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반기업정서와 여론의 함수관계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1.13 18:05:1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한 것인데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물론, 여당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박지원 의원 등 야당 일부 중진들도 지난해 말부터 기업인의 기를 살리는 차원에서 가석방을 촉구한 가운데 엄격한 입장을 고수하던 박 대통령도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가 국민의 법 감정과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부터 가석방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과 일맥상통하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말 발생한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한 반기업 정서가 정부나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입니다. 땅콩회항 사건은 재벌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켰습니다. 회사를 소유물로, 직원을 머슴으로 여기는 기업관을 가진 곳이 비단 대한항공 한 곳뿐이겠냐는 여론이 확산된 것입니다.

척박한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어느 때보다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에 반기업· 반재벌 정서 확산은 기업에 악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정제되지 못한 격한 감정의 분출이 소위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면서 위험수위까지 올라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 여론을 통한 비난과 지탄은 관심으로 이어져 사건의 전모를 명확히 할 수 있지만 감정이 실린 여론의 경우 그 상황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은 여론이 가진 양면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 사건을 차분히 들여다 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7일 재판에 넘겨졌고,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습니다.

게다가 요즘 법원은 재벌 또는 재벌가 자제라고 특별히 봐주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유전중죄'라는 역차별을 우려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하네요. 유전중죄는 과거 돈이 있으면 죄가 없어진다는 '유전무죄'와 달리 '돈이 있으면 중죄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게 됐고,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거듭 머리를 숙였습니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사건은 재벌가 2·3세들에게 잊어선 안될 교훈을 남겼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 또한 '감성'과 '이성'의 조율이라는 부분에서 이번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과거 사실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을 하기 전에 이미 '죄인'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들이 너무 쉽게 벌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네티즌 역시 표현의 자유라는 논리로 한 개인과 기업에 대해 가히 폭력 수준의 댓글을 양산했죠.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인터넷을 유해도구라고 인식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온갖 저주와 폭력적 언어들을 퍼붰습니다.

어쨌든 이번 사건이 재벌가 자재들을 싸잡아 비판하거나 반기업 정서로 번지는 상황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가석방 대상에서 배재하거나 반기업 정서를 의식해 아예 심사명단에도 올리지 않는 법 집행의 불균형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경제활성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가석방 조건에 결격사유가 없다면 기업인도 심사대상에 올리고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야 말로 만인에게 평등한 법 집행이 아닐까요?

죄를 지은 사람은 당연하게 법의 심판대에 섰듯이 기업인 가석방 역시 법대로 처리하면 될 일입니다. 지금은 감정적인 여론재판이 아니라 냉정한 법의 심판을 지켜볼 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극단적, 말초적, 자극적인 상황에 심각한 쏠림 현상을 보였는데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성숙된 민주시민이라면 우리 스스로 사회를 발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성적인 판단이 더욱 필요하며, 악성 댓글과 불확실한 정보의 전달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Please say to me. Guilty or Not guil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