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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찬찬히읽기]어머니 3-장세현(1968~ )

프라임경제 기자  2007.04.13 17: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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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어머니 3-장세현(1968~ )

어스름 새벽 달빛으로 떠서
노을 빛 고운 옷에 감겨
돌아올 때까지
게으른 살점 하나 없이
들일 가난한 노동으로
늙어버린 어머니
늦은 저녁 설거지에 쫓겨
새암가 찬물에 손을 담그자
터실터실한 껍질손
갈라터진 생살 틈새로
물기 배어든 아리디 쓰린 통증에
못내 겨워 찡그린 눈썹
그 사이 살짝 초롱하던
산머루빛 눈동자
이리도 눈시린 아픔입니다.

<‘거리에서 부르는 사랑노래’, 한길사 1991>

 


 


시를 쓰는 사람 치고 어머니를 주제로 생각해 보지 않은 시인이 있을까? 장세현의 시 "어머니"에서는 껍질손 갈라 터진 생살 틈새로 다가오는 통증이 아리아리하게 느껴진다. 이 땅에서 사는 사람 치고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며 눈이 시린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어머니라는 시적 주제는 상투적이다. 그러나 시 속의 어떤 언어도 전혀 상투적이지 않다. 늘 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새록새록 새롭게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인의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이제는 어머니들의 삶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그러나 어머니들의 삶 속에 담긴 마음, 그 마음이야 세월이 간다고 변하겠는가?

   
 
 
전무용/시인

1956년 충북 영동 출생
한남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83년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희망과 다른 하루>(푸른숲)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시 전문 계간지 <시와 문화> 필진
현재 대한성서공회 번역실 근무