표의 수첩에는 '문건 파동 배후는 K와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첩 내용만 보면 문건 유출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 암투가 벌어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때문에 K와 Y라는 이니셜을 놓고도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죠. 하지만 곧 K는 김 대표 자신, Y는 유 의원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문구 윗줄엔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이동빈, 신'이라는 5명의 실명도 적혀 있습니다.

이준석과 손수조는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과 당협위원장이고, 음종환과 이동빈은 현재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 중이죠. 신이라고 적힌 사람은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무성 수첩 소동'의 시작은 이들 5명이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 인근에서 함께한 저녁 식사를 겸한 술자리 모임입니다.

당시 음 행정관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나 박관천 경정 중 한 명이 내년 20대 총선에서 대구에 공천을 받으려고 유 의원에게 줄을 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후'란 조 전 비서관의 말과 정보를 키워 정윤회 문건을 유출하고, 사건의 판을 키운 세력 뒤에 김 대표와 유 의원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배후 발언의 발설자로 지목된 음 행정관은 정윤회 비선 의혹 당시 논란이 됐던 소위 '십상시'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죠.

김 대표는 지난 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결혼식 뒤풀이 자리에서 이 전 비대위원으로부터 음 행정관의 발언을 전해 듣고 수첩에 적어 놓았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는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비롯해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 12명도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음 행정관은 '문건 파동 배후로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지목했다'는 이 전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해선 사실무근임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자정까지 이어진 술자리 이야기, 게다가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깨알 진실을 파헤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청와대 행정관이 술에 취해 한 말을 두고 내가 어쩌겠느냐"고 한 유 의원의 심정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무튼 수첩 소동은 여의도를 벗어나 청와대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은데요.

공적 성격을 띤 모임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집권여당 대표를 안주 삼아 '설'의 주인공으로 지목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껄끄러운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