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싱가포르의 외국인직접투자(이하 FDI) 유치 상위권 유지 비결은 노동시장 등 전반적으로 낮은 규제 수준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하 한경연)은 14일 'FDI 활성화를 위한 싱가포르와의 제도경쟁력 비교 : 의료·교육·종합휴양업 분야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FDI 유치 분야에서 미국, 중국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싱가포르가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진입규제 완화 등을 주장했다.
◆싱가포르, 해고용이·정규직전환의무 없어
한경연은 국가 경제규모가 FDI 유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가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데에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낮은 규제 및 적은 세금 부담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시장의 경우 싱가포르는 임금결정 유연성 5위, 고용해고 용이성 3위로, 각각 61위, 108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와 큰 격차를 보였다. 실제 싱가포르는 고용인-피고용인 간의 자유로운 고용계약에 기초한 노무관계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월급 2500SGD(원화 약 200만원) 이하의 근로자에게만 근로시간·휴가 등 최소한의 근무조건을 보장하는 등, 근로자 전체가 근로기준법의 대상이 되는 우리와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가 불가능한 우리 고용구조와 달리 사전 공지 등 해고절차만 거치면 해고가 비교적 용이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무규제가 없어 상대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저임금제가 없으며, 임금조정을 정부가 안정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에서도 다르게 나타났다.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용…규제완화 필요
한편, 보고서는 싱가포르가 주력하고 있는 FDI 산업 영역으로 의료 서비스를 꼽았다.
싱가포르의 의료관광객은 2002년 20만명에서 2010년 약 73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우리는 2009년 6만200명에서 2011년 12만2000명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싱가포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경연은 이와 같이 의료서비스 산업 경쟁력이 싱가포르에 뒤쳐지고 있는 원인으로 지나친 진입규제를 지적했다. 주식회사형 민간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비영리의료기관의 설립만을 허용하고 있어 규모가 영세하고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
현재 싱가포르는 존스홉킨스대학, 듀크대학, 지마연구소 등 외국 유명 의료기관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외국계 영리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경제자유지역에서도 △외국자본 50%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국의사 10% 고용 △병원장은 외국인 의사 △진료의사결정 50% 이상 외국의사 수행 등 설립요건이 까다로워 외국병원 유치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김현종 한경연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의료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용과 외국인 환자의 병상 수 제한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예상되는 부작용은 사전에 보완해 영리의료법인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영리교육 법인 설립 허용해야"
보고서는 또한 교육 서비스산업에 있어 싱가포르가 해외 유수 대학과 연구소 등을 유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다양한 형태의 영리교육법인 설립을 허용한 점을 들었다.
싱가포르는 현재 인세아드(INSEAD)를 비롯한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존스홉킨스대학, 조지아 공대 등 유명 대학과 분교, 공동과정·연구소 등을 유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제주도의 국제학교를 제외하고 영리교육기관의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설립형태 또한 경제자유지역, 제주자치도, 기업도시 등 일부 지역에 한해 본교의 직접진출만 허용하고 있으며 과실송금도 불가능하다.
한경연은 현재 해외 우수 교육기관 유치를 도모하고 있는 중국과 두바이도 영리법인 형태의 학교 설립을 허용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며 영리법인의 설립과 다양한 형태의 법인 허용 검토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